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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현장] 겉도는 '수준별 이동수업 확대' 왜

입력 : 2008-08-19 22:41:47 수정 : 2008-08-19 22:4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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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교실 없이 어떻게…" 학교선 냉담
◇올해부터 중·고교 수준별 이동수업이 확대됐지만 학교 현장에서는 교사와 교실이 부족해 불가능한 실정이다. 사진은 서울의 한 고교에서 학생들이 수업을 받고 있는 모습.
세계일보 자료사진
‘4·15 학교자율화’ 조치 이후 정부와 각 시·도교육청이 수준별 이동수업을 대폭 확대할 방침을 밝혔지만 학교 현장에 대한 지원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이 때문에 평준화 체제 속에서 우열반을 편성하는 대신 수월성 교육의 효과를 살리기 위해 도입된 수준별 이동수업이 겉돌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억지로 ‘구색맞추기’ 수준별 수업=19일 각급 학교들에 따르면 정부의 수준별 이동수업 확대 방침 발표로 지난 학기부터 기존에 영어 수학에 한해 2∼3개 반으로 나눠 실시하던 수준별 이동수업의 과목과 분반을 확대하고 있지만 여건이 열악해 겨우 구색만 맞추고 있다. 현재 교육과학기술부는 수준별 이동수업의 분반을 ‘기존 반수+1’ 이상으로 하도록 권고하고 있지만 이를 따를 수 있는 학교는 거의 없다.

수준별 이동수업을 늘리고 싶어도 수업을 맡길 강사를 채용하기가 어렵고, 반을 더 세분화하고 싶어도 유휴교실이 없어 사실상 확대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일부 학교에서는 과학실 등을 활용해 억지로 수준별 수업을 실시하는 실정이다. 최근 당선된 공정택 서울시교육감이 “전 과목으로 수준별 이동수업을 확대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웠지만 교육현장에서는 “전폭적 지원 없이는 실현 가능성이 없다”며 냉담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서울의 C고교는 지난 학기부터 ‘상·중·하’ 3개 반으로 나눠 실시하던 수준별 이동수업을 4개 반으로 늘리려 했으나 강사를 구하지 못해 백지화했다. 반을 늘리면 강사를 채용해야 하는데, 정부와 교육청이 지원하는 수당이 너무 적어 지원하는 강사가 없었기 때문이다.

현재 정부와 각 시·도교육청은 각각 절반씩 부담해 2만원 정도의 시간 수당을 지원하고 있다. 이 학교는 또 교실이 부족해 일부 수업을 과학실에서 진행하고 있다.

서울 K고는 1학년에 한해 상, 중, 중하로 나눠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당초 4개 반으로 나누고 싶었지만 시간 강사를 채용할 경우 수업의 질이 떨어질 것이라는 학부모들의 반발에 부딪혀 모든 수업을 교사들이 담당하기로 했다. 이 때문에 국어나 과학 등으로 과목을 확대하는 것은 엄두도 못내고 있다.

S여고도 지난해 전학년 영어·수학을 대상으로 일주일에 1∼2회만 실시하던 수준별 이동수업을 올해부터 매 시간으로 확대했다. 수준별 수업을 확대하라는 교육청의 압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상·중·하로 나눠 실시하던 수준별 이동수업을 상·중·하·기초 4개 반으로 확대하려 했지만 현실적으로 어려워 결국 3개 반으로 되돌아갔다.

실력이 떨어지는 학생들의 경우 인원을 최소화해 ‘맞춤교육’을 실시하고자 했지만 현실적인 여건상 기존의 반과 같은 인원을 편성할 수밖에 없었다.

◆“실효 거두려면 교사 증원 등 적극적 지원 선행돼야”=교사들은 수준별 이동수업이 제대로 정착되기 위해서는 현재보다 교사 수를 대폭 늘려야 하고, 부득이하게 강사를 채용하게 됐을 경우에는 우수한 실력을 갖춘 강사를 채용할 수 있을 정도의 예산을 지원해 안정적인 수업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수준별 이동수업의 방식도 수준을 최소 4단계로 나눠 ‘N+1’의 방식으로 반을 편성하는 획일적인 방식이 아니라 학교 실정과 여건에 따라 자유롭게 운영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서울 S고교의 오모 교사는 “최소한 1학기 혹은 1년 단위로 기간제 교사를 채용할 정도의 예산이 지원돼야 수준별 이동수업의 실효성이 있다”며 “일방적으로 수준별 수업을 늘리라고 요구하기보다는 학교 실정에 맞춰 해나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수준별로 수업은 하지만 중간·기말고사 등의 시험은 획일적으로 이뤄진다는 것도 효과를 떨어뜨리는 요소이다. 수준이 높은 학생들의 경우 수업시간에 배운 상당 부분의 내용이 시험에 출제되지 않아 수업에 소홀할 수 있고, 반대로 수준이 낮은 학생들은 수업시간에 배운 내용 이외의 것이 출제되기 때문에 좌절감만 느낄 수 있다.

교과부는 지난해 수준별 이동수업의 취지에 맞게 시험도 공통문항 이외에 선택형 문항을 추가로 출제해 학생들이 자신의 수준에 맞춰 시험문제를 선택해 응시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했으나 학부모들의 반발에 부딪혀 거둬들였다.

교과부의 한 관계자는 “수준별 이동수업 4·15 학교자율화 조치 이후 수준별 이동수업에 대한 운영 지침이 폐지됐다”며 “수준별 평가를 도입할지 여부는 학교에서 상황에 맞게 결정하면 된다”고 말했다.

이경희 기자 sorimoa@segye.com



■각국 수준별 수업 사례
국 가 수준별 수업 실시 형태 수준별 평가 방식
한국 ●중고교에서 수학, 영어 등 일부과목에 한해 3∼4개 수준으로 분류 ●획일적 평가
영국 ●1∼11학년까지 학년별로 4단계 분류 ●고교 졸업자격시험(GCSE)에서 고등(higher), 중간(Intermediate), 기초(Foundation) 중 택일 응시
독일 ●초등학교 4학년 졸업 후 성적과 적성에 따라 4개 종류 중등학교 진학

●통합형종합고교 게잠트슐레(Gesamtschule)는 독일어, 외국어, 수학, 과학 등의 교과에서 수준별 이동수업 실시
●학습한 내용을 중심으로 평가하되, 우수반과 기본반의 성적차는 동등화를 통해 조정
일본 ●초중학교서 학교 자율적으로 국어, 영어, 수학의 수준별 수업 실시 ●준거지향(절대) 평가가 일반적
자료:교육과학기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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