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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란드 대통령궁은 `촛불의 바다'

입력 : 2010-04-13 09:16:27 수정 : 2010-04-13 09: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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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지 않는 추모 열기..끝없는 조문행렬


카친스키 관 13일 공개.."대통령 부부는 소박한 분"
바르샤바의 대통령궁 주변은 레흐 카친스키 대통령이 불의의 비행기 사고로 사망한 지 사흘째인 12일(현지시간) 밤에도 고인에 대한 추모의 열기가 전혀 사그라질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폴란드 국기와 조화를 든 인파가 끊임없이 몰려드는 대통령궁 앞의 거리는 국민의 슬픔과 회한을 상징하는 듯 거대한 '촛불의 바다'가 됐다.

자원봉사에 나선 보이스카우트와 걸스카우트 대원들은 시민들이 끊임없이 내미는 촛불을 건네 받아 가지런하게 정돈하고 있었으나 더는 놓을 공간을 찾기 어려울 정도였다.

새 촛불을 위한 공간을 마련하기 위해 다 타버린 촛불을 수거하고 있던 한 걸 스카우트 대원은 "모든 사람이 슬퍼하고 있고, 앞으로 폴란드가 어떻게 될지 걱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통령궁에 마련된 조문소에는 시민들의 행렬이 끝없이 이어졌다. 경찰은 대통령궁 입구를 막은 채 10여명씩 조문소 안으로 들여보냈으며, 시민들은 언제 올지 모르는 차례를 묵묵히 기다리고 있었다.

조문 행렬에 있던 아나스타샤 올레스키비치(34)씨는 "폴란드뿐 아니라 유럽의 역사에 엄청난 손실이자 비극"이라면서 "내가 살아오면서 이런 감정을 경험한 것은 처음으로, 평생 이번 사고를 잊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크라코프의 한 출판사에서 편집을 맡고 있다는 그녀는 카틴 숲 학살 70주년 추도식에 참여하기 위해 러시아의 스몰렌스크에 갔다가 사고 소식을 듣고 현장을 방문하기도 했다면서 "그러나 사고 후 러시아를 비롯해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등 주변국들이 폴란드에 도움을 줘 좋은 감정을 갖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준재 주폴란드 한국 대사도 이날 대통령궁과 외무부가 외교사절 등을 위해 별도로 마련한 조문소를 차례로 방문해 조문록에 서명했다.

바르샤바는 대통령궁과 인근 광장 주변 지역을 제외하고는 일상을 되찾은 모습을 보이고 있으나 곳곳에 조기와 검은 리본이 내걸렸고 사람들의 표정은 여전히 침울했다.

수천명의 시민은 폴란드 국기를 상징하는 빨간 장미와 흰 장미를 들고 밤을 지새웠다.

회계사로 토마스라고 이름을 밝힌 한 시민(40)은 "국민들이 대통령뿐 아니라 다른 모든 희생자를 추모하고 있다"면서 "그들은 모두 훌륭한 사람들이었다"고 했다.

전날 사고 현장에서 바르샤바로 옮겨져 대통령궁에 안치된 카친스키 대통령 시신이 든 관은 13일부터 일반에 공개될 예정이다. 12일 신원이 확인된 영부인 마리아 카친스키의 시신도 이르면 13일 바르샤바에 도착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다른 희생자들의 신원 확인은 주 중반쯤 돼야 가능할 것으로 보이며 16일부터 폴란드로 운구될 것으로 전해졌다.

폴란드 언론에 따르면 많은 시신이 DNA 검사를 해야 할 정도로 심하게 훼손됐으며, 영부인의 시신도 반지를 통해 겨우 확인했다. 카친스키 대통령의 시신은 사고 당일 현장을 방문한 카친스키 대통령의 쌍둥이 형 야로슬라브 카친스키 '법과 정의당'(PiS) 당수에 의해 확인됐었다.

카친스키 대통령이 장례식은 오는 17일 국장으로 엄수될 예정이다. 장지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지만, 국영 RMF 방송은 대통령 부부가 함께 묻힐 것이라고 보도했다.

폴란드의 한 일간지는 대통령 부부가 대통령궁으로 들어가기 전 살았던 바르샤바 한 지역 주민들을 말을 인용해 "카친스키 대통령과 마리아 여사가 아주 평범하고 소박한 분들이었다"고 전했다.

한 주민은 "마리아 여사는 동네 상점에서 물건 사는 것을 좋아했는데, 카친스키 대통령은 같이 쇼핑을 하면서 주민들이 생수 상자를 싣는 것을 도와주곤 했다"고 회고했다.

한편 이번 사고가 폴란드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정부의 평가대로 크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폴란드 증시 WIG20 지수는 이날 1%, 25.08포인트 오른 2,578.66로 폐장, 2008년 9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즐로티 화도 강세를 나타냈다. 즐로티 화는 지난 주말의 유로당 3,872에서 3,868로 거래됐다.

사고 원인에 대해서는 러시아와 폴란드 간에 미묘한 입장 차이가 노출되고 있다.

러시아 관리들은 조종사가 관제탑의 계속된 경고에도 착륙을 시도했으며 블랙박스에 기록된 관제탑과의 교신에서도 기체 결함은 없는 것 같다고 밝혔다. 레흐 바웬사 전 폴란드 대통령은 기내의 누군가가 착륙을 강행하도록 압박했을 가능성을 제기하기도 했다.

그러나 안드르제이 세레메트 폴란드 검찰총장은 "현 단계에서 조종사가 착륙하라는 압력을 받았다는 아무런 증거도 없다"면서 "전문가들이 교신 당시의 소음에 대해 분석하고 있다"고 말해 여전히 기체 결함에 무게를 두고 있음을 시사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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