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자매지인 환구시보(環球時報)는 9일 한국언론의 보도를 인용, 사건 내용을 상세히 전하면서 덩신밍(33)씨가 스파이일 가능성이 작다고 전문가를 인용해 보도했다. 한반도 전문가인 랴오닝(遼寧)성 사회과학원의 뤼차오(呂超) 주임은 “한국 언론들의 보도에는 엽기적인 내용이 더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며 “대통령의 친형이나 부인의 전화번호가 새 나왔다는 것은 언뜻 보면 놀랄 만한 일이지만 사실 정보 가치가 별로 없다”고 말했다.
뤼 주임은 이어 2008년 ‘여간첩 원정화’ 사건을 거론하며 “한국 언론이 종종 이런 수법으로 북한 간첩사건을 조작해왔다”고 비난했다. 그는 “당시 북한 간첩이 서울로 들어가 황장엽 전 북한노동당 비서의 주소를 캐내려 했다고 한국언론이 보도했지만 서울 사람들은 그가 어디에 사는지 모두 알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뤼 주임은 이어 “그동안 일본과 미국에서 중국의 미녀 간첩을 지적했는데 한국도 이 진영에 합류하기 시작했다”며 “이는 천안함 침몰사건 이후 한·중 관계가 나빠진 분위기를 반영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한국이 중국굴기(中國屈起) 중에 적지 않은 이익을 얻었지만 정치적으로는 미국의 전략에 비위를 맞출 수밖에 없다”면서 “이 때문에 최근 수년간 ‘중국위협론’이 한국에서 인기를 모으고 있다”고 덧붙였다.
환구시보는 김정기 전 상하이 총영사의 국내언론 인터뷰를 인용해 한국 외교관이 덩씨의 여간첩 가능성을 부인했다고 강조했다. 김 전 총영사는 “덩씨는 정보 스파이가 아니며 이번 사건은 국내 정보라인이 나를 음해하기 위해 조작한 것”이라고 말했다.
신화통신 등 중국 주요 언론과 시나닷컴 등 주요 인터넷포털도 이 기사를 전재하며 사태 추이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봉황망(鳳凰網) 등 홍콩언론도 한국언론을 인용해 사건내용을 전했다. 명보(明報)는 중국의 스파이 활동을 언급하면서 국제언론이 중국의 미녀 간첩에 관해 크게 보도하고 있지만 그중 많은 경우는 근거가 없다고 지적했다.
베이징=주춘렬 특파원 cljo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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