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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대출 고삐 조이는 은행들… 금리 올리고 한도는 축소

입력 : 2020-09-16 20:10:47 수정 : 2020-09-16 20: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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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국 ‘신용대출 자제’ 권고 맞춰
우대금리 축소 등 금리인상 나서
1%대 신용대출 상품 사라지고
전문직 연봉 2배 대출도 막힐 듯
주담대 금리도 0.09∼0.33%P ↑


은행들이 대출 금리를 올리고 있다. 저금리 기조 속 ‘영끌’(투자를 위해 영혼까지 끌어모음), ‘빚투’(빚내어 투자)가 확산하면서 가계대출이 초고속으로 증가하자 금융당국과 은행권이 위기관리 차원에서 제동을 걸고 나섰다.

16일 은행권에 따르면 시중 은행들은 신용대출 속도 조절과 건전성 관리를 위해 금리 인상을 논의 중이다.

대출 금리는 기본금리에 각 은행이 제시하는 우대금리 혜택을 더해 결정되는데, 은행들은 이 우대금리 조건을 조정해 신용대출 금리를 상향 조정하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NH농협은행은 1일부터 신용대출 우대 한도를 축소했다. 거래실적 우대금리를 0.1% 올리는 대신 정책우대금리(최초 신규고객우대, 농업인 우대 등)는 0.3% 내려 우대폭을 0.2% 줄였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거래실적 우대금리 기준을 개선하고 가계대출 위험을 줄이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도 신용대출 금리 인상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한 은행 관계자는 “금융감독 당국으로부터 과도한 신용대출을 자제하라는 뚜렷한 메시지를 받은 만큼 시중은행 모두 신용대출 위험 관리 방안을 마련하는 작업에 착수한 것으로 안다”며 “금리에 민감한 요즘 가장 현실적이고 효과적 수단은 우대금리 조정 등을 통해 금리를 올리는 것”이라고 전했다.


지난 10일 기준 5대 시중은행의 신용대출 금리는 1.85∼3.75%(각 은행 신용대출 대표상품 기준) 수준이다. 은행들이 우대금리를 0.2%씩 조정하면 1%대 신용대출은 사라지게 된다.

몇몇 은행들은 신용대출 한도 조정도 조심스럽게 검토 중이다. 특수직(의사·변호사 등 전문직) 등에 대한 신용대출 한도가 낮춰질 전망이다. 은행권 신용대출은 보통 연 소득의 100∼150% 범위에서 이뤄지는데 특수직은 최고 연 소득 200%까지도 가능하다. 연봉이 1억5000만원인 전문직은 신용대출이 보통 생활자금 수요를 넘는 3억원까지 가능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너무 높다는 지적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이미 올랐다.

이날 신한은행의 신규취급액 기준과 신잔액 기준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모두 연 2.64∼3.89%로 한 달 전보다 0.33%포인트 높아졌다. 하나은행은 2.612∼3.912%로 한 달 새 0.132%포인트 올라갔다. 신한은행과 하나은행은 “주담대 금리 기준으로 삼는 금융채 6개월물 금리가 올라 반영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남은 은행 3곳은 금융채 금리가 아닌 은행연합회가 산출하는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를 금리 산정 기준으로 삼는다. 국민은행은 이날부터 한달간 적용되는 주택담보대출 신규취급액 기준 금리를 전날보다 0.09%포인트 오른 연 2.62∼3.82%로 책정했다. 농협은행은 주담대 우대금리를 0.2%포인트 내렸다. 은행권의 주담대 금리 인상도 최근 주택가격 상승으로 주택담보대출 잔액이 빠르게 늘어난 데 대한 대응으로 풀이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기준금리 0%대의 저금리가 지속하면서 주택담보대출과 기타대출(신용대출 포함)을 포함한 가계대출은 지난달 사상 최대치인 11조7000억원 늘어 잔액 948조2000억원을 기록했다. 가계대출자들이 빚을 갚지 못하면 금융기관 건전성에 타격을 주며 심각한 경우 금융위기까지 촉발할 수 있다.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주택가격만 내려가도 담보 잡는 주택담보대출의 부실 문제가 생기는데 담보도 없는 신용대출의 위험은 당연히 더 크다”며 “신용대출 기간과 규모가 계속 늘어나면 위험도 더 커지는 만큼 지금부터 조금씩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희원 기자 azahoi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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