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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별예선 탈락도 걱정됐던 ‘김연경과 아이들’… 이제는 8강 그 이상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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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1-08-01 18:00:00 수정 : 2021-08-01 21:5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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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1일 일본 아리아케 아레나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여자 배구 A조 조별리그 한국과 일본의 경기. 경기 내 집중 견제를 받은 한국 김연경이 득점 후 주먹을 불끈 쥐어보이고 있다. 한쪽 다리에 혈관이 터져 생긴 붉은 부상이 보인다.   연합뉴스

내심 조별예선 탈락도 걱정되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조별예선 일정을 다 치르기도 전에 8강행을 확정했다. ‘배구 여제’ 김연경(33)이 이끄는 여자배구 대표팀 얘기다.

 

2020 도쿄올림픽을 앞두고 여자배구 대표팀에는 갖가지 악재가 겹쳤다. ‘세터 놀음’이라 불리는 배구인데, 주전 세터 이다영(25)과 김연경과 대각에서 뛰는 레프트 이재영(25) ‘쌍둥이 자매’가 학폭 논란으로 낙마했다. 김사니-이숙자-이효희로 이어지는 1980~81년생 ‘세터 트로이카’가 모두 은퇴한 뒤 여자배구 대표팀의 코트 위 야전사령관은 이다영의 차지였다. 토스에 다소 기복이 있긴해도 토스 구질 자체가 빠른데다 179cm의 장신 세터라 전위에 올라와도 블로킹에서 구멍이 되기는 커녕 상대들은 속속 잡아내는 능력을 갖췄다. 

 

이재영은 대표팀 선배인 박정아(28)와 이소영(27)의 장점을 고루 갖춘 만능 레프트다. 187cm의 박정아는 신장을 앞세운 공격은 좋지만, 리시브가 약점이다. 이소영은 박정아에 비해 리시브 능력은 안정적이지만, 175cm의 신장이 아쉬운 선수. 이재영은 이소영만큼 리시브도 안정적이면서 신장도 178cm로 더 크고, 점프력도 뛰어나 스파이크 리치는 박정아와 거의 대등한 수준을 보유하고 있다. 

 

지난달 31일 일본 아리아케 아레나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여자 배구 A조 조별리그 한국과 일본의 경기. 한국 박정아가 공격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처럼 수년간 대표팀 중추 역할을 해온 선수를 학폭 논란으로 태극마크 유니폼을 입힐 수 없게 됐고, 라이트 김희진(30)과 센터 김수지(34)도 부상을 회복한 지 얼마 안 되지 않아 올림픽 전에야 대표팀에 합류했다. 네 선수 없이 도쿄올림픽 모의고사 격인 국제배구연맹(FIVB) 발리볼네이션스리그(VNL)를 지난 6월 치치른 한국은 3승12패로 16개국 중 15위에 머물렀다. 특히 도쿄올림픽 A조에 같이 편성된 도미니카공화국과 브라질, 일본에게 모두 0-3으로 완패했다. 이랬으니 올림픽도 조별예선조차 뚫을 수 없다는 분위기가 여기저기서 나오기 시작했다.

 

올림픽 첫 경기였던 지난달 25일 브라질전에서도 상대가 객관적인 전력상 두 수 이상은 위라고 해도 0-3 완패하자 ‘역시 안 되는 건가’라는 분위기는 더욱 확산됐다.

 

그러나 27일 케냐전 3-0 완승을 통해 ‘김연경과 아이들’은 180도 바뀌기 시작했다. 리더인 김연경이 “후회 없이 해보자”고 후배들을 격려했고, 도미니카 공화국전에서 풀세트 접전 끝에 3-2 승리를 따내면서 ‘할 수 있다’는 분위기는 더욱 확산됐다.

 

기세가 오른 한국은 지난달 31일 ‘숙명의 라이벌’ 일본을 만났다. 일본만 꺾으면 8강 진출을 조기에 확정지을 수 있는 상황. 김연경은 자신을 제외한 공격수들의 부진에도 팀 공격을 홀로 책임지다시피 했고, 공격 부담이 가중된 상황에서 리시브도 가장 많이 받아내는등 ‘일당백’ 활약을 펼치며 일진일퇴 공방전이 거듭된 승부를 풀세트 접전으로 끌고 갔다. 리더의 헌신에 감화된 선수들은 5세트 무서운 집중력을 뽐냈고, ‘클러치박’이란 별명을 보유한 박정아가 12-14로 뒤져 패색이 짙은 상황에서 3점을 몰아치며 16-14로 역전시켜 극적인 역전승을 이끌어냈다.

 

양팀 통틀어 최다인 30득점을 몰아치고 팀내에서 가장 많은 19개의 리시브를 받아낸 김연경을 두고 일본 언론도 혀를 내두르는 모습이다. 일본 5개 스포츠지의 정보를 통합해 제공하는 매체인 더 다이제스트는 김연경에 대해 “압도적인 카리스마로 한국 배구계의 여제(女帝)라고도 불린다”며 한·일전에서 별명이 부끄럽지 않은 활약상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지난달 31일 일본 아리아케 아레나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여자 배구 A조 조별리그 한국과 일본의 경기. 경기 내 집중 견제를 받은 한국 김연경이 승리 후 기뻐하고 있다.    연합뉴스

조별예선에서 3승1패로 승점 7점을 확보한 한국은 도미니카 공화국(2승2패, 승점 5)과 일본(1승3패, 승점 4)이 맞대결에서 어느 누가 승점 3을 확보한다고 해도 두 팀 중 한 팀은 무조건 앞설 수 있기 때문에 2일 세르비아(3승1패, 승점9)전 결과에 상관없이 최소 조 4위는 확보하게 됐다. 객관전 전력에서 열세지만, 세르비아를 잡는다면 조 2위로 가능하다.

 

1차 목표였던 8강 진출에 성공한 여자배구 대표팀은 이제 그 너머를 바라본다. 라바리니 감독 역시 “원래 처음 목표는 올림픽 진출이었고 이뤄냈다. 그 다음에는 8강 진출이 목표였는데, 이 역시 달성했다”면서 “나는 한 단계씩 나아가는 것을 좋아한다. 다음 목표는 주장인 김연경과 함께 상의하겠다”며 4강을 넘어 메달권 진입까지 바라바고 있음을 시사했다.

 

주전으로 뛴 경기에서 일본을 처음 이겨본다며 눈물을 펑펑 흘린 세터 염혜선도 흐느끼는 와중에도 “이제 목표는 메달이죠”라고 선언했다. 목표로 했던 8강 진출에 성공한 김연경도 “세르비아전을 어떻게 할지는 모르겠지만, 8강 상대가 정해지면 그거에 맞게 준비해서 한 번 기적을 일으키도록 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도쿄=남정훈 기자 ch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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