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은 환율은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추가 인하에 부담을 주고 ▲무차별적인 물가상승을 가져오며 ▲기업들의 설비투자를 늦추는 등의 부작용을 불러온다.
물론 환율 상승은 수출을 촉진하고 해외 여행을 줄여 경상수지 개선에 도움을 준다. 그러나 펀더멘털 개선에 따른 결과물이 아니어서 그 효과가 제한적이다.
◇ 기준금리 인하에 부담
24일 한국은행과 민간 연구기관에 따르면 환율상승은 다음 달 13일 열리는 한은 금융통화위원회의 기준금리 결정에 적지않은 부담을 줄 것으로 보인다. 기준금리의 추가적인 인하가 환율상승을 더욱 부추길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한은이 기준금리를 내리면서 중요하게 고려했던 것 중 하나는 국내 금리가 지나치게 낮을 경우 외국인 자금이 국내 채권시장에서 빠져나갈 수 있다는 점이었다. 특히 외국인 자금의 철수는 환율의 상승을 불러온다.
다만, 올들어 환율이 다소 안정되면서 기준금리 인하에 따른 부작용 부담을 어느 정도 덜었다. 그러나 환율이 또다시 고공행진을 시작하면서 한은은 추가적인 금리 인하에 부담을 느끼는 상황에 직면했다.
한은 관계자는 "환율의 수준은 기준금리의 추가적인 인하 여부를 판단하는데 중요하게 고려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경제전문가들은 한은이 현재 2.0%인 기준금리를 0.25% 내리거나 동결할 것으로 전망했었다. 그러나 환율불안이 지속될 경우 동결 쪽에 무게가 실릴 가능성이 있다.
◇ 물가불안 초래
높은 환율은 물가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 국제 유가와 원자재가격이 상대적으로 안정돼 있으나 환율의 고공행진은 수입물가를 끌어올리기 때문이다.
한은에 따르면 환율이 10% 오르면 소비자물가는 0.8%포인트 상승한다. 이는 유가가 10% 상승할 경우 올라가는 소비자물가 0.2%의 4배나 된다. 그만큼 환율 상승은 물가에 무차별적인 영향을 준다.
한은의 `2월 소비자동향 조사결과'에 따르면 앞으로 1년간의 기대인플레이션율은 4.1%로 전월의 4.0%에 비해 0.1%포인트 올랐다. 기대인플레이션율이 상승한 것은 작년 9월 이후 5개월 만에 처음으로, 환율 급등에 따른 것이라고 한은은 설명했다.
물가 상승은 국민 전체의 실질소득을 떨어트린다는 점에서 경제에 타격을 준다. 특히 고소득층보다는 저소득층이 물가상승에 따른 피해를 상대적으로 많이 보게 된다.
그러나 환율 상승 만큼 소비자물가가 반드시 올라가는 것은 아니다. 시장 상황에 따라 물가에 덜 반영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한은 관계자는 "환율 상승은 물가에 광범위한 영향을 주지만 불경기 상황에서는 기업들이 판매가격을 올리지 못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 설비투자 위축
환율 상승은 성장 잠재력을 훼손한다.
환율의 고공행진으로 해외에서 설비를 들여오는데 따른 비용이 늘어나면 그만큼 설비투자는 줄어들기 때문이다. 이는 단기적으로 내수 위축을 초래하고 장기적으로는 성장 잠재력을 갉아먹는다.
작년 4분기의 설비투자 증가율은 전기대비 -16.1%로 1998년 1분기의 -17.8% 이후 최악이었다. 그 이후 가장 나빴던 것은 2003년 1분기의 -3.9%였다는 점에서 작년 4분기에 설비투자는 심각한 수준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의 환율 상승은 설비투자를 더욱 짓누른다.
삼성경제연구소의 황인성 수석연구원은 "환율이 불안하게 움직이면 기업들은 환란당시를 떠올리게되고 이는 투자를 뒤로 미루는 결과를 낳는다"고 말했다.
고환율은 경상수지 개선에는 도움을 줄 것으로 보인다. 수출이 늘어나고 해외 여행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경상수지 개선은 기초체력이 향상된 데 따른 결과물이 아니어서 긍정적인 신호라고 보기 어렵다.
<연합>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