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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국임 숙명여대 교수 |
고등부 지정곡인 쇼팽 발라드 4번 F단조는 꿈꾸듯이 시작하여 격정적인 감동으로 끝맺는 곡이다. 학생들에게는 음악적, 기교적으로 그 표현이 쉽지 않은데 대부분의 참가자들이 수준 높은 연주를 선보였다.
1등 이소인은 곡의 특성에 잘 부합되는 표현, 즉 때로는 슬프게 때로는 매우 열정적으로 연주해 듣는 이를 사로잡았다. 혼신의 힘을 다하는 모습 또한 인상적이었다.
2등 김소영의 연주는 꾸밈이 없고 물 흐르는 듯한 음악의 표현이 큰 매력이자 장점이다. ‘연주란 작품을 재창조하는 예술이다’라는 관점에서 보면 김소영의 음악은 더욱 빛이 난다. 공동 2위를 한 이충호의 연주에서는 쇼팽의 아름다운 음색과 풍부한 화성의 흐름을 들을 수 있어 즐거웠다. 다만 표현에 있어서 악보에 충실하는 것만큼 전체적인 음악을 상상하는 연습도 필요하다.
중등부에서는 1위 강연정, 2위 정하은, 3위 박효진이 차지했다. 앞날을 향해 한 발 한 발 내딛는 이들에게 지금부터 소리의 아름다움을 찾는 습관을 기르며 자신이 내는 소리를 경청하도록 권하고 싶다. 연주 자세도 음질과 테크닉에 영향을 주니 어깨와 팔이 경직되지 않도록 스스로 노력해야 할 것이다. 입상자 모두 자신이 가진 가능성을 믿고 이런 문제점을 고치면 더 큰 발전이 있으리라 생각된다.
손국임 숙명여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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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영 국민대 교수 |
고등부 1위 김규리는 적절한 템포와 구조적 해석을 통해 곡의 전반적인 분위기와 흐름을 표현한 점이 돋보였다. 다만 활쓰기의 위치(Contact-Place)에 따라 변화되는 속도와 압력의 테크닉을 활용해 다양한 음색을 보여줬다면 더 좋았을 것이다.
2위 홍수경은 정확한 리듬감과 적극적인 표현들로 음악적 개성을 잘 전달해주었으나 유태 민족의 한을 멜로디로 노래하기 위해선 비브라토의 진폭과 속도에 대한 숙고를 했으면 한다. 이는 음악적 표현의 다양성과도 직결되는 문제다.
중등부 에네스코의 곡은 현란한 왼손 기교가 필요하다. 공동 2위에 입상한 장희재와 홍진화는 이 난해한 기술을 무난히 소화하는 여유를 보여줬다. 하지만 테크닉에 치중한 나머지 본질적인 부분인 멜로디 표현이나 청중에게 전하는 감정 전이가 부족하지 않았나 싶다. 비올라만의 음색연구와 프레이즈의 기승전결의 서사를 더 고민해 호소력 있는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연습을 시작하길 바란다.
전반적으로 과제곡이 후기낭만시대의 난해한 곡임에도 불구하고 중등부 어린 참가자들 모두 탄탄한 테크닉과 당당하고 자신있는 연주를 선보였다. 에네스코와 블로흐 곡에 대한 원론적인 조언을 한다면, 두 곡 모두 연주자가 철저한 리듬과 다양한 테크닉 구사에 집중해야 하면서도 그 이면에 깔린 시대를 반영한 아픔을 표현하는 데에 소홀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김주영 국민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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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청심 서울대 교수 |
고등부에서는 예선곡이었던 연습곡이 요구하는 기술적인 어려움을 순발력 있게 표현해 높은 연주수준을 들을 수 있었다. 본선곡인 보케리니 콘체르토는 우아함과 간결함을 표현해야 되는 곡으로 어렵게 느꼈을 것이라 생각된다.
적절한 템포와 아름다운 톤으로 곡의 성격을 잘 표현한 연주도 있었으나, 투명하게 처리돼야 할 부분이 활 주법 문제로 매끄럽지 않게 연주되거나 처음부터 힘을 주어 무리하게 연주한 나머지 유연함을 잃은 경우도 있었다. 어떤 곡을 연주하든지 준비하는 과정이 가장 중요하며, 아름다운 소리와 좋은 진동을 몸으로 느끼면서 곡이 요구하는 테크닉을 차분한 마음과 자세로 해결해 간다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중등부는 예년에 비해 많은 학생들이 참가했다. 예선에선 우열을 가리기 어려웠으나 본선 자유곡에서는 훨씬 더 폭넓게 각자의 기량과 음악적 표현을 들려주었다. 하지만 대부분 대곡을 선정하면서 곡이 요구하는 테크닉을 처리하기에 급급해 가장 중요한 부분인 소리에 대한 비중을 두지 않은 듯했다. 제한된 레퍼토리의 영향도 있겠지만 중등부 학생이 소화하기에 무리가 가는 곡 선정은 체계적으로 쌓아가야 할 음악적 훈련에 걸림돌이 되지 않을까 염려된다.
능력과 음악성은 충분히 가졌지만 흥분된 소리로 과장되게 표현해 곡의 성격을 제대로 살려내지 못한 부분이 아쉬움을 갖게 했다.
백청심 서울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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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한원 이화여대 교수 |
콩쿨 심사란 소질 있고 장래가 촉망되는 음악도를 발굴하는 작업이다. 참가자들에게는 쌓아온 실력을 겨루며 자신이 어느 수준에 와 있는지를 가늠해볼 수 있는 소중한 기회이기도 하다. 심사를 할 때 음악적 잠재력과 테크닉, 자세, 열정, 작곡가가 의도하는 점의 이해와 느낌, 전달 능력 등을 평가한다.
고등부 참가자들이 연주한 시벨리우스와 뷔에탕 콘체르토는 난해하기 이를 데 없고 다양한 면모를 지닌 곡으로 제대로 연주하기란 매우 어렵다. 하지만 입상자들은 작곡가들의 의도를 파헤쳐 보려했고 수준 높은 연주를 선보였다.
중등부 참가자들은 멘델스존과 브르흐 콘체르토를 연주했는데 명쾌하면서도 정교하게, 더 나아가 낭만성과 박력을 더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최한원 이화여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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