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이계 의원들은 ‘발끈’
10·26 서울시장 보선 참패 후 분출된 쇄신론을 둘러싼 여권의 내홍이 격화하고 있다. 한나라당 소장 혁신파는 6일 이명박(MB) 대통령의 공개 사과와 국정 기조의 근본적 변화를 공식 촉구했다. 이에 맞서 친이(친이명박) 직계 의원과 청와대는 강력 반발했다. 쇄신 논의가 여권 내부의 역학관계와 맞물리면서 쇄신 주도권을 둘러싼 계파 간, 당·청 간 갈등이 확산되는 모양새다.



하지만 쇄신이 관철되지 않을 경우 ‘2단계’ 행동에 돌입할 여지도 남겼다. “이번에는 적당히 멈추는 일이 없을 것”이라면서 “(그다음 단계는) 그때 가서 보면 알 것”이라는 정 의원의 결기에서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쇄신 거부를 명분 삼아 MB 탈당을 비롯해 지도부 총사퇴, 쇄신과 자신들의 총선 불출마 연계 등 초강경 투쟁을 벌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것이다.
하지만 친이 직계는 발끈했다. 혁신파가 지원한 지도부가 져야 할 선거 패배 책임을 MB에게 화살을 돌리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내년 총선에서 ‘정권 심판론’을 피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MB 때리기’에 나섰다는 것이다. 혁신파가 자성은커녕 책임 회피에 급급하고 있다는 비판인 셈이다.
김영우 의원은 “자기 쇄신이 선행돼야 한다”며 “집이 무너지는데 기왓장만 바꾼다고 되겠는가. 다같이 반성해야 한다”고 쏘아붙였고 장제원 의원도 “또 쇄신 연판장을 돌렸는데 쇄신 중독”이라고 거들었다. 한 초선의원도 “홍준표·황우여 체제를 만들어 당직을 꿰찬 사람들이 선거 패배를 전가하는 것은 양심불량”이라고 핏대를 세웠다.
한나라당 구상찬 의원이 6일 서울 여의도 당사 기자실에서 당 소속 의원 25명의 서명을 받아 청와대에 전달한 ‘대통령께 드리는 글’을 읽고 있다. 왼쪽부터 ‘쇄신 연판장’을 주도한 김성식 의원, 구 의원, 정태근 의원. 이제원 기자 |
정태근 의원은 쇄신 중독 지적과 관련, “국민의 기대를 충족시키는 쇄신을 이뤄내지 못하면 우리 모두가 역사와 국민·당원에게 죄를 짓는 것”이라고 못박았다. 그러면서 “MB를 진정으로 사랑하면 직언을 해야 한다”고 내년 공천을 염두에 둔 친이 직계의 ‘대통령 눈치보기’를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이 와중에 정몽준 전 대표, 김문수 경기지사, 이재오 의원 등 ‘반(反)박근혜’ 깃발을 든 당내 차기 대권주자도 당 쇄신에 동참하고 있다. 박 전 대표와 연합한 현 지도부에 타격을 입혀 대권판도를 흔들겠다는 의도가 깔려 있는 듯하다. 특히 김 지사는 7일 ‘미래한국국민연합’ 주최 행사에서 “재창당 수준의 강력한 쇄신”을 주문할 예정이다.
남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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