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가 건넨 또 다른 ‘비단주머니’는
빨간색 후드티…노란색 글자 적혀
청년층 호응 눈길, 尹 생일파티도
尹 “뛰라면 뛰고, 가라면 가겠다”
선거운동 전권 약속 ‘李끌어안기’
‘사진 찍고 싶으면 말씀 주세요’(앞), ‘셀카 모드가 편합니다’(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윤석열 대선 후보에게 선물한 또 다른 ‘비단주머니’는 그가 “전투복”이라고 명명한 빨간색 후드티였다. 앞뒷면에 이 같은 노란색 글자가 새겨진 후드티를 윤 후보와 이 대표가 나란히 입고 등장하자 지난 4일 부산 서면 거리에 몰린 구름 인파가 들썩였다. 특히 10대~30대 청년층의 셀카(셀프카메라) 요청이 줄을 이었다.
이 대표는 5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글을 올려 “윤 후보와 부산 방문을 확정한 후 어떤 비단주머니를 풀어볼까 고민했다”며 “윤 후보가 가는 곳마다 붉은 색상의 옷에 노란 글씨로 자신만의 의상을 만들어 입고 오시는 분들은 제가 현장에서 모시고 그 메시지의 의미를 널리 알리겠다”고 밝혔다. 향후 유세에서도 활용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그러면서 이 대표는 “인터넷에 이런 후드티를 제작해주는 곳들이 있다”며 “세상에 던지고 싶은 메시지를 담아 달라. 주문하면 한 5일쯤 걸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선거법상 후보의 이름, 정당명, 기호, 지지 호소 등이 들어간 내용은 안 된다”며 “세상에 대한 여러분의 분노, 기대, 다짐, 희망 등을 자유롭게 표현해서 입고 와 달라”고 했다.
이 대표의 자신감처럼 노란 글자가 새겨진 빨간 후드티의 효과는 실제 유세 현장에서 큰 호응을 얻었다. 윤 후보와 이 대표는 ‘패싱’ 논란 등을 둘러싼 그간의 갈등을 일거에 봉합한 지난 3일 ‘울산 담판’ 후 첫 공동 유세 현장이었던 전날 부산 유세에서 ‘커플 후드티’를 입고 나타났다. 타 지역 유세 때와 마찬가지로 윤 후보의 주 지지층인 중장년층의 비중이 높았으나, 특히 눈길을 끈 건 청년층의 반응이었다. 청년들은 후드티에 적혀 있는 글자 덕분인지 머뭇거리지 않고 셀카 촬영을 요청했다. 윤 후보가 한 20대 남성과 머리를 맞대고 사진을 찍은 뒤 ‘하이파이브’까지 하자 지지자들 사이에선 큰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전날 윤 후보의 음력 생일에 맞춰 현장에서 생일 파티가 열리기도 했다. 고깔모자를 쓴 윤 후보는 ‘오늘부터 (대선까지) 95일! 단디(단단히의 방언)하자’고 적힌 케이크를 부산시당 관계자에게 전달받고 들어 보이면서 “자, 단디하겠습니다!”라고 외쳤다.
윤 후보는 전날 서면 거리 유세에 앞서 북항재개발홍보관을 둘러본 뒤엔 기자들과 만나 “30대 당대표와 제가 대선을 치르게 된 것이 후보로서 큰 행운”이라며 이 대표에게 선거운동에 관한 전권을 주겠다고 밝혔다. 그는 특히 빨간 후드티를 가리키면서 “이 대표가 계획한 부분을 전적으로 수용해서 이런 옷을 입고 뛰라면 뛰고, 이런 복장을 하고 어디에 가라고 하면 가고 그렇게 할 것”이라는 말로 이 대표에게 힘을 실어주기도 했다.
전날 오전 부산시당에서 열린 첫 현장 선대위 회의에서 윤 후보는 “본격적인 90일의 대장정이 시작된다”며 “이번 선거는 우리가 절대 져서도 안 되고, 질 수도 없는 그런 선거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울산 담판을 함께 한 김기현 원내대표는 이 자리에서 “비 온 뒤에 땅이 더 단단해진다고 한다. 우리가 대동단결하자”며 “힘을 합치면 대선에서 반드시 이긴다. 그 첫 바람을 PK를 비롯해 반드시 훈풍으로 만들어나가자”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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