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 목궁 연구 현중순씨
전국 각지 돌며 조언 받아
나무 1년 이상 묻어둬야…진 빠지면 밀도 높아져
“뿔로 만든 각궁(角弓)은 크기가 적당하고 기능이 우수하긴 하나 습기가 많은 날에는 사용하지 못하고, 날씨가 조금만 추워도 잘 부러져 실제 전쟁터와 사냥용으로는 부적합합니다. 나무와 뿔 등 두 가지 이상 자연재료를 아교로 붙여 만들기 때문에 제조법도 어려웠고 값도 무지 비쌉니다. 그래서 그런지 옛날엔 쌍놈들이 무슨 활을 쏘느냐며 애써 무시하는 사람이 많았다고 합니다.” 경기도 연천에서 정미소를 운영하며 전통 목궁(木弓)을 연구하는 중권(重卷) 현중순(51)씨는 10년 전 허리를 다친 게 활과의 인연을 열어줬다. 수술을 하고 누워 있으니 동네 사람들이 “활을 쏘면 허리가 좋아진다”며 궁도를 권한 것. 합기도 4단 등 체력엔 자신 있던 현씨는 궁도에 입문한 지 1년 만에 연천군 대표로 도민체전에 출전하는 등 금세 궁도 사범 대열에 올랐다. 하지만 처음 손에 잡은 각궁이 계속 문제를 일으켰다. 값이 비싼 것도 문제였지만 툭하면 부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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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미소를 운영하며 틈틈이 목궁을 연구하는 현중순씨가 흙에 묻었다가 물에 불려 말린 궁목을 다듬고 있다. |
“평지에 서서 사용해도 이 모양인데 눈 비가 오는 날이나 바닷가 배 위에서 혹은 겨울철에도 활을 쏴야 하는 전쟁터에선 어떤 활을 사용했을까 하는 현실적인 호기심에서 활 연구를 시작했지요. 온도가 높고 습도가 높아지면 접착제가 녹아내리고 활시위가 늘어나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했습니다. 옛 기록을 뒤지고, 노인 궁사들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묻고 묻고 해서 전통 목궁이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점점 빠져들었지요.”
‘조선왕조실록’이나 ‘승정원일기’ 같은 기록에 의하면 동남아에서 수입한 물소 뿔이나 국산 쇠뿔을 사용하는 각궁은 직업군인이나 고위급 관리, 양반, 장수들, 국경에 근무하는 일부 병사만 사용했고, 평민군이나 의병들은 대부분 목궁을 사용했다. 목궁은 탄력도 좋고 소리가 없어 전쟁터나 사냥용으로는 최적이었다. 여기에 적중력, 파괴력까지 좋았다.
“각궁이 권총이라면 목궁은 장총입니다. 각궁은 사람 키보다 커 정확도면에선 탁월하지요. 특히 전쟁터에서 사용하는 활은 파괴력이 세야 하지요. 목궁은 멧돼지도 한방에 죽을 정도로 파괴력이 좋습니다.”
현씨는 전통 목궁을 재현하기 위해 사용한 나무만 트럭으로 4∼5대 분량은 될 것 같다고 밝혔다. 처음엔 생나무를 불에 굽기도 하고, 물에 담갔다가 사용하기도 했지만 모두 실패했다. 심지어 가마솥에 삶아보기도 했다고. 목궁에 대해 조언을 받을 만한 사람이 있으면 이웃한 포천부터 강원도, 충청도 논산까지 전국 각지를 찾아다녔다. 나무의 특성을 이해하고부터야 비로소 연구에 가속도가 붙었다. 더욱이 활 쏘는 방법을 잘 알기 때문에 연구하고 쏴 보고, 연구하고 쏴 보고, 연구하고 쏴 보고를 수없이 반복했다. 말마따나 옆에서 보는 사람들이 지겹도록 많이 실패한 끝에 비법을 알아냈다. 회목 수백 그루에 좀이 슬어 버릴 때도 숱하게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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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천 구석기축제 때마다 활 만들기와 활쏘기 체험을 지도하고 있는 현중순씨(맨 왼쪽). |
지방문화재 등록을 희망하는 현씨는 어렵게 터득한 비법이 공개되는 걸 걱정하면서도 “나무를 땅에 1년 이상 묻어 두는 게 비법”이라고 귀띔한다. 흙에 파묻힌 궁목 20개 중 한 개꼴로 진이 빠지면 나무의 밀도가 최상으로 높아져 궁목 또는 화살목으로 최적이라는 설명이다.
