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한 생명이라도 더… 수술 시급한 출산의료체계] ④ 출산 장려보다 시스템 구축

관련이슈 한 생명이라도 더… 수술 시급한 출산의료체계

입력 : 2011-09-17 00:25:20 수정 : 2011-09-17 00:25:20

인쇄 메일 url 공유 - +

출산전후기센터 구축땐 매년 4000명의 생명 살릴 수 있다 저출산 시대를 극복하기 위해 출산을 장려하는 것 못지않게 고위험 상태의 임신이 건강한 출산으로 이어지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 분만실만 늘린다고 해서 해결될 일이 아니다. 미숙아·저체중아가 태어나더라도 바로 필요한 응급처치를 해 생명을 살려내고 건강히 키울 수 있어야 한다. 산모와 태아가 불가분의 관계이듯 산과와 소아과를 따로 떼어 놓아서는 안 된다. 고위험 임신에서 분산, 미숙아 치료까지 전 과정이 유기적·체계적으로 이뤄지는 ‘출산전후기센터’ 구축은 시급한 과제다.

◆고위험 태아 출산 포기 없어야


16일 의료계에 따르면 국내 출산의료 기술은 임신 22주, 체중 380g의 신생아까지 살려낼 정도로 발전했으나 아직도 부모들 사이에 임신 25주 미만이면 아이를 포기하려는 경향이 강하다. 장애를 지니고 태어날 것이라는 막연한 두려움과 출산 후 감당해야 할 경제적인 부담 때문이다. 일부 산부인과전문병원에서 부모들에게 임신중절(낙태) 수술을 권하는 게 현실이다. 경남지역 A병원의 의사는 “아이가 안전하지 않으면 키우지 않겠다는 생각이 많다 보니 임신 24주, 23주만 되더라도 포기하는 일이 많다”면서 “어느 순간 임신부가 병원에서 사라지는 사례도 있다”고 전했다.

고위험 출산에서 초기 진료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대구 B병원의 소아과 교수는 “750g, 500g 이하의 아이를 살리려면 조기치료가 중요하다”면서 “분만 6시간 전에는 소아과 전문의가 산과 전문의와 함께 분만실에 들어가야 하는데, 30분 전에야 연락을 받는 실정”이라고 털어놓았다.

출산전후기센터에서는 산과와 소아과가 임신 단계부터 협진을 통해 안전한 출산을 돕게 된다. 태아가 어떤 상태로 나올지 미리 예상해 바로 응급조치에 들어갈 수 있다. 정부는 지난해 출산전후기센터의 중요성을 인식해 시범사업을 하기로 하고 15억원의 예산을 편성해 국회에 제출했으나 전액 삭감당했다.

부산백병원 신종범 교수는 “소아과 전문의가 임신 25주 신생아의 생존율이 75%에 이르고 출산 시 어떤 처치와 치료가 이뤄질 것이며, 정부 지원이나 보험금을 어떻게 받을 수 있는지 등을 설명해 준다면 부모들이 아이를 쉽게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 해 4000여명 출산효과 가능”

병원들은 돈이 안 되는 신생아집중치료실(NICU)을 없애고, 수익이 나는 암센터나 심혈관센터에 공을 들이고 있다.

전국의 NICU 병상은 2005년 1731개에서 지난해 1252개로 줄었다. 의료계에서 추산하는 적정 병상(1430개)보다 200개가량이 부족하다. 상황이 심각해지자 정부는 2008년부터 NICU 지역센터사업을 펴고 있다. 첫해 3곳(30병상), 2009년 2곳(20〃), 2010년 3곳(30〃), 올해 5곳(50〃)이 지정됐다.

전문가들은 출산의료시스템을 아예 출산전후기센터 체제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지역센터로 지정된 NICU에서조차 산과와 소아과 사이에 높은 장벽이 가로막혀 있다. 지방 C병원의 분만실과 NICU가 바로 붙어 있는데도 시스템은 유기적이지 못하다고 병원 관계자들은 털어놓는다.

출산전후기센터에는 모체·태아 치료센터와 신생아 치료센터, 출산전후기 건강관리센터, 의료정보센터 등이 갖춰져야 한다. 분만감시장치와 호흡순환감시장치, 초음파진단장비, 신생아 이송용 보육기도 필수적이다. 의료정보센터는 고위험 산모·신생아 상담과 이송 정보제공을 맡는다.

지방은 권역별 거점 병원을 중심으로 각 병원의 인프라를 유기적으로 활용하는 시스템화도 필요하다. 출산전후기센터가 구축된 병원과 신생아 장기기형 수술이나 심장 수술 등에서 비교우위에 있는 병원들을 하나의 체계로 묶어 주는 개념이다.

관련 학계는 출산전후기센터 구축으로 연간 4000여명의 출산 효과가 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일본이나 미국 사례와 비교할 때 우리나라 연간 신생아 47만명의 1%에 해당하는 아이를 추가로 살릴 수 있다는 추산이다.

한양대 김창렬 교수는 “고위험 산모한테서 태어난 고위험 신생아도 제때 제대로 치료받으면 살릴 수 있고 건강한 삶을 살 수 있다”면서 “한 해 불임시술 사업에 지원하는 금액이 300억∼400억원인데 그 정도 비용을 출산전후기센터에 투자하면 연간 몇천명을 살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특별기획취재팀 = 박희준·신진호·조현일 기자 specials@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있지 유나 '반가운 손인사'
  • 있지 유나 '반가운 손인사'
  • 에스파 카리나 '민낮도 아름다워'
  • 한소희 '완벽한 비율'
  • 최예나 '눈부신 미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