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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는 숫자, 실력은 진짜… 몸으로 입증한 베테랑들 [서필웅 기자의 동경방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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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1-07-27 19:11:13 수정 : 2021-07-27 19:4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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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세 오진혁·38세 김정환 활약
중년 세대에 ‘하면 된다’ 메시지
한국 남자 양궁대표팀 오진혁(왼쪽), 남자 펜싱 대표팀 김정환.

2020 도쿄올림픽 초반 한국은 전략 종목에서 예상밖의 난조를 보이고 있지만 그래도 미래를 짊어진 10대 선수들의 활약 속에 희망을 찾고 있습니다. 하지만 희망은 또 다른 곳에서도 피어나곤 합니다.

이번 대회에서 대표팀은 막내와 함께 최고참들도 눈부신 활약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 중 성과를 거둔 선수도 나왔습니다. 38세의 노장 김정환은 지난 24일 열린 남자 펜싱 사브르 개인전에서 동메달을 따냈습니다. 앞선 두 번의 올림픽에서 이미 두 번이나 메달을 따냈던 실력자였지만 많은 나이로 그에게 기대를 건 사람은 많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오히려 대표팀 후배들이 부진한 사이 믿을 수 없는 투혼으로 끝내 3회 연속 올림픽 메달이라는 한국 펜싱의 새 역사를 만들어냈습니다.

여기에 26일에는 40세의 오진혁이 남자 양궁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따냈습니다. 23살, 11살 어린 동생 김제덕, 김우진과 함께 나선 경기에서 결정적인 순간마다 침착한 슈팅으로 우승에 기여했지요. 지난 2012년 런던올림픽 단체전 동메달의 아쉬움을 털어내는 활약이었습니다.

지난 26일 일본 유메노시마 공원 양궁장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남자 단체전 결승. 오진혁이 활시위를 당기고 있다. 연합뉴스

사실 38세와 40세는 일반인에게도 적지 않은 나이입니다. 하물며 스포츠의 세계에서는 이들 나이는 ‘환갑’이라는 표현까지 따라다닐 지경이지요. 현역 선수는 거의 없고, 이 나이대의 지도자도 적지 않습니다. 오랜 선수생활에서 비롯된 부상으로 몸도 성한 곳이 없을 정도입니다. 이런 나이에 올림픽이라는 큰 무대를 꿈꾸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도 큰 용기가 필요한 일입니다.

두 선수도 긴 갈등 속에 땀의 현장으로 돌아왔습니다. 오직 ‘꿈’을 위해서였지요. 하지만 우려와 달리 이들은 경기장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냈습니다. 어린 후배들이 낯선 환경에서 무너지지 않도록 받쳐주는 것과 동시에 오랜 경험을 바탕으로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았던 겁니다. 그리고 마침내 성과를 만들어냈습니다.

대한민국 펜싱 대표 김정환이 지난 24일 일본 지바 마쿠하리 메세 B홀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펜싱 남자 사브르 개인전 메달수여식에서 동메달을 목에 걸고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뉴시스

경기 후 두 선수 모두 입을 모아 했던 이야기가 있어요. 바로 “도전해보니 되더라”라는 겁니다. 오진혁 선수는 금메달을 따낸 뒤 아예 동세대의 중년들에게 이런 이야기를 전하기도 했어요. “나이를 먹더라도 안 해서 못하는 거지, 하면 다 할 수 있더라”라면서 “누구라도 저처럼 할 수 있다. 젊게 마음을 먹으면 몸이 젊어진다고 생각하시면 좋을 것 같다”고요.

이런 이들의 성공담은 엘리트 체육에서 생활체육으로 전환이 급속히 이루어지고 있는 한국 스포츠에 또 다른 희망으로 작용할 겁니다. 여기에 언젠가부터 나이를 기준으로 도전의 기회를 제한하곤 했던, 그래서 언감생심 도전을 꿈꾸기도 힘들었던 우리 사회에 중요한 메시지가 될 수 있을 겁니다.


서필웅 기자 seose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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