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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지정문화재 절도 기승…국보 1점·보물 7점도 행방불명

관련이슈 졸속 개발에 '歷史'가 사라진다

입력 : 2009-07-02 21:00:18 수정 : 2009-07-02 21:0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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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사기획]졸속 개발에 '歷史'가 사라진다

감시 소홀 틈타 부도·분묘 석물 등 훔쳐가

올 들어 13건·567점 도둑 맞아 ‘속수무책’
“거제 세진암 불상 도난 사건이 잘 해결돼 다행입니다. 이처럼 빨리 범인을 잡고 문화재를 회수하는 예는 매우 드물어요.”(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 김윤석 문화재수사반장) 지난달 3일 새벽 1시. 비닐봉지로 얼굴을 가린 두 괴한이 칠흑 같은 어둠을 틈타 경남 거제면의 전통사찰 세진암 대웅전에 숨어들었다. 이들은 사찰을 지키는 개에게 수면제를 탄 약을 먹이고 법당 안에 설치된 폐쇄회로(CC)TV를 부순 후 봉안된 삼존불상 중 좌·우의 관음보살 좌상과 대세지보살 좌상을 훔쳐 달아났다.

수사에 나선 경찰은 범행 하루 전 수상한 이들이 사찰 주변을 기웃거리는 모습을 대웅전 CCTV 녹화화면에서 발견했다.

또 거제대교 CCTV에서도 이들의 차량이 통과하는 장면을 확인, 검거에 나섰다. 9일 밤 대전의 한 모텔에서 검거된 범인들은 둘 다 전과 10범 이상의 문화재 전문털이범이었다. 도난당한 불상도 회수했다.

이들은 사건 당일 또 다른 사찰 대웅전에도 침입했으나 불상이 무거워 범행을 포기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과 공범관계로 장물아비 역할을 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골동품상 A씨는 아직 잡지 못했다. 불상은 세진암으로 돌아왔지만 금칠이 벗겨져 다시 입혀야 한다.


게다가 불상 안에 안치된 복장유물은 범인들이 이미 어딘가로 넘긴 상태다. 주지인 종묵 스님은 “2002년 삼존불상이 경남지역 문화재자료로 지정된 후부터 탐내는 사람들이 많아진 것 같다”며 “또 이런 일이 생길까봐 걱정”이라고 말했다.

문화재 도난 범죄가 끊이지 않고 있다.

올 들어서만 13건, 567점의 문화재를 도둑맞았다. 관리하는 사람이 없는 깊은 산속 무덤 석물이나 방치되다시피한 옛 유물 등 신고되지 않은 문화재 도난은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1985년부터 올 6월까지 발생한 문화재 도난은 총 591건, 1만7531점에 달한다. 이 가운데 해결된 사건은 163건, 돌아온 문화재는 4317점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오리무중이다.

국보 3점, 보물 20점도 도둑맞았는데 국보 1점(238호 소원화개첩)과 보물 7점(7호 여주 원종대사 혜진탑 상륜부 등)은 아직도 찾지 못했다.

문화재 도난에 따른 가장 심각한 문제는 “한번 사라진 문화재는 쉽게 세상에 나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대체할 수 없는 민족 유물이 어딘가에 있는 비밀창고에서 영원히 잠잘 수 있다는 얘기다.

문화재 관리가 허술했던 과거와 달리 요즘은 정부도 도난 예방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도난당했다가 되찾은 불상들. 문화재 전문 털이범들은 불경 등 복장유물을 찾기 위해 불상 뒷부분을 크게 훼손했다.
국보·보물 등 지정문화재의 불법거래를 막기 위한 데이터베이스도 구축해 도난 문화재 거래 자체가 힘들어졌다. 유명사찰 등 문화재 밀집지역엔 CCTV가 설치돼 지정문화재를 노린 범죄도 많이 줄었다.

그러나 감시가 소홀한 종갓집 등 지방 고택의 유서깊은 물품·서책류와 외진 곳에 있는 부도, 분묘의 각종 석물 등 비지정 문화재를 노린 범죄는 여전히 기승을 부린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골동품 가치를 평가하는 TV프로그램이 수년 전부터 방영되면서 문화재에 대한 국민의식이 높아지는 긍정적 효과도 있었지만 이전까진 별 관심 없던 일반범들까지 유물을 ‘돈’으로 여겨 마구 훔쳐내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형사정책연구원 신의기 범죄연구센터장은 “문화재 범죄 중에서도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비지정 문화재”라며 “실태가 파악되지 않아 관리가 어렵고 도난 시 회수도 어려운 만큼 비지정문화재 조사·관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문화재범죄를 단속할 전문인력 보강도 시급하다. 문화재청에는 문화재범죄 수사를 전담하는 인원이 2명뿐이다. 경찰도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에 문화재 조사반을 두고 있지만 전담수사인력이 5명에 불과하다.

전문가들은 “문화재범죄는 범행이 쉽고 수익이 높아 재범률이 높은 것이 특징”이라며 “도난사건, 미술품 위·변조 등을 함께 다룰 예술·문화재 전담 수사인력 확충과 관련조직 강화가 시급하다”고 강조한다.

특별기획취재팀=염호상(팀장)·박성준·엄형준·조민중 기자 tams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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