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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민에 희망을”… 금녀의 벽 깬 아름다운 꼴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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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1-07-29 19:44:54 수정 : 2021-07-29 22:4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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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클 난민대표팀 마소마
아프간 출신… 억압 피해 두 번 망명
훈련 중 음식물·돌까지 날아들어
“세계 최고 선수들과 경기해 영광”
난민팀 마소마 알리 자다가 지난 28일 열린 도쿄올림픽 도로 사이클 여자 개인전에서 힘차게 페달을 밟고 있다. 도쿄=AP연합뉴스

내로라하는 전 세계 최고 수준의 선수들이 모여 경쟁을 펼치는 올림픽에서 참가 그 자체로 감동을 주는 선수들이 있다. 난민팀이 대표적으로, 도쿄올림픽에는 박해와 분쟁 상황을 이겨내고 수년간의 훈련 끝에 세계무대에 설 수 있는 경쟁력을 갖춘 난민팀 29명(11개국)이 출전했다.

2016 리우올림픽에 이어 두 번째로 출전한 난민팀 선수 중 마소마 알리 자다(25·사이클)는 아프가니스탄 여성의 희망이 되길 소망한다. 마소마는 오랜 전쟁으로 쑥대밭이 된 아프가니스탄에서 태어났다. 탈레반의 탄압을 피해 이란으로 망명, 어린 시절을 보낸 마소마는 탈레반 정권 붕괴 후 고향으로 돌아와 사이클에 입문했다. 이후 그와 뜻이 맞는 여성들과 사이클링 단체를 만들어 활동했다. 하지만 여성 인권 유린 문제가 심각한 아프간에서 자전거를 탄 여성은 손가락질을 받기 일쑤였다.

마소마가 소수민족인 하자라족이라는 사실까지 알려지면서 신변의 위협까지 받았다. 사람들의 눈을 피해 새벽에 훈련을 나가기도 수차례. 심지어 도로 훈련에 나선 그에게는 음식물, 때론 돌까지 날아들었다. 보수적인 정서가 여성 사이클 선수를 받아들이지 않은 것이다. 결국 마소마와 가족은 2017년 프랑스로 망명했다. 프랑스 릴에서 마소마는 공부와 사이클 훈련을 병행했다. 이후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장학금으로 난민팀에 합류해 올림픽 출전권을 따냈다. 그녀는 28일 후지 국제 스피드웨이에서 열린 타임 트라이얼에 출전해 최하위에 그쳤다. 마소마는 “메달을 목에 걸진 못했지만 세계 최고 수준의 선수들과 어깨를 나란히 한 것만으로도 영광이었다”고 담담한 출전 소감을 전했다.

경기 후 BBC 스포츠와 인터뷰에서 마소마는 “나는 전 세계 난민 8200만명과 아프가니스탄 등 여성이 자전거를 타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는 나라의 모든 여성을 대표하기 때문에 큰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난민팀을 대표하고 희망과 평화의 메시지를 보낼 수 있어 자부심을 느낀다”며 울먹였다. 그녀는 자신의 이야기가 아프가니스탄 여성들과 소녀들에게 ‘꿈을 따를 수 있는 용기’가 되길 바랐다.


김용언 기자 faceeo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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