“지금도 200주는 땅에 묻어 두었고, 30주는 말리고 있습니다. 이놈들 중에 몇 개나 제대로 된 궁목으로 태어날지 저도 모르지요. 만들다 마음에 안 들면 즉각 폐기처분합니다. 벌목부터 완성까지 2년 가까이 걸리지만 어쩔 수 없지요. 그동안 20여 개를 복원해 평창 올림픽박물관과 파주 영집궁시박물관 등에 기증했습니다. 연구용이기 때문에 판매는 하지 않습니다.”
현씨가 궁목으로 사용하는 나무는 도장목으로 흔히 사용하는 회목(윤노리나무)과 연천에 특히 많이 자라는 시무나무이지만, 아까시나무·물푸레나무·꾸지봉나무·박달나무 등 다양한 수종을 대상으로 연구를 거듭하고 있다.
“국궁은 건전하고 연습한 만큼 결과가 나오는 정직한 운동입니다. 시합이 많아 전국을 다니며 유람하는 것도 좋고요. 우연히 목궁 세계에 빠져 연구자가 됐지만 이왕에 시작한 거 ‘명장’이 되고 싶습니다. 육군 중위로 군복무 중인 아들 승환이가 육군참모총장기 전국궁도대회에서 우승했죠. 아들과 부자가 함께 궁도를 하게 돼 기쁩니다.”
연천=글·사진 조정진 기자 jjj@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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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6/기/주말2/연천의 볼거리
정미소를 운영하며 틈틈이 목궁을 연구하는 현중순씨가 흙에 묻었다가 물에 불려 말린 궁목을 다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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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만년 전 구석기시대로 시간여행을 떠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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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역사를 약 30만년 전인 구석기 전기시대까지 확장한 데는 주한미군 병사 출신 그렉 보웬(1952∼2009)의 공이 컸다. 미국 인디애나대학에서 고고학을 전공한 보웬은 1978년 한국인 부인과 여행차 경기도 연천군 전곡리 한탄강 유원지에 들렀다가 주먹도끼·사냥돌·긁개·주먹찌르개 등 ‘아슐리안 석기’(석기의 양면을 가공하여 찍고 자르는 기능을 모두 갖춘 주먹도끼) 4점을 발견해 학계에 알렸다.구석기시대인 복장을 한 진행 요원들이 원시인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전곡리에서 발견된 특이하게 생긴 돌 몇 점이 “구석기문화가 인도를 경계로 발달한 형태의 석기인 ‘아슐리안 주먹도끼’를 사용한 유럽·아프리카 지역과 단순한 형태인 ‘찍개’를 사용한 동아시아지역으로 나뉜다”고 단정했던 세계적인 고고학자 H 모비우스 교수(하버드대)의 ‘구석기 이원론’을 순식간에 뒤집은 것이다. 모비우스 교수는 “동아시아 지역에 주먹도끼가 없는 것은 이 지역이 문화적으로 정체되어 있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지표이며, 서양인의 인종적 우월성은 이미 구석기시대부터 결정되었다”는 황당한 주장을 폈었다. 일본은 자국의 역사를 70만년 전까지 확장한 후지무라 신이치 도호쿠 문화연구소 부이사장의 발굴작업이 모두 가짜라는 것이 2000년 밝혀져 3만5000년 전 후기 구석기시대에 머물고 있다.