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원유’ 이해 관계 걸려
국제 공조 도출 쉽지 않아 리비아 사태에 대한 국제사회의 심경이 착잡하다. 자국민을 무차별 살육하는 무아마르 카다피 정권에 철퇴를 가하고 싶지만 개입할 수단이 거의 없다. 설령 국제사회가 어렵사리 합의해 군대를 파견한다 하더라도 리비아가 오랫동안 서방의 경제제재와 군사공격에 단련돼왔고 원유라는 든든한 무기를 가지고 있는 탓에 그 효과는 미미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독일 시사주간 슈피겔 등에 따르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22일(현지시간) 대(對)리비아 언론발표문은 국제사회의 이 같은 고민을 여실히 드러낸다. 유엔 안보리는 이날 리비아 당국의 유혈 진압을 규탄하며 국민 요구에 부합하는 개혁 조치를 취할 것을 촉구했다. 하지만 아프리카 최대 원유 매장국인 리비아가 세계 경제에서 차지하는 위상을 고려해 경제제재나 평화유지군 파견, 비행금지구역 설정 같은 물리적 억제력은 언급하지 않았다.
최근 이집트, 바레인 시위 사태 때 적극 영향력을 발휘한 미국도 리비아에 관한 한 답답하기는 마찬가지. 외교관계도, 영향력도, 교류도 거의 없다. 1969년 카다피 정권이 들어선 이래 40여년간 미국은 리비아와 철천지 원수지간이었다. 상대국에 대한 테러와 공습·경제제재를 주고받았다. 미국은 2008년 리비아와 외교관계를 복원한 뒤 비무장 프로그램으로 한정해 연간 100만 달러 정도만을 지원했다. 그마저도 올 초에는 위키리크스 폭로 여파로 현지 대사를 철수시킨 상태다.
미국보다는 상대적으로 리비아와 관계가 괜찮은 유럽연합(EU) 역시 내부 이견으로 한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다. 원유 공급과 아프리카 난민 문제 등으로 리비아와 정치·경제 협력이 활발한 이탈리아는 핀란드 등 일부 국가가 제안한 카다피 일가의 역내 입국 금지와 자산 동결 제안을 거부했다. 워싱턴포스트는 이날 “리비아의 막대한 석유 매장량 때문에 미국이나 유엔의 제재가 설령 이뤄진다해도 국제사회의 공조를 이끌어낼지는 불확실하다”고 분석했다.
송민섭 기자 stso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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