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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정 ‘분노의 담화’에 맞장구친 정부… “대북전단 중단을”

입력 : 2020-06-04 14:05:08 수정 : 2020-06-05 01:3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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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관계 고려한 듯… “北 편드나” 비판도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4일 남북 군사합의 파기 가능성까지 언급해가며 국내 탈북민들의 대북전단 살포에 노골적인 분노를 쏟아냈다. 이에 우리 정부는 김 제1부부장의 담화가 나온지 4시간여 만에 대북전단 살포 행위가 중단돼야 한다며 관련 법률을 준비 중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남북관계 경색을 우려한 반응으로 해석되지만 “정부가 북한 편드나”, “저자세”라는 등 비판도 일고 있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 연합뉴스

김 제1부부장은 이날 담화에서 “군사분계선 일대에서 삐라(대북전단) 살포 등 모든 적대행위를 금지하기로 한 판문점 선언과 군사합의서 조항을 모른다고 할 수 없을 것”이라며 “6·15(남북공동선언) 20돌을 맞는 마당에 이런 행위가 ‘개인의 자유’, ‘표현의 자유’로 방치된다면 남조선은 머지않아 최악의 국면까지 내다봐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고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전했다. 그는 “남조선 당국이 (대북전단에 대한) 응분의 조처를 세우지 못한다면 금강산 관광 폐지에 이어 개성공업지구의 완전 철거가 될지, 북남(남북) 공동연락사무소 폐쇄가 될지, 있으나 마나 한 북남 군사합의 파기가 될지 단단히 각오는 해둬야 할 것”이라고도 강조했다.

 

이어 김 제1부부장은 “나는 못된 짓을 하는 놈보다 못 본 척하거나 부추기는 놈이 더 밉더라”며 “광대놀음을 저지할 법이라도 만들고 애초부터 불미스러운 일이 벌어지지 못하도록 잡도리를 단단히 해야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대북전단을 날린 탈북민들에 대해서는 “글자나 겨우 뜯어볼가말가하는 바보들이 개념 없이 ‘핵 문제’를 논하자고 접어드니 서당개가 풍월을 짖었다는 격”이라며 “쓰레기”, “똥개” 등 거친 표현을 쏟아내기도 했다.

 

특히 김 제1부부장은 지난달 31일 경기 김포에서 이뤄진 탈북민 단체 자유북한운동연합의 대북전단 살포를 구체적으로 지목했다. 당시 이 단체는 대북전단 50만장과 소책자 50권, 1달러 지폐 2000장, 메모리카드 1000개를 대형풍선에 매달아 북측으로 날려 보냈다. 대북전단에는 ‘7기 4차 당 중앙군사위에서 새 전략 핵무기로 충격적 행동하겠다는 위선자 김정은’이라는 문구 등이 실렸다.

탈북민단체인 자유북한운동연합이 지난달 31일 경기 김포시에서 대북전단을 살포하고 있는 모습. 자유북한운동연합 제공

올해 들어 김 제1부부장 명의의 담화가 나온 건 지난 3월3일과 같은 달 22일 이후 이번이 벌써 세 번째다. 그 중에서도 이번 담화는 대외용 매체인 조선중앙통신에만 실렸던 이전과 달리 북한 주민들이 보는 노동신문에도 게재됐다는 점에서 북한이 전단 살포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우리 정부가 남북교류협력법 개정안까지 마련하며 남북 협력에 다시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상황에서 이날 김 제1부부장이 남북 군사합의 파기까지 거론하는 등 격앙된 반응을 내놓자 남북관계 개선에 빨간불이 켜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통일부 여상기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대북전단 살포와 관련해 “접경지역 국민의 생명과 재산에 위협을 초래하는 행위는 중단돼야 한다”고 밝혔다. 여 대변인은 “접경지역에서의 긴장 조성 행위를 근본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실효성 있는 긴장 해소방안을 이미 고려 중”이라며 “법률 정비 계획을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법률안 형태는 정부안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도 덧붙였다. ‘북한의 담화 이전부터 관련 법률 정비를 준비했느냐’는 질문에 여 대변인은 “대북전단이 (2018년 4월27일) 판문점 선언 관련 사항이었던 만큼, 판문점 선언 이행 차원에서 정부가 이전부터 준비해오고 있었다”고 답했다.

통일부 여상기 대변인이 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정례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시스

여 대변인은 또 “정부는 대북 전단 살포가 접경지역의 긴장 요소로 이어진 사례에 주목해 여러 차례 전단 살포 중단에 대한 조치를 취해왔다”며 “실제로 살포된 전단의 대부분이 국내 지역에서 발견되고 접경지역의 환경오염, 폐기물 수거 부담 등 지역주민들의 생활여건을 악화하고 있다”고도 지적했다. ‘김 제1부부장의 담화와 관련해 북한에 별도 입장을 보낼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 여 대변인은 “그에 대해서는 말씀을 못 드린다”고만 답했다. 당초 이날 통일부는 익명 브리핑이 계획돼 있었지만 김 제1부부장의 담화 발표 이후 공식 브리핑으로 전환했다. 여 대변인은 “정부가 대북전단 문제에 대해 분명한 입장을 밝히기 위한 것”이라고 부연했다.

 

김 제1부부장의 담화와 이후 통일부 대변인 브리핑 등이 보도되자 관련 기사 댓글란과 각종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는 “김여정 명령에 우리 정부가 바로 따르는 모양새”라거나 “통일부 대변인이 북한 대변인이냐”, “대북전단을 왜 살포하는지에 대해선 한 마디도 없다”는 등의 비판 여론이 주를 이루고 있다. 최근 벌어진 북한군의 남측 감시초소(GP) 총격 사건을 거론하면서 북한이 자신들의 남북 군사합의 위반에는 별다른 반응을 내놓지 않고 대북전단에 유독 격앙된 반응을 보이고 있다는 지적도 상당수다.

 

김주영 기자 buen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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