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다음 공판 때 입장 정리 한명숙 전 국무총리의 뇌물수수 의혹 사건을 심리 중인 법원이 검찰에 공소장 변경을 권고해 주목된다. 통상 수사가 부실하거나 혐의를 잘못 적용했을 때 공소장 변경을 요구하는 사례가 많은 만큼 법원이 한 전 총리 수사의 문제점을 지적한 것으로 풀이된다. 뇌물 공여자로 지목된 곽영욱 전 대한통운 사장의 오락가락하는 진술로 곤경에 빠진 검찰이 한층 궁지에 몰리게 됐다.
18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7부(김형두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한 전 총리 6차 공판에서 재판부는 검사한테 “뇌물을 전달한 구체적 행위가 특정되지 않았다”며 공소장을 바꾸라고 권고했다. 곽씨가 2006년 12월 총리공관 오찬에서 한 전 총리한테 5만달러를 건넬 당시 상황에 대해 말을 바꾼 만큼 기존 공소사실론 재판 진행이 어렵다는 것이다.
검찰에 따르면 한 전 총리 공소장에는 “곽씨가 총리공관 오찬 후 다른 참석자들이 먼저 나가고 한 전 총리와 둘만 남아 2만, 3만달러가 담긴 편지봉투 2개를 한 전 총리에게 건네줬다”고 적혀 있다. 하지만 곽씨는 법정에 증인으로 나와 “돈봉투를 오찬장 의자 위에 놓고 나왔다”고 진술했다.
재판부 권고에 검찰은 “곽씨가 조사를 받으면서 뇌물을 건넨 방법을 명확히 밝히지 않아 그냥 ‘건네줬다’는 추상적 표현을 썼다”고 해명했다. ‘건네줬다’는 말에는 손에서 손으로 전달한 것과 의자에 두고 나온 것 등 여러 전달 방법이 다 포함돼 있다는 뜻이다.
그러나 재판부는 “그렇다면 탁자에 놓았다는 것이나 비서에게 돈을 줘 이를 비서가 다시 건네줬다는 것도 다 포함되는 셈이고, 결국 공소사실이 특정되지 않는다”며 “구체적 행위가 특정돼야 하니 공소장을 다시 써내는 것을 검토하라”고 재차 주문했다. 검찰은 공소장 변경 여부를 검토해 다음 공판에서 입장을 밝히기로 했다.
대법원은 판례를 통해 “형사사건에서 검찰이 공소사실을 특정하지 못할 경우 피고인 방어권 행사가 제한되므로 공소기각 판결을 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검찰이 한 전 총리 혐의를 명확히 하지 못하면 향후 재판에서 불리할 수도 있음을 암시하는 대목이다.
한편 이날 공판에는 총리공관 오찬 당시 한 전 총리 경호를 맡은 윤모씨가 증인으로 나와 “만 8년 근무한 경험에 비춰 볼 때, 총리공관 오찬장에서 곽씨가 돈봉투를 의자에 두고 한 전 총리가 이를 가져가는 상황이 이해가 되느냐”는 변호인 질문에 “내 경험상으로는 잘 이해가 안 된다”고 밝혔다.
그는 “오찬이 끝나고 손님은 나오는데 총리가 안 나오면 들여다보지 않느냐”는 검사 물음에는 “근무하는 동안 대부분 총리가 먼저 나왔고, 총리가 먼저 안 나온 경우는 없었던 것 같다”고 증언했다. 그는 “만약 총리가 (먼저) 안 나오는 경우에는 경호팀장이 오찬장으로 바로 들어가 본다”면서 “총리 안전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총리 곁을 떠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김정필 기자 fermat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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