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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려내라" 유족들 '오열.분노'

입력 : 2009-01-21 08:30:21 수정 : 2009-01-21 08:3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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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 재개발지역 건물을 점거한 채 농성하던 중 경찰의 강제진압 과정에서 20일 숨진 철거민들의 신원이 속속 드러나면서 유족들의 통곡 소리가 커지고 있다.

재개발지역 상가 세입자로 농성에 합류했다가 사망한 양모(55.관악구 봉천동)씨의 부인은 20일 오후 용산경찰서를 찾아 "우리 남편 살려내라"며 울부짖었다.

그는 "지난주 일요일 가족이 모두 모여 식사를 하는데 남편이 `돈이 없어 미안하다'고 하소연을 하더라. 그 길로 건물에 올라가더니 영영 돌아오지 못할 몸이 되고 말았다"며 눈물을 흘렸다.

가족들은 이날 오전 경찰 진압으로 사망자가 속출했다는 소식을 들었지만 혹시 다치기만 하고 목숨은 건졌을 수도 있다는 희망을 품고 병원을 돌아다니다 오후 늦게 용산서를 찾았다고 전했다.

양씨의 딸은 "현장에서는 절대 시신을 보여주지 않더니 뒤늦게 경찰서 쪽에서 `시신을 찾아가라'는 연락을 하더라. 국과수에서 부검했다는데 어떻게 가족 동의도 없이 시신을 훼손할 수 있느냐"며 분노를 표출했다.

부자(父子)가 농성을 벌이다가 변을 당한 사례도 있다.

농성장 뒤편 건물에서 세를 얻어 호프집을 운영해온 이모(70)씨와 아들(36)은 함께 농성에 합류했다가 이씨는 숨지고 아들은 크게 다쳤다.

이씨의 다른 아들(45)은 "용산에서 30년간 장사를 했기 때문에 그 가게는 우리 가족의 삶의 터전이었다"며 "재개발로 희망을 잃게 되자 아버지와 동생이 한꺼번에 농성장에 들어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시위 당시 아버지는 화재 현장에 계셨고 동생은 건물 벽에 매달렸다가 떨어진 것 같다"며 "건물 안에 있던 사람은 밑으로 떨어지든지 죽든지 두 가지 길밖에 없었다."고 경찰의 강경 진압을 비난했다.

노점상 이모(50.경기 용인)씨의 가족은 밤늦게 이씨의 사망이 확인됐다는 소식에 눈물을 쏟았다.

이씨의 여동생은 "올케가 아침부터 용산지역 병원을 돌며 오빠가 있는 지 확인하다 용산 중대병원에서 사망소식을 전해듣고 실신했다"며 눈물을 흘렸다.

한편 유족들은 이날 밤늦게 국과수에서 이송된 시신이 안치된 순천향대병원에 모여 시신을 확인하게 해 달라고 요구하며 영안실 진입을 시도했다.

그러나 경찰이 이를 저지하면서 몸싸움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 병원 장례식장 관계자는 "변사사건이기 때문에 검찰이 허가해야 유족의 시신 확인이 가능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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