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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아이들 시리즈 ① ‘귀찮아병’ 걸렸다면 [작가 이윤영의 오늘도 메모] (8)

, 작가 이윤영의 오늘도 메모

입력 : 2021-04-21 09:52:54 수정 : 2023-11-26 22:5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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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5학년 연지(가명)는 언제나 ‘귀찮아’라는 말을 달고 삽니다. 어떤 물음을 해도 답은 매번 똑같습니다. 외식을 하러 나가자고 해도, 놀이동산에 가자고 해도 아이는 집에만 있으려고 하고 도통 나가기를 거부합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꼬박 1년을 집에만 있어서인가 싶어 주말에는 가까운 동네 산책이나 외식을 제안해보지만 쉽게 집 밖으로 나서기를 주저합니다. 그리고 이 말을 되뇝니다.  

 

“귀찮아” 

 

연지와 같은 현상을 보이는 아이들이 요즘 꽤 많습니다. 온라인 커뮤니티나 각종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에는 아이의 이런 현상을 고민하는 엄마들이 자주 보입니다. 한 어머니가 이런 고민을 올리니 너도, 나도 비슷한 상황이라고 댓글을 답니다. 다들 비슷한 고민으로 마음앓이를 하고 있습니다. 

 

다 큰 어른도 이렇게 힘든데 아이는 오죽할까 싶습니다. 한창 뛰어놀아야 할 나이인데 말입니다. 유아교육 기관에 오래 재직하고 있는 지인은 얼마 전 생후 1년 안팎의 영·유아에 대한 안타까움을 전했습니다. 이들 2020년생 아이는 부모나 아주 가까운 이를 빼고는 모두 마스크를 쓴 사람만 만났습니다. 태어나자마자 코로나19 사태가 시작된 탓이지요. 

 

그러다 보니 간혹 잠시 식사를 위해 마스크를 살짝 내려놓은 선생님이나 이웃을 보고, 놀라서 우는 일이 종종 발생한다고 합니다. 몇달 동안 봐왔던 선생님이나 이웃이지만 항상 마스크를 착용한 모습만 보았기 때문인데요. 

 

초등학교에 다니는 자녀를 둔 또 다른 지인들 역시 아이들이 점점 집안에서만 생활하는데 익숙해지다 보니 표현력이 예전만하지 못하다고 전합니다. 겨울에는 날씨 탓인 줄 알았는데, 봄이 되어 기온이 올라갔지만 여전히 비슷한 행동양식을 보이고 있어서 아이에 대한 걱정이 한시름이라고 토로합니다. 

 

장기화된 코로나19 사태로 어른은 과감히 ‘불필요했던’ 인간관계를 정리하기도 하고, 그동안 못한 자기 계발에 매진하기도 합니다. 이 시기를 더욱 알차게 보내기도 하고, 2년차에 접어들자 나름대로 자구책을 찾기 바쁩니다. 우리 아이들은 다릅니다. 여전히 친구가 보고 싶고, 뛰어 놀고 싶습니다. 그리고 아이들은 지금이 몸으로 충분히 뛰어놀 시기입니다. 여러 감각기관을 동원해서 다양한 자극을 받고, 또 이를 통해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친구들과 친밀감을 형성하는 시기이기 때문입니다. 놀이터에서 잠시 놀더라도 답답한 마스크를 써야 하니 숨도 차고 힘이 듭니다. 무엇보다 집 밖에 나가서 다른 이들과 교류하거나 어울리고 싶어도 혹시나 걸릴지 모르는 낯선 병이 무섭기도 합니다. 아이들은 ‘불안’합니다. 아마도 앞서 언급한 연지나 생후 1년 전후 영유아의 행동 역시 이 불안이 이유와 원인일 것입니다. 그래서 울기도 하고, 집 밖에 나가는 것을 싫어하고 귀찮게 되는 겁니다. 

 

그 사회나 국가가 얼마나 건강한지 알기 위해서는 가장 취약한 계층의 생활을 보면 알 수 있다는 말이 있습니다. 지금은 전 세계가 몸살을 앓고 있는 중입니다. 이럴 때일수록 가장 취약 계층인 아이들을 보호해야 하고, 보호받아야 마땅합니다. 가장 위급할 때 가장 보호받아야 할 ‘존재’들에 애정을 쏟는 일, 건강한 사회가 할 수 있는 가장 최선의 다정한 돌봄이자 습관입니다. 

 

오늘은 내 주위 ‘귀찮아병’에 걸린 아이들이 있는지 다시 한번 살펴보고, 이들에게 조금은 재미있는 말, 조금은 희망적인 이야기를 건넬 줄 아는 어른이 되길 바라봅니다. 

 

이윤영 작가(‘10분초등완성메모글쓰기’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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