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서불(徐市). 서복(徐福)이라고도 한다. 낭야의 방사(方士·신선술을 닦는 도인)다. 낭야는 중국 산동성 교주만 지역의 지명이다. 제나라 땅이었다. 그는 진시황의 신임이 두터웠던 인물인 듯하다. 천하를 통일한 진시황. 시간의 굴레에 갇힌 유한한 삶이 아쉬웠던 걸까. 그에게 불로초를 구해 오도록 했다. 서불은 동남동녀 수천명을 거느리고 삼신산(三神山)으로 떠났다고 한다.

삼신산은 어디일까. 금강산·한라산·두류산이라고도 한다. 제주도 정방폭포에는 ‘서불과차(徐市過此·서불이 이곳을 지나간다)’라는 글을 암벽에 새겼다는 전설이 전해진다. 일본 남부 미야자키·가고시마, 북부 아오모리에도 서불 관련 고사가 전해진다.

분서갱유. 진시황 때 책을 불사르고 유학자를 생매장한 사건이다. 왜 잔혹한 ‘갱유’를 저질렀을까. 방사들이 황제를 속인 것에 분노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생매장된 460여명의 유학자 대부분은 소유(小儒)로 불린 도가의 도사들이었다. 중국의 역사학자 한자오치의 설명이 그렇다. 불로초를 구하러 떠나 끝내 돌아가지 않은 서불. 분노를 촉발시킨 계기였을까.

도가의 불로장생. 생로병사를 숙명으로 받아들이는 불교 사상과는 다른 궤다. 그것은 헛된 꿈일까. 수천년 역사를 돌아보면 그렇다. 지금은 그런 것도 아니다. 카이스트(KAIST) 연구팀이 노화된 세포를 젊은 세포로 되돌리는 역(逆)노화 기제를 밝혀냈다. 세포 성장을 조절하는 단백질(mTOR)과 면역 물질인 사이토카인을 생성하는 단백질(NF-kB)을 활성화하는 PDK1이라는 단백질의 활동을 억제하면 노화를 멈추고 젊은 세포로 되돌아간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생로병사의 마스터 스위치다. 과학은 생명의 존재 형태마저 바꾸고 있다. 현대판 불로초 개발도 머지않은 것 같다.

과학은 진보한다. 돌아보게 되는 것은 인성과 도덕의 진보 여부다. 인간의 정신세계는 진보하는 걸까. 권력과 부를 향한 꺼지지 않는 욕망의 불. 범죄는 범람하고, 권력을 둘러싼 아귀다툼은 끝없이 이어진다. 추미애 법무장관의 행태에도 ‘퇴보하는 민주주의’가 언뜻거린다. 불로장생하는 인간 가슴에 사리사욕에 젖은 욕망의 불만 활활 타오른다면?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강호원 논설위원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한지민 '우아하게'
  • 한지민 '우아하게'
  • 정은채 '반가운 손 인사'
  • 아일릿 원희 '시크한 볼하트'
  • 뉴진스 민지 '반가운 손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