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정책 개입으로 극복 가능 시사 저소득층이 많은 서울시내 15개동 가운데 상대적으로 '장수촌'은 강남구 수서동과 일원1동이었다.
수서동의 2006∼2011년 평균 사망나이는 72.0세, 일원1동은 71.6세로 빈촌 전체의 평균 70.2세보다 눈에 띄게 높았다.
부촌 15곳 중 중 평균 사망나이가 최저인 동(72.6세)에 근접한 수준이다.
이는 이들 동네의 장수가 우연이 아니라 녹지가 많은 자연환경과 지자체 복지 정책의 성과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빈부의 차에서 비롯한 수명의 양극화를 정부의 정책 개입으로 어느 정도 극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곳은 강남구란 사실이 무색할 정도로 기초생활수급 세대가 많다.
수서동은 23.1%로 서울 시내에서 기초생활수급 세대 비율이 가장 높고 일원1동은 9.3%로 11번째다.
이 지역은 전문가들이 꼽는 장수의 여러 조건을 상당히 충족한다.
인구·사회학계에선 장수의 조건으로 안정된 주택과 건강을 관리할 수 있는 환경, 정서적 안정감, 잘 갖춰진 복지시설과 서비스, 의료시설과 응급구호 체계 등을 꼽는다.
수서, 일원1동은 경제적으로 어려운 노인도 이런 혜택을 누릴 수 있는 여건을 갖추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이곳은 대단지 영구임대 아파트가 밀집해 저소득층이라도 낮은 임대료로 안정된 주택을 공급받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비록 가난하지만 주거가 안정돼 있다는 것이다.
빈촌 15개동 중 평균 사망나이가 70세 이상인 곳은 7개 동인데 이들은 모두 서민 아파트 밀집지역이라는 특징이 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김승권 박사는 "한국인에게 안정된 주거지는 장수하는 데 가장 중요한 요소"라며 "아파트는 녹지를 의무적으로 확보해야 하고 안전한 도시가스를 쓰는 데다 주변 환경이 정돈돼 일반 주택보다 주거환경이 낫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녹지가 잘 갖춰진 공원과 양재천, 대모산을 끼고 있어 언제라도 운동을 할 수 있는 환경이 부촌 못지않게 잘 갖춰져 있다.
빈촌 중에서도 평균 사망나이가 최하위권인 중구의 A동이 공원과 녹지가 한 곳도 없다는 점과 대조된다.
부유층은 설사 이런 시설이 없더라도 돈을 주고 헬스클럽 등에서 운동할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한 빈촌일수록 주민의 건강은 천부의 자연환경과 더불어 녹지 조성에 상당히 영향을 받는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최첨단 종합병원인 삼성서울병원이 바로 옆에 있고 수서119안전센터 등 비상시 응급대처할 수 있는 기반이 잘 갖춰져 있다는 점도 노년층의 급사를 막을 수 있는 요인으로 꼽힌다.
노인들의 건강한 생활을 도와줄 수 있는 종합사회복지관과 같은 시설이 잘 갖춰진 점도 건강한 노후를 보내는데 일조하고 있다.
이 일대에는 아파트 주변 곳곳에 대청종합사회복지관, 태화기독교사회복지관, 명화종합사회복지관 등 복지관이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다.
강남구청 노인복지과 원혜경 주임은 이 지역의 평균 사망나이가 높은 데 대해 "영구 임대아파트가 밀집했지만 복지관과 삼성서울병원이 인근에 있어 상대적으로 노년층을 위한 복지·의료기반이 잘 구축됐다"고 설명했다.
재정 자립도가 서울시에서 가장 높은 강남구의 노인대상 사회복지 정책도 이 지역의 평균 사망나이를 높이는데 한 몫한다는 분석도 설득력이 있다.
강남구청의 올해 사회복지 예산은 지난해보다 1.5% 늘어난 1천614억7천여만원으로 전체 강남구 한 해 예산의 32%를 차지한다.
이 예산을 바탕으로 강남구는 취약계층 노인을 위한 각종 복지 안전망을 제공하고 있다.
노인층에 대한 정부와 지자체의 복지정책은 사망나이에 관한 한 어느 연령대보다 상관관계가 크다.
수서·일원동 지역 노인을 위해 무료 구내식당 운영이나, 식사 밑반찬 배달 사업, 치매예방 프로그램, 거동이 불편한 노인을 위한 이동 목욕 서비스 등 여러 가지 복지 서비스에 다른 동보다 더 투자할 수 있는 여력이 있다.
수서동 주민센터의 이정아 주임은 "저소득 노인층을 위해 정부 지원 외에도 복지시설과 공조해 무료 식당을 운영하고 식사 배달, 유산균 음료 지원도 하며, 독거 노인들에게 안부 전화도 한다"고 말했다.
오래 사는 데는 다 이유가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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