사적 제268호로 지정된 연천 전곡리 유적지에서는 1979년부터 현재까지 20여 차례에 걸친 발굴조사에서 8000여 점의 구석기유물이 나왔다. 유적지 안에 건립된 토층전시관은 1981년 4차 발굴조사 당시의 발굴피트를 복원한 전시시설로 발굴조사 사진과 출토 유물, 발굴조사에 참여한 연구자들의 생생한 기록들이 전시되어 있다. 또한 유적지 인근에 세워진 경기도립인 전곡선사박물관은 선사박물관으로서 국내 최대 규모이며 최첨단 현대식 시설을 갖춘 세계 5대 구석기박물관의 하나이다.클릭하면 큰 그림을 볼 수 있습니다연천군은 매년 5월 어린이날을 전후로 개최하는 ‘연천전곡리구석기축제’를 4일부터 8일까지 ‘전곡리안의 숨소리’를 주제로 개최한다. 방문객 숫자와 규모 면에서 세계 최대를 자랑하는 구석기축제는 올해 20회를 맞이하여 국제적 위상을 제고하고, 국제선사엑스포 개최를 위한 초석을 마련한다는 계획 하에 프로그램의 품질을 획기적으로 개선하여 선보인다. 축제는 한반도의 구석기시대는 물론 세계에 흩어져 있는 구석기문화를 체계적으로 살펴 볼 수 있어 어른과 아이들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역사축제이자 교육축제, 가족축제이다.축제를 대표하는 프로그램으로는 세계 각국의 선사문화를 접할 수 있는 ‘선사체험 국제교류전’을 비롯해 구석기인들의 삶을 생생하게 보여줄 ‘구석기 퍼포먼스’, 구석기인의 밥상을 체험할 수 있는 ‘구석기 바비큐체험’을 들 수 있다.오스트리아·스페인·일본·대만·인도네시아·스페인·이탈리아 등 13개국의 구석기 관련 기관이 참여하는 선사체험 국제교류전은 세계 곳곳에 자리한 선사유적과 문화를 소개하고, 그 나라의 원시 및 고대 민속문화를 직접 체험할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를 제공한다. 각국에서 온 학예사, 교육사, 고고학자 등 40여명이 체험프로그램을 진행하며 스페인 아타푸에르카 유적, 인도네시아 상이란 유적, 중국 주구점 유적, 한국 화순 고인돌 유적도 선보인다. 특히 약 80만년 전 유럽의 호모에렉투스 두개골이 발견된 스페인 아타푸에르카 유적지 마을 주민 24명이 축제를 벤치마킹하기 위해 지난 3일부터 6박7일 일정으로 연천을 방문 중이다.‘연천전곡리구석기축제’의 체험행사인 ‘고인돌 끌기’ 체험행사에 가족 단위로 참가한 관광객들이 있는 힘을 다해 밧줄을 잡아당기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축제때의 모습.연천군 제공30만년을 뛰어넘어 구석기시대를 생생하게 보여줄 구석기 퍼포먼스는 전곡리선사유적지에 살았던 구석기인(전곡리안)인 호모에렉투스가 석기를 다듬어 주먹도끼를 만들고, 나무를 모아 움집을 만들고, 사냥을 하고 음식을 먹는 구석기시대 고인류의 일상적인 삶을 접할 수 있다. 구석기인들의 화식체험을 할 수 있는 구석기 바비큐체험은 구석기인들의 가장 중요한 도구인 석기를 직접 제작해 날고기를 자르고, 자른 고기를 대나무꼬치에 꽂아서 대형 화덕에 구워먹는 것으로 온 가족이 함께 참여할 수 있는 가족 참여형 프로그램이다.이 외에도 구석기시대의 복식을 체험할 수 있는 ‘나도 원시인가족’, 돼지와 토끼 등을 손으로 잡는 ‘원시몰이사냥’, 활쏘기체험인 ‘원시동물사냥하기’, 캠핑 프로그램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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