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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가 격리 탓… 지구촌 곳곳 가정폭력 몸살

,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입력 : 2020-04-01 20:21:58 수정 : 2020-04-01 20:2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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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레스 쌓여 여성 등에 분풀이 / 印선 구타로 아이들 숨죽여 지내 / 英, 가정폭력 상담전화 65% 증가 / “남편에 스트레스 주지말라” 등 / 말聯 여성부 권고에 비난 쏟아져
# 코로나19가 덮친 미국 뉴욕에 사는 청소년 카이는 절대 다시는 발을 들이지 않겠다고 다짐한 곳으로 돌아가게 됐다. 수년간 성적으로 학대한 아버지의 집이다. 코로나 사태로 가게 문을 닫게 된 어머니는 앓고 있던 정신질환이 심해져 병원에 입원하고, 카이는 외출도 못한 채 폭력적인 아버지와 그의 집에 갇혀있다.

# 21일간의 국가 봉쇄령이 내려지기 하루 전 인도에서 지타는 화가 나 돌아온 남편을 피해 아이들을 숨겼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인력거 운전사인 남편은 매출이 절반 이하로 줄었고 술을 마시고 귀가하는 날이 늘었다. 그런 날은 물건을 던지고 지타와 아이들을 때렸다. 학교도 문을 닫아 아이들은 이런 모습을 지켜보며 집에서 숨죽인 채 버텨야 했다.
말레이시아 여성가족개발부가 코로나19로 인한 봉쇄기간 가정 내 갈등을 예방하기 위한 팁이라며 최근 페이스북 등에 올린 포스터. 여성들이 재택근무를 하는 동안 간편복 차림으로 있지 말고 화장을 하고 옷을 단정하게 입어야 한다는 내용(왼쪽 사진), 남편과의 싸움을 피하려면 기분이 상하는 일이 있더라도 일단 숫자 1부터 20까지 세면서 침착해질 것을 권유하는 내용 등이 담겼다. 페이스북 캡처

각국이 코로나19 확산 저지를 위해 이동을 제한하고 자가격리 등 조처를 하고 있지만 그로 인한 부작용도 커지고 있다. BBC방송은 31일(현지시간)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가정폭력 건수도 증가하고 있다고 전했다. 영국 가정폭력 상담소에 따르면 지난 주말 상담전화는 코로나19 확산 전보다 65% 증가했다.

스페인의 가정폭력 상담기관인 아나벨라재단은 “가정폭력 피해자들이 가해자와 같은 공간에 24시간 있게 되는 자가격리가 고통을 가중시키고 있다”면서 “가장 큰 문제는 모두 각자 집에 머물게 되면서 한 가정에서 이런 일이 벌어져도 알기가 더 어려워졌다는 점”이라고 설명했다. 집이라는 좁은 공간에서 코로나19로 인한 스트레스는 쌓여만 가고 결국 분풀이 대상이 여성이나 어린이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도 나온다.

코로나19 확산 저지를 위해 봉쇄정책을 택한 각국에서 이런 상황이 벌어지자 당국은 대책을 고심하고 있다. 영국에서는 가정폭력 피해자는 통행금지 상황에서도 이동할 수 있도록 조치했다고 BBC는 전했다. 프리티 파텔 영국 내무부 장관은 “사회적 거리두기 차원에서 집에 있는 게 안전해야 하지만 가정폭력이나 성적 학대의 피해자인 어린이에게는 그렇지 않다”며 “가정폭력 가해자들은 반드시 처벌받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가디언에 따르면 그린란드 수도 누크에서는 코로나19로 늘어난 가정폭력을 막기 위해 주류 판매를 금지했다. 킴 키엘센 총리는 “이번 결정은 가정폭력에 고통을 받는 어린이를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말레이시아에서는 여성가족개발부가 인스타그램 등 소셜미디어에 여성 ‘코로나19 예방’ 해시태그를 달고 봉쇄 기간 가정폭력을 막기 위해 집에서 남편에게 스트레스를 주지 말라고 여성들에게 권고해 비난이 쏟아졌다. 해당 포스터에는 여성들에게 집에서 화장하고 옷을 갖춰 입으라면서 남편이 잘못했을 때는 유머를 섞어서 말해야 한다는 등 내용이 적혀있다. 말레이시아 당국은 포스터 논란이 커지자 사과와 함께 해당 게시물을 삭제했다.

 

조성민 기자 josungm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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