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폭침 2주기를 앞두고 산화한 용사들의 흔적과 체취가 있는 육지와 바다, 그리고 사이버세상에는 추모의 발길과 글이 끊이지 않고 있다. 고사리손의 초등학생에서부터 머리카락이 하얗게 센 노인에 이르기까지 추모객들은 영웅들의 명복을 빌며 대한민국이 강국으로 거듭나길 소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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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대전 유성구 갑동 국립대전현충원에서 열린 천안함 용사 추모 조각품 기증식에 참여한 한 희생자 유가족(가운데)이 눈물을 흘리며 통곡하자 현충원 직원(왼쪽)이 부축하고 있다. |
22일 경기도 평택 해군 2함대사령부 안보전시관. 두 동강 난 천안함이 이곳 안보전시관 한쪽에 전시돼 그날의 처참한 상황을 알려주고 있다. 평일인데도 단체나 가족, 개인 등 1000여명이 이곳을 찾아 고인의 넋을 기리고 그날의 참혹한 현장을 가슴 속에 되새겼다. 인근 서해수호관에는 1, 2차 연평해전 전사자와 46인의 천안함 병사, 연평도 포격으로 사망한 순직자, 고 한주호 준위 등 171인 용사들의 개인 유품과 관련 사진 등이 방문객을 맞고 있다.
MT 행사 중인 학생 300여명과 함께 온 국제대학교 이종연(64) 총장은 “학생들에게 확실한 국가관과 안보관을 심어주는 것이 제대로 된 MT라는 판단 아래 학과장들과 협의해 2함대를 찾았다”며 “두 동강 난 천안함과 각종 유품, 사진들을 둘러보며 생각보다 훨씬 참혹한 당시의 상황을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수학여행 기간 초등학교 6학년생 88명을 인솔해 안보전시관을 방문한 제주교대 부설 초등학교 강문보(35) 교사는 “부모 품속에만 있던 아이들이 부서진 천안함을 보고 국가안보의 중요성을 처음으로 인식한 것 같아 보람을 느꼈다”고 말했다.
◆영원히 꺼지지 않는 불꽃
서해 최북단 섬 인천시 옹진군 백령도 연화리 야산의 ‘천안함 46용사 위령탑’ 한가운데는 희생 장병의 넋과 해군 정신을 기리는 가스등 불꽃이 타오르고 있다. 지난 2년간 15만여명이 이곳 위령탑을 찾아 차가운 바다에서 산화한 46 용사를 추모했다. 위령탑은 영토, 영해, 국민을 상징하는 세 개의 삼각뿔이 8.7m 높이로 솟아 있는 모양이다. 그 앞에는 46명의 얼굴과 이름이 새겨진 양각 부조 동판이 있다.
김정섭 백령면장은 “당시 현장을 가까이에서 본 마을 주민들은 46명의 꽃다운 목숨을 생각하면 마음이 아려 시간이 날 때마다 위령탑을 찾아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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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대전 유성구 갑동 국립대전현충원에서 열린 천안함 용사 추모 조각품 기증식에 참여한 유가족들이 장용수씨가 제작한 조각품을 바라보고 있다. 대전=김준범 기자 |
네이버, 다음 등 주요 포털을 비롯해 페이스북, 미니 홈페이지, 해군 사이버 추모관에서는 추모의 메시지가 속속 올라오고 있다. 추모와 애도는 물론 지난 2년을 돌아보는 반성과 안보의식을 다지는 글이 대부분이다.
국립대전현충원에서 페이스북에 마련한 천안함 2주기 추모 댓글 달기 페이지에는 100여명이 글을 남겼다. 유재범씨는 “천안함 용사들의 희생을 반면교사 삼아 자주국방을 든든히 하고, 한반도 주변의 외교무대에도 능동적으로 나서서 평화통일을 앞당겼으면 좋겠다”고 썼다.
해군이 마련한 천안함 사이버 추모관에도 애도의 글이 넘쳐났다. 김봉예씨는 “참으로 귀한 아들들… 그대들이 아직 이곳에 있었다면 나라와 민족에 필요한 인재들이었을 텐데 너무 아깝고 가슴 시려옵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평화통일 주소서”라는 글을 달았다. 2010년 4월 개설된 이 추모관에는 15만개 를 넘은 추모 메시지가 축적돼 있다.
한편 인천지역 10개 시민·사회단체가 모여 만든 ‘희망인천네트워크’는 천안함 추모 동상 건립 모금운동을 계획 중이다. 오승한 인천주니어클럽 회장은 “위령탑이 있지만, 접근성이 좋은 인천 시내에 상시 추모가 가능한 공간을 만들 필요가 있다는 데 뜻을 모았다”고 말했다.
평택·백령도= 김영석·김효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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