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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전 대통령이 부활하고 있다. 헌정 사상 첫 탄핵으로 쫓겨난 그를 부활시킨 이는 광화문에서 그의 복권을 목 놓아 외친 열성 지지자들이 아니었다. 그를 적폐로 몰아 감옥에 가둔 집권세력이었다. 역사의 아이러니다.

최근 서울대 동문 커뮤니티 ‘스누라이프’에 ‘박근혜 대통령님, 미안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게시됐다. 지난 정부와 현 정부에서 일어난 각종 논란을 대조하면서 ‘차라리 그때가 나았다’고 꼬집는 내용이다. 그중 셋을 추리면 이렇다. “두 집 살림한다고 채동욱 잘랐을 때 욕했는데 이번에 사찰했다고 윤석열 찍어내는 거 보니 그건 욕할 것도 아니었다는 걸 알았습니다.” “최순실 딸 이대 입학하게 압력 넣었다고 욕했었는데 조국 아들딸 서류 위조하는 거 보니 아시안게임 금메달은 그나마 성실히 노력해서 대학 간 것 같습니다.” “박근혜정부가 최악의 정부라고 욕해서 미안합니다. 그때는 이렇게까지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세상이 올 줄은 몰랐습니다.”

풍자 글은 전거복철(前車覆轍)에서 교훈을 얻지 못한 문재인정부에 대한 힐난이다. 앞의 수레가 뒤집어진 자국이 있으면 뒤따르는 수레는 실패를 답습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그것이 역사의 가르침이다. 역사에서 배우지 못하면 결국 똑같은 재앙을 맞을 것이다.

중국 제나라의 환공이 순행을 나갔다가 곽씨의 옛 성터를 보고 나라가 망한 연유를 묻자 한 백성이 답했다. “선을 좋아하고 악을 미워했기 때문입니다.” “그건 잘한 일인데 왜 망했다는 건가?” 환공의 물음에 백성이 말했다. “선을 좋게 여겼어도 행하지 못했고 악을 미워하면서도 버리지 못한 까닭이지요.” 궁궐로 돌아온 환공은 재상 관중에게 백성의 말을 전했다. 관중은 환공에게 그 백성의 이름을 물었으나 모른다고 하자 이렇게 말했다. “주군께서는 그 백성의 말이 옳다고 생각하면서도 그가 누구인지조차 모르시니 이것은 선을 좋아하면서도 선을 행할 의지가 없다는 뜻입니다. 주군 역시 패망한 곽씨와 같습니다.” 여기서 나온 말이 군역곽씨(君亦郭氏)다. 문 대통령 역시 또 하나의 곽씨다. 전 정부의 전철을 보고도 거울로 삼지 않으면 전복은 결코 피할 수 없다.

배연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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