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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능후 장관님, 수고 많으신데 왜… “우리국민 탓” 발언에 여당도 ‘곤혹’

,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입력 : 2020-02-26 23:00:00 수정 : 2020-02-27 17:2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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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복지부 장관, “코로나19 확산 가장 큰 원인… 中서 들어온 한국인” 발언 파장 / “소신 갖고 최선 다하는 중, 단 한 순간도 마음 놓거나 긴장 푼 적 없어” / 통합당 “우리 국민 가슴에 못 박은 망언, 文대통령이 경질해야” / 정의당 “앞으로 좀 더 신중하게 발언하길” / 민주당 “국민의 솔직한 우려도 진지하게 생각해주길” / 朴 장관 “31번 확진자 이전 비율 말씀드린 것”

 

전국이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으로 비상이 걸린 가운데, 바이러스 대응 최전선에 있는 박능후(사진) 보건복지부 장관이 26일 “(바이러스 확산의) 가장 큰 원인은 중국에서 들어온 한국인”이라는 취지의 발언을 해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박 장관은 이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 중 정갑윤 미래통합당 의원과의 ‘설전’ 중에 문제의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 의원이 “북한, 러시아 등 나라는 일찍이 국경을 폐쇄했다. (중국인 입국 허용을 빗대) 천장이 뚫려 비가 새는데 바닥을 아무리 닦아봤자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 장관은 무엇을 했느냐?”고 박 장관을 몰아세웠다. 

 

이에 박 장관은 “소신을 갖고 최선을 다했다”고 답했고, 정 의원은 “뭘 다했다는 것인가. 그런데 왜 이런 결과가 생겼나. 또 신천지교회냐. 대구 시민이냐”라고 쏘아붙였다.

 

미래통합당 정갑윤 의원. 연합뉴스

 

정 의원은 “(코로나19의) 숙주는 박쥐도 아니고 문재인 정권과 그 밑에 있는 여러분들”이라며 “복지부 장관이 복지부의 입장을 주장하고 관철했으면 이런 사태가 왔겠는가”라고 계속해서 따졌다.

 

그러자 박 장관은 “(확산의) 가장 큰 원인은 중국에서 들어온 우리 한국인이었다”라고 응수했고, 정 의원은 “애초부터 막았으면 되지 않나. 우리나라가 (코로나19) 발생지라는 것인가”라고 물었다. 박 장관은 “애초부터 들어온 것은 우리 한국인이라는 뜻이다. 중국에서 들어온 우리 한국인”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이에 ‘중국에서 온 한국인을 격리 수용해야 하지 않느냐’는 질문이 나오자, 박 장관은 “단지 그분들이 들어올 때마다 전원 수용할 수는 없다. 하루에 2000명씩 들어오는 한국인을 어떻게 다 격리 수용하나”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이 바이러스의 특성 자체가 검역에서 걸러지지 않는 사람이 들어온다. 열도 기침도 없는 한국인이 (중국에서) 감염원을 가져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 장관은 또한 전문가 집단인 대한의사협회의 ‘중국발 외국인 입국 금지’ 권고를 왜 수용하지 않았느냐는 지적에 대한감염학회에서는 이를 추천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의협보다는 감염학회가 (감염병 분야에 있어서는) 더 권위가 있고 전공자들”라고 설명했는데, 한 매체는 감염학회 역시 이달 초 ‘중국발 외국인 입국 금지’를 정부에 권고했다며 박 장관의 발언은 ‘거짓’이라고 주장했다.

 

이날 박 장관은 “지금 확진 환자가 많아 죄송스럽다”면서도 “하지만 (정부도) 아무런 대책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특정 종교(신천지예수교회) 집단에서 그것이 확산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 장관은 “방역당국은 어느 한 순간도 마음을 놓거나 긴장을 푼 적이 없다”라며 “방역당국이 하는 일들은 정치적 의사결정이 아니다”고 억울한 심정을 토로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특정집단(신천지)에서의 최초 발현자가 누구인지 밝혀내야 더 정확한 방역대책을 세울 수 있다고 강조했다.

 

◆민주당·통합당·정의당 불문하고 우려·분노… 朴장관, “31번째 확진자 이전 얘기하다 나온 발언” 해명

 

 

 

이날 회의가 끝난 후 박 장관의 발언이 알려지자, 코로나19 국내 확산이 자국민 탓이라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에 대해 여야를 불문하고 비난과 질타가 쏟아졌다.

 

통합당 간사인 김도읍 의원은 “(코로나19 사태가) 국내 요인 때문이라는 박 장관의 발언에 국민들이 분노하고 있다”고 지적했고, 같은 당 이만희 원내대변인은 “박 장관의 발언은 발병국인 중국의 눈치를 보며 중국인 입국 제한에 미온적이었던 정부의 책임을 국민에게 떠넘기는 것일 뿐 아니라 국내 첫 우한코로나 확진자가 중국인이었다는 사실까지 무시한 국민 기만”이라고 날을 세웠다. 

 

이윤경 통합당 청년부대변인 역시 “(박 장관 발언은) 실로 우리 국민 가슴에 못을 박은 망언”이라며 “코로나19 사태에 신천지 탓, 대구 탓을 넘어 우리 국민 탓까지 하고 있다”고 논평했다. 이어 “코로나19 사태에 무한 책임이 있는 문 대통령은 방역 실패에 대해 사죄하고, 국민 가슴에 대못을 박은 박 장관을 당장 경질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의당 강민진 대변인은 박 장관의 발언에 대해 “코로나19의 발원지가 중국인데도 감염 피해자인 자국민에게 책임을 돌리는 듯한 인상을 주는 경솔한 발언”이라고 꼬집으며, “보건 방역 책임자로서 앞으로 좀 더 신중하게 발언하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법사위 간사인 송기헌 의원은 “중국인 입국 금지 관련 결정에 대해선 모두 합리적인 판단을 했을 테지만, 국민들의 솔직한 우려도 진지하게 생각해주길 부탁한다”고 박 장관에게 호소했다.

 

민주당 내에서는 전날 홍익표 의원이 ‘대구 봉쇄’ 발언으로 하루 만에 수석대변인 자리에서 물러난 상황에서, 박 장관의 ‘실언’까지 도마 위에 오르자 난감해 하는 분위기다. 한 매체에 따르면 급박하게 돌아가는 위기 상황 속 말실수가 계속되자, “말을 조심해야 하는데 다들 열심히 하면서 왜들 이러는지 모르겠다”고 안타까움을 표한 의원도 있었다.

 

논란이 커지자, 박 장관은 “중국에 갔다 온 한국인들이 병원균을 가져올 수도 있고, 중국에서 직접 올 수도 있다”면서 “31번 확진자 이전 비율이 내국인이 더 많아서 그렇게 말씀드린 것”이라고 해명했다.

 

현화영 기자 hhy@segye.com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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