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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연 의혹’ 구체적 입장 내놓지 않는 윤미향…진보층서도 사퇴여론 과반 [김현주의 일상 톡톡]

입력 : 2020-05-27 23:00:00 수정 : 2020-05-28 02:0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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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수 할머니 2차 회견 후 윤 당선인 향한 비판 목소리 더욱 커져 / “윤 당선인 의원직 사퇴해야” 10명 중 7명 이상 찬성 / 일부 확인되지 않은 의혹 쏟아져 나오는 건 경계해야 / 윤 당선인, 지난 18일 한 라디오 방송 출연…”사퇴 의사 없다”고 밝힌 뒤 각종 의혹 제기에도 별다른 해명 내놓지 않고 있어 / “조만간 입장 발표하지 않겠냐”는 얘기만 있을 뿐 구체적인 행적 알 수 없어 / 이해찬 “신상털기식 의혹 제기 굴복해선 안돼” / 윤석열 검찰총장, 정의연 관련 모든 의혹 신속하고 철저히 규명하라고 주문 / 여당 내에서도 우려, 비판의 목소리 쏟아져 나와 / 현 상황 감안…윤 당선인, 의원 신분으로 檢 소환될 듯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이용수 할머니의 2차 기자회견 이후 정의기억연대(정의연)와 더불어민주당 윤미향 국회의원 당선인을 둘러싼 논란이 더욱 확산하고 있다.

 

이는 각종 여론조사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리얼미터가 오마이뉴스 의뢰로 조사한 결과, 윤 당선인이 의원직을 사퇴해야 한다는 의견이 전체 응답자의 70.4%에 달했고 사퇴할 필요가 없다는 대답은 20.4%에 그쳤다. 특히 진보층(57.1%)과 민주당 지지층(51.2%)에서도 사퇴 여론이 절반을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많은 국민이 이번 사안을 그만큼 엄중하게 인식한다는 뜻이다. 물론 확인되지 않은 각종 의혹이 쏟아져 나오는 것도 조사 결과에 일부 영향을 미쳤을 수 있지만, 그렇다 해도 결코 가볍게 넘길 일이 아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논란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는데도 윤 당선인은 구체적 입장을 내놓기는커녕 모습조차 드러내지 않자 잠행, 잠적 중이라는 말도 나온다.

 

윤 당선인은 지난 18일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사퇴 의사가 없다고 밝힌 뒤 각종 의혹 제기에 아무런 해명도 내놓지 않고 있으며, 민주당이 21대 당선인을 대상으로 연 워크숍에도 불참했다. 조만간 입장을 발표하지 않겠냐는 얘기만 나돌 뿐 행적조차 알 수 없다.

 

이런 가운데 이해찬 대표는 "잘못이 있으면 고치고 책임질 사람은 책임져야 하나 이는 사실에 기반해야 한다"며 신상털기식 의혹 제기에 굴복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당연한 얘기처럼 들리지만, 윤 당선인에 대한 사수 의지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으로, 갈수록 커지는 당 안팎의 비판 여론과는 동떨어졌다는 지적을 피하기 힘들다.

 

윤석열 검찰총장은 정의연과 관련된 모든 의혹을 신속하고 철저히 규명하라고 주문했다. 헌법상 무죄추정 원칙에 따라 윤 당선인에 대해서도 예단을 가져선 안 되는 건 당연하지만, 숱한 의혹이 제기돼 큰 사회적 논란으로 번진 상황에서 국민의 대표직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느냐는 다른 차원의 문제다.

 

민주당 안에서조차 우려와 비판의 목소리가 이어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현 상황을 고려할 때 윤 당선인은 의원 신분으로 검찰에 소환될 것으로 보인다.

 

26일 서울 마포구 전쟁과여성인권박물관 담장에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를 응원하는 문구가 부착돼 있다. 연합뉴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이용수 할머니가 2012년 총선에서 민주통합당(더불어민주당 전신) 비례대표 공천을 신청했지만 후보 명단 40명 안에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민주당 비례대표 공천심사위원장이었던 안병욱 한국학중앙연구원장은 27일 연합뉴스 통화에서 "당시 이 할머니가 비례 신청서를 낸 것이 기억난다"며 이같이 밝혔다.

 

안 원장은 "국회의원은 국정 전반을 보고 운영해야 하는 자리"라며 "당시 (위안부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특별한 사정만으로 비례대표 자리를 배려할 여유가 없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당시 윤미향 정대협 상임대표가 이 할머니의 출마를 반대한 것이 공천 심사에서 영향을 미쳤느냐는 질문에는 "전혀 모르겠다"고 답했다.

 

안 원장은 그러면서 "그때 신청자가 엄청 많았다. 이 할머니를 고려할 상황은 아니었다"고 거듭 강조했다.

 

2012년 4월 19대 총선 때 민주당 대표는 한명숙 전 국무총리였다.

