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사히신문은 3일 1980년대 영국 셀라필드의 핵연료 재처리 공장에서 발생한 방사능 폐액 유출사고를 소개하면서 후쿠시마 바다가 사고 당시 셀라필드와 유사하다고 지적했다. 영국 북서부 캠브리어 지역에 위치한 이 작은 마을에는 아일랜드해를 따라 핵연료 재처리 시설이 늘어서 있다. 이들 시설에선 1950년대부터 군사 목적의 핵연료 재처리가 진행됐고 1979년 까지 경수로용 재처리 시설에서 용해조 대사고가 발생하는 등 사고가 잇따라 폐쇄됐다.
1983년에는 시설에서 대량 방사능 폐액을 바다에 방출해온 사실이 적발됐고 심각한 피해가 발생했다. 공장 근로자와 주변 지역 주민의 체내 플루토늄양이 급증했고 소아 백혈병 발생률이 다른 지역의 10배에 달했다. 새우와 대구, 가자미의 보고(寶庫)였던 아일랜드해는 어업에 직격탄을 맞았고 영국의 대표 간식인 ‘피시 앤드 칩스’를 만드는 업체는 “아일랜드해 물고기를 사용하지 않는다”는 광고를 내기도 했다.
신문은 “사고 당시 세슘 137의 농도가 해수 1ℓ당 12㏃(베크렐) 이상인 지점도 있었다”며 “후쿠시마 1원전 반경 30㎞ 지점 바다에서도 지난달 30일 세슘 137이 1ℓ당 8.5㏃이 검출돼 70년대 셀라필드의 수준에 육박했다”고 우려했다. 80년대 이후부턴 방사성물질의 배출량이 크게 줄어 2007년 0.2㏃까지 떨어졌으나 폐액이 지금도 바다에 계속 흘러들고 있어 주민과 주변 국가들은 불신을 지우지 못하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셀라필드 근해의 대구에서는 지금도 1㎏당 10㏃의 세슘 137이 검출되고 조개류, 갑각류, 해조류 등에서도 1㎏당 1∼8㏃이 검출된다. 이 지역 공중보건을 총괄하는 존 애슈턴 박사는 “반세기 가까이 지났지만 주민들의 마음엔 여전히 불안감이 있다”고 말했다.
이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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