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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곤소곤…물의 요정 님프의 속삭임 들릴 듯

입력 : 2012-11-22 18:11:02 수정 : 2012-11-22 18: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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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로아티아 플리트비체·크르카 국립공원
푸른빛 호수에서 10여 개의 폭포 물줄기가 한꺼번에 쏟아져 내리는 풍광을 까마득한 절벽 위에서 내려다보는 것은 플리트비체 국립공원 여행의 백미다.
플리트비체… 켜켜이 쌓인 호수와 원시림


크로아티아의 아드리아해에서 두브로브니크가 최고의 여행지라면, 내륙 쪽에서는 플리트비체(Plitvice) 국립공원이 으뜸이다. 크로아티아 여행에서 꼭 놓치지 말아야 할 곳으로 꼽히는 게 두브로브니크와 플리트비체 국립공원이다.

수도 자그레브에서 서남쪽으로 150㎞ 정도 떨어진 플리트비체는 크로아티아 최초의 국립공원으로, 1979년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됐다.

플리트비체는 16개의 계단식 호수와 그 호수 사이에서 흘러내리는 92개의 폭포가 진기한 풍광을 빚어낸다. 이 같은 희한한 풍경이 만들어진 것은 석회암으로 이뤄진 카르스트 지형 때문이다. 석회가 녹아 있는 물이 호수에 스며들면서 호숫가에 퇴적물이 쌓이기 시작했고, 그 퇴적물이 바위처럼 굳어지며 둑을 형성하게 됐다.

퇴적 작용이 지금도 계속돼 이 둑들은 매년 1㎝씩 높아진다고 한다. 수압이 높은 곳에서는 퇴적물이 쌓이는 대신 둑에 구멍이 뚫리게 되고, 결국에는 둑이 터져 폭포를 이루게 된다. 계단식 호수가 반복되고 이 사이에 작은 폭포 수십개가 한꺼번에 쏟아져 내리는 지형은 세계에서도 좀처럼 보기 힘들다고 한다.

플리트비체에서 감탄을 자아내는 또 다른 풍경은 호수의 환상적인 물빛이다. 물속 유기물과 미네랄이 작용해 만들어낸 엷은 에메랄드빛 호수는 햇살에 따라 시시각각 천변만화한다. 이 호수도 어찌나 맑은지 물속의 물고기와 나무뿌리가 훤히 들여다보인다. 

크르카 국립공원의 하류의 스크라딘스키 부크는 총 17단으로 이뤄져 방대한 면적을 자랑하는 폭포다.
플리트비체의 상류와 하류를 모두 찬찬히 둘러보려면 사흘 정도가 걸린다고 한다. 따라서 시간이 넉넉지 않은 관광객들은 대개 하류를 돌아보는 코스를 선택한다. 입구를 지나면 플리트비체의 폭포 중 낙폭이 78m로 가장 큰 벨리키 대폭포가 웅장한 자태를 뽐낸다. 마지막 호수 아래쪽 코라나 강 위에 솟은 절벽 위 산책로를 따라 걸으면 하류의 4개 호수를 차례로 만나게 된다.

푸른색 호수에서 10여 개의 하얀 폭포 물줄기가 코라나강 위로 쏟아져 내리는 풍경은 플리트비체 계단식 호수의 백미다. 절벽 위에서 이를 내려다보는 전망이 일품이며, 절벽 밑으로 내려가 나무데크를 걸으며 바로 앞에서 이 폭포를 봐도 좋다. 

플리트비체는 진기한 풍경의 폭포와 호수, 숲이 어우러져 신비감을 자아낸다.
울창한 숲 속 사이로 흘러내리는 이 폭포들 뒤로 호수가 겹겹이 쌓여 있는 풍광은 신비감까지 자아낸다. 여행에서 돌아와 폭포 사진을 열 살 아들에게 보여줬더니 대뜸 “요정이 살 것 같다”고 탄성을 지른다. 맞다.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물의 요정 님프가 실제로 산다면 바로 이런 곳일 것이다. 상류 탐방은 유람선을 타고 호수를 건너 숲길을 오르게 된다. 플리트비체는 유럽에서도 대표적인 원시림 보전 지역이다. 사람 손길이 닿지 않은 울창한 전나무·너도밤나무 숲 속의 산책로를 따라 걸으면 이곳에도 수많은 폭포의 연속이다. 안내인은 92개의 폭포가 있다고 했는데, 이름 없는 작은 폭포까지 합치면 그 수는 헤아릴 수가 없을 정도로 많다. 

크르카… 7개의 폭포 사이로 삶의 흔적도

플리트비체에서 남쪽으로 200㎞ 정도 떨어진 크르카(Krka) 국립공원도 플리트비체와 유사한 풍광을 보유하고 있다. 진기한 지형이 생성된 원인도 플리트비체와 똑같다. 이곳의 호수와 폭포도 석회암 퇴적물이 쌓여 매년 조금씩 높아진다고 한다. 이곳에 있는 7개의 폭포를 모두 돌아보려면 사흘이 걸린다. 하류에 있는 스크라딘스키 부크가 크르카에서 제일 큰 폭포로, 17계단으로 이뤄져 있고 전체 높이가 46m에 달한다. 이 폭포 하나를 돌아보는 데도 반나절이 걸렸다. 겨울에 춥고 깊은 산속 오지에 자리한 플리트비체가 인간의 손길이 닿지 않은 원시림으로 남아 있다면, 아드리아해와 가까워 기후가 온난한 크르카는 오래전부터 인간에게 친숙한 생활공간이었다. 숲 속 동굴에서는 기원전 5000년 전의 유물이 발견되고, 중세 시절부터 폭포수를 이용해 물레방아를 돌렸다. 1895년에는 수력발전소도 세워졌다. 진경들 사이를 걸으며 그 안에 남아 있는 인간 삶의 자취를 살펴보는 것은 크르카 여행의 또 다른 재미다. 

플리트비체·크르카 국립공원= 글·사진 박창억 기자 daniel@segye.com

● 여행정보

한국에서 크로아티아까지 직항노선은 없다. 독일 뮌헨이나 프랑크푸르트에서 크로아티아의 수도 자그레브나 두브로브니크로 가는 항공기로 갈아탄다. 루프트한자 항공(www.lufthansa.com/kr·02-2019-0180)이 인천∼뮌헨을 주 5회, 인천∼프랑크푸르트를 매일 운항한다. 뮌헨, 프랑크푸르트에서 자그레브, 두브로브니크를 연결하는 항공편도 매일 있다. 두브로브니크 등 아드리아해 쪽은 연중 기후가 온화하지만, 아무래도 성수기는 4∼10월이다. 두브로브니크 성벽은 오후 3시까지만 오를 수 있고, 별도의 입장료를 내야 한다. 크로아티아의 화폐는 쿠나(Kn), 1쿠나는 약 200원. 관광지에는 환전소가 많고, 유로화도 통용된다. 해안 쪽에는 참치·오징어·새우·굴·홍합 등 해산물 요리가 발달해 있다. 최근 이준명씨가 펴낸 ‘크로아티아’(봄엔 출판사, 1만4000원)에는 상세한 여행정보가 담겨 있다. 크로아티아 관광청 영문 홈페이지 주소는 croatia.hr/en-GB/homepage. 한국 사무소는 아직 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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