 

공천 사무를 총괄하는 당 사무총장은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었지만 당시 검찰 수사로 촉발된 공천 갈등 끝에 3월9일 사퇴했고, 이용수 할머니가 공천을 신청한 것은 그 이후였다.

 

당시 임 총장의 뒤를 이어 사무총장이 된 민생당 박선숙 의원은 이 할머니 공천과 관련해 "기억이 하나도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박선숙 “이 할머니 공천 관련 기억 하나도 나지 않는다”

 

미래통합당과 미래한국당은 윤 당선인과 윤 당선인을 옹호하는 듯한 발언을 한 이해찬 민주당 대표를 향해 "21대 국회를 윤미향 방탄국회로 시작하려는가"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헌법 44조는 국회의원에 대해 현행범인 경우를 제외하고 회기 중 체포·구금되지 않는 불체포특권을 보장하고 있다. 국회법상 회기 중 의원을 체포하려면 국회 본회의에서 체포동의안 표결을 거쳐야 하나, 지금까지 현역 의원 체포동의안이 통과된 적은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 이후 한 번도 없어 '방탄국회'라는 오명을 듣고 있다.

 

통합당 최형두 원내대변인은 이날 오전 논평을 통해 "21대 국회가 오는 30일 시작된다. 윤 당선인이 불체포특권을 누릴 방탄국회가 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며 "민주당은 '윤미향 감싸기'를 중단하고 이용수 할머니를 비롯한 피해자 할머니들이 바라는 문제의 해법에 귀를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참혹한 역사를 몸으로 겪으신 이용수 할머니의 절절한 증언마저 ‘역사 왜곡’이라는 프레임을 씌워 매도할 작정인가"라며 "정부지원금과 기부금 횡령 의혹 수사대상인 더불어민주당 윤미향 당선인 살리자고 위안부 할머니를 '토착왜구'니 '치매'라 조롱하는가"라고 꼬집었다.

 

◆통합당 “與, ‘윤미향 감싸기’ 중단…피해 할머니들이 바라는 문제 해법 귀 기울여야”

 

미래한국당 이익선 대변인도 "윤미향 당선인이 사라졌다. 지난 19일 이용수 할머니를 예고도 없이 찾아가 사죄하는 것 같은 장면을 연출한 후 8일째 감감 무소식"이라며 "눈앞에서 사라지면 잊힐 거라고 생각하는가. 21대 국회가 코앞이니 조금만 버티자는 심산이라면 큰 착각"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집권여당은 총선 후 윤미향 사태가 불거지자 KAL기 동체 인양과 사고 원인 재조사, 현충원 친일파 묘지 파내기, 한명숙 전 총리 사건 재조사 등을 제기하고 있다"며 "집권당은 이로써 윤미향 사태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멀어질 것을 기대하고 있는지 모르겠으나 우리 국민은 그렇게 어리석지 않다. 집권여당은 윤미향 당선인을 하루 빨리 사퇴시키고 국민 앞에 사과함으로써 책임 있는 집권당의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의기억연대' 모금 게시물이 사라진 네이버 해피빈 홈페이지. 네이버 화면 갈무리

통합당과 미래한국당 공동 '위안부 할머니 피해 진상규명 태스크포스(TF)' 위원인 박성중 통합당 의원도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이번에 이용수 할머니가 30년간 기부금에 이용당했다고 했다"며 "TF는 기부금 관련한 부분들에 대해서 정부 보조금의 공시 누락이나 윤미향 당선인의 개인 계좌를 통한 기부금 횡령 의혹이라든지 이런 것을 문제 삼고 있다"고 전했다.

 

윤 당선인의 사퇴를 주장하는 것에 대해서는 "오는 30일이 지나면 불체포특권에 따라 윤 당선인을 체포할 수가 없다. 그런 차원에서 지금까지 본 것만으로도 상당한 문제가 있기 때문에 그것(사퇴)도 충분히 고려하라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하태경 “이해찬 대표, 윤미향 호위무사 아닌 이용수 할머니 수호천사가 되시라”

 

오후에는 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잘못이 있으면 고치고 책임져야 하나 이는 사실에 기반해야 한다. 신상털기 식의 의혹 제기에 굴복해선 안 된다"고 윤 당선인을 감싼 것에 대한 성토가 쏟아졌다.

 

통합당 황규환 부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윤 당선자의 비리와 관련, 20여 일간 침묵으로 일관하던 집권여당의 대표였기에 오늘에서는 상식적인 판단을 할 것이라 믿었건만 혹시나가 역시나"라고 비꼬았다.

