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여러분께 죄송하고 마음이 무겁다.”
MBC ‘PD수첩’이 보도한 스폰서 검사 의혹 진상을 규명할 진상조사단장에 임명된 채동욱 대전고검장(사진)이 21일 내놓은 첫 반응이다. 채 고검장은 조은석 대검찰청 대변인을 통해 “검찰 간부의 한 사람으로서 국민 여러분께 죄송하고 마음이 무겁다”면서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해 신속히 진상조사단을 구성하고 조사를 시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채 고검장은 “앞으로 진상규명위원회가 구성되면 그 의사 결정에 따라 철저하게 사실관계를 밝히겠다”고 덧붙였다. 김준규 검찰총장은 이날 오전 “진상규명위원회 위원장에는 민간인을 위촉하고 위원 자리도 3분의 2 이상은 민간인한테 맡긴다”는 방침을 밝혔다. 채 고검장은 진상조사단장과 함께 진상규명위원도 겸하게 된다.
올해 51세로 서울에서 태어난 채 고검장은 서울대 법대를 거쳐 1982년 24회 사법시험에 합격하며 법조계에 첫발을 내디뎠다. 1995년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 비자금 사건 수사팀에 합류하며 특별수사와 인연을 맺은 이래 ‘특수통’으로 잔뼈가 굵었다. 12·12 사건과 5·18 사건의 검찰 측 논고를 작성한 것으로 유명하다. “입이 무겁고 끈질기게 수사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2003년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장 시절엔 ‘굿모닝시티’ 사기분양 사건 수사를 맡아 민주당 대표를 지낸 정대철 전 의원을 구속했다. 2006년 대검 수사기획관 시절엔 현대자동차 비자금 사건 수사를 맡아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을 구속했다. 이때 사법시험 동기생인 이인규 전 대검 중수부장과 나란히 ‘재계 저승사자’라는 별명을 얻었다.
조 대변인은 채 고검장이 진상조사단장으로 임명된 배경에 대해 “지검장이 (조사) 대상이니까 (조사 담당자는) 고검장 정도는 돼야 한다. 조직 내 신망과 언론의 신뢰 등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채 고검장이 서울고검에 마련될 진상조사단 사무실로 자리를 옮기면 대전고검은 고검장과 차장이 모두 공석이 된다. 대검은 이 점을 감안해 업무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한 대책을 강구 중이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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