
김연아는 15일(한국시간) 세계선수권대회 싱글 쇼트프로그램에서 69.97점를 받았다. 점수만 보면 2위 카롤리나 코스트너(이탈리아·66.86점)와 격차가 크지 않은 듯 보인다. 그러나 트리플 플립 점프에서 작은 실수로 롱에지 판정을 받았을 뿐 나머지는 나무랄 데가 없었다. 17일 오전 11시46분 시작하는 프리스케이팅에서 큰 실수를 하지 않는 한 2009년 LA 대회 이후 4년 만의 세계선수권 정상 복귀가 확실시된다.
김연아는 각종 시니어 국제대회에서 13차례나 우승했지만 유독 세계선수권대회와는 인연이 닿지 않았다. 김연아는 시니어 무대에 데뷔하자마자 2006∼07시즌 그랑프리 파이널을 휩쓸어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2007년 세계선수권대회에서는 쇼트프로그램 1위에 오르고도 프리스케이팅에서 4위에 그쳐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2007∼08시즌에도 그랑프리 파이널에서 금메달을 따며 세계선수권 정상 등극에 대한 기대감을 부풀렸지만 고관절 부상이라는 악재를 만났다. 당시 김연아는 진통제를 맞고 투혼을 발휘해 프리스케이팅에서 1위에 올랐지만 또다시 동메달에 만족해야 했다.
2전3기 끝에 김연아는 2009년 세계선수권대회에서 꿈에도 그리던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하지만 이듬해 대회 2연패에 실패했다. 밴쿠버올림픽 금메달 획득으로 목표 의식을 상실한 탓이 컸다. 2011년 대회에서는 13개월의 공백을 극복하고 완성도 높은 연기를 펼쳤지만 점프 실수에 발목을 잡혀 안도 미키(일본)에게 1위를 내주고 말았다.
이번 세계선수권대회 또한 긴 공백기를 거친 뒤였지만 결과는 완전히 달랐다. 2011년 대회 때는 실전무대에 적응하는 단계 없이 곧바로 대회를 치렀지만 이번에는 NRW트로피대회, 국내 종합선수권을 치르면서 실전감각을 충분히 끌어올렸다. 또 하루 6시간의 강도 높은 훈련도 소화한 덕분에 앞선 두 대회에서 레벨 3에 그쳤던 스텝 시퀀스, 체인지풋 콤비네이션 스핀을 레벨 4로 끌어올리며 1위를 차지했다. 이제는 프리스케이팅에서 환상적인 연기를 펼쳐 4년 만에 정상에 복귀하는 일만 남았다.
김준영 기자 papeniqu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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