 

이어 "일제 강점기 위안부로 끌려가 온갖 고초를 당한 할머니의 증언이 사사로운 일인가"라며 "오늘 이 대표의 발언이야 말로 무책임한 발언을 넘어 시민단체와 학자들이 30년 간 해온 위안부 인권 운동의 성과를 훼손하는 막말이자 독설이다. 177석 정부여당의 수장의 발언이라 하기에는 믿고 싶지도, 믿을 수도 없는 수준"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27일 카카오같이가치에 '정의기억연대'를 검색한 결과. 카카오 화면 갈무리

미래한국당 조수진 대변인도 "이 대표의 발언은 기함(氣陷)할 만한 것이어서 어안이 벙벙할 뿐"이라며 "이용수 할머니가 사실에 기반하지 않은 신상털기식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고 믿는 것인가"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틀 뒤 개원하는 21대 국회에서 '닫힌 그들'당은 모든 것을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절대 의석을 무기 삼아 언제든 절대 위력을 행사할 것"이라며 "얼마나 비상식적이고 황당한 일들이 자주 벌어질지, 생각만 해도 가슴이 답답하다"고 전했다.

 

하태경 통합당 의원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해찬 대표는 윤미향 호위무사 아닌 이용수 할머니 수호천사가 되시라"라며 "이해찬 대표는 불쌍한 할머니들 이용해 자기 배만 불린 윤미향과 공범이 되고 싶나"라고 꼬집었다.

 

◆檢, 정의연 회계 의혹 관련 수사 속도…회계담당자 재소환할 듯

 

정의연 기부금 운용 문제와 회계 누락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회계관련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검찰은 압수물 분석을 토대로 정의연 회계 담당자를 재소환해 정식 조사를 벌일 전망이다.

 

서울서부지검 형사4부(부장검사 최지석)는 정의연 회계 담당자를 28일 재소환할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26일 정의연 관계자에 대한 첫 소환조사를 진행했다. 검찰은 정의연과 그 전신인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의 정확한 설립 일자 및 활동 내역, 회계 관리 등에 대한 기본내용을 살핀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관계자는 "수사 상황에 대해서는 확인해 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나영 정의기억연대 이사장이 27일 오후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1441차 수요집횡서 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 당선인 소환여부, 소환한다면 시기도 주목된다.

 

제21대 국회 회기가 시작되는 30일 이후로는 윤 당선인이 불체포특권을 갖게 돼 신병 확보가 어려워질 수도 있기 때문에 검찰은 소환 일정을 조율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정의연 의혹’ 놓고 여성단체 사이에서도 의견 엇갈려

 

한편 윤 당선인과 정의연 의혹을 놓고 여성단체 사이에서도 반응이 크게 엇갈렸다.

 

한국여성단체협의회는 27일 성명을 내고 "윤미향은 이용수 할머니와 국민 앞에 속히 사죄하고 엄중한 법의 심판을 받으라"고 촉구했다.

 

여성단체협의회는 윤 당선인과 정의연을 향해 처음 의혹을 제기했던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가 두 차례 기자회견에서 발언한 내용을 언급하면서 "할머니의 발언을 진정성이 있다고 믿으며 앞으로의 활동을 적극 지원한다"고 밝혔다.

 

이어 "정의연의 회계 부정 의혹은 연일 제기되고 있으나 (정의연의 이사장이었던) 윤미향은 왜 뚜렷한 해명을 내놓지 못하고 언론과의 접촉을 피한 채 침묵하고 있는가"라고 물었다.

 

여성단체협의회는 "지금까지 알려진 사실만 보더라도 도저히 이해도 용납도 할 수 없는 일들이 드러나고 있다"면서 "검찰은 이 사건에 대해 전면적으로 철저하게 수사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윤 당선인에 대해서는 "하루빨리 위안부 할머니들과 국민 앞에 나와 무릎을 꿇고 진정으로 사죄해야 한다"면서 "제기된 의혹들에 대한 정확한 소명자료를 제시할 수 없다면 21대 국회 개원 전에 거취를 분명히 하고 양심에 따라 현명한 선택을 하길 바란다"고 했다.

 

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에서 제1441차 수요집회가 열리고 있다. 뉴시스

반면 한국여성민우회는 정의연을 둘러싸고 쏟아지는 의혹 제기가 정의연에 대한 부당한 공격이라며 비판적인 입장을 내보였다.

 

이 단체는 지난 14일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명의로 입장을 발표하고 "최근 정의연을 둘러싸고 제기되는 의혹과 논란의 상당 부분이 사실과 다르거나 크게 왜곡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런 의혹은) 결과적으로 수치스러운 '한일 위안부 합의'의 잘못을 바로잡기 위해 분투해온 시민단체와 활동가에게 도리어 그 책임을 전가하려는 악의에 봉사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 단체는 "이 운동의 목표와 성과를 폄훼하고 공격하는 빌미로 삼는 것을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정의연을 악의적인 공격으로부터 지켜내고, 일본군 성노예 문제의 온전한 해결을 위한 보다 성숙한 동반자로 바로 세워 진실과 정의의 길로 흔들림 없이 함께 나아가자"고 촉구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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