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기상청과 지방자치단체 등에 따르면 올해 일조량은 최근 40년간 가장 적은 반면 강수 일수는 가장 많고 4월말까지 겨울을 연상시키는 추운 날씨가 이어지면서 시설작물에 엄청난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더욱이 이 같은 날씨는 한동안 더 계속되다가 내달 중순께 가야 회복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와 농심을 더 얼어붙게 하고 있다.
농정당국은 이에 대해 재해복구비 지원 등을 약속하고 있지만, 농민들은 농업재해보상법 제정 등 장기적이고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저온 피해 전방위 확산 = 저온과 일조량 부족에 따른 피해는 지난달까지만 해도 강원과 경북 등 일부 지역과 작물에서 발행했지만 이달 들면서 지역과 작물 범위가 급속도로 확대되고 있다.
대전지역의 대표적인 과수인 배의 경우 이상저온으로 꽃눈이 제대로 발아하지 못하면서 품질 저하와 생산량 격감이 우려되고 있다.
유성지역 40여곳 배 과수농가는 40∼90%의 냉해 피해를 이미 본 것으로 집계됐다.
최근 최저기온이 영하로 떨어진 경북 경산과 영천, 의성지역의 배와 자두, 복숭아에도 동해가 발생했다.
의성군의 경우 배 재배면적 57㏊ 전역과 자두 재배면적의 절반인 420㏊에서 피해가 나타났으며 경산의 복숭아와 자두 재배지역 중 250㏊, 영천의 배 과수원 80㏊에서 저온으로 꽃의 암술이 얼어 검은색으로 변하는 현상이 나타났다.
또 경주에서도 배 과수원 100㏊에서 저온피해가 발생했고 추가 신고 접수도 잇따르고 있어 피해면적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배 산지인 전남 나주, 영암지역 등은 새벽 기온이 영하로 뚝 떨어진데다가 진눈깨비까지 내려 3천100여ha 가운데 60∼70%가 냉해를 입은 것으로 나주배농협은 추산하고 있다.
전북에서는 시설원예 피해가 573㏊에 이르고 전국 재배면적의 83%를 차지하는 복분자는 1천651㏊의 면적이 고사해 피해가 393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복숭아 고장으로 유명한 경기 이천시 장호원 일대 500여농가 500여㏊ 농장에서는 이미 지난달 중순 복숭아 나무의 꽃눈이 평균 30%가량 동해를 입은 것은 물론, 복숭아 나무 10% 이상이 얼어 죽은 것으로 추산됐다.
강원 원주지역 복숭아꽃은 저온 현상으로 만개가 예년보다 일주일 가량 늦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 지역은 벌써 지난 1월 강추위로 복숭아밭 391㏊에서 동해가 발생, 나무가 얼어 죽거나 꽃눈이 피해를 봤다.
◇농민들 "농업재해보상법 제정하라" = 농림수산식품부는 지난 19일 농어업재해대책심의위를 열고 일조량 부족과 냉해를 입은 농가에 재해복구비 1천567억원을 보조 및 융자 지원하고 재해대책경영비 1천900억원을 특별융자 지원키로 했다.
지난 16일 현재 농림부가 파악한 일조량 부족과 저온 피해 규모는 전체 시설재배면적 5만1천여㏊ 가운데 28%인 1만4천여㏊였다.
그런데 농민들은 재해보험 대상에서 저온피해가 제외돼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못한다며 울상을 짓고 있다.
과수 농가 대부분은 농작물재해보험을 하절기 태풍 등 피해에 따른 부분만 가입하고 동해에 따른 특약에 추가로 들지 않아 보험 혜택을 받을 수도 없다는 것이다.
경북 경주의 한 농민은 "보험 특약에 가입하려면 추가 비용이 들어 대부분의 과수 농가가 들지 않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전국농민회총연맹 전북도연맹 등 전북지역 농민단체는 최근 "이상기온에 따른 냉해로 농민들이 고통받고 있다"며 "정부와 각 지자체는 냉해 피해지역을 재조사하고 보상대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냉해 피해지역 재조사 및 보상대책 마련 ▲복분자 냉해피해의 농업재해 인정 ▲피해금액 현금 지급 ▲농작물 재해보험 확대 적용 ▲냉해피해에 대한 향후 대책 수립 등을 요구했다.
제주지역 농민단체들도 "이상기후로 제주 서부지역의 주 작목인 조생양파에 습해와 각종 병해, 비대기의 광합성 부족에 따른 생육지연으로 생산량이 50% 이상 감소할 정도로 심각한 피해가 발생했다"며 "이상기후에 따른 철저한 피해조사와 종합적인 지원대책을 수립하라"고 촉구했다.
농민단체들은 또 정부와 지자체에 농민들이 실질적인 보상을 받으려면 농업재해보상법이 제정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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