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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도 8만명 초대형 명성교회…주민들 “불안해서 잠을 못 자요” [김기자의 현장+]

입력 : 2020-02-26 21:00:00 수정 : 2021-08-02 10:4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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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19 위기경보 ‘심각 단계’ 격상 / 명성교회 인근 주민들은 불안을 호소 / 확진 판정을 받은 부목사 A씨, 많은 교인과 밀접하게 접촉 / 25일 시설을 폐쇄하고 모든 예배를 당분간 중지 결정
26일 오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으로 출입 통제 중인 서울 명성교회는 긴장감이 흐르고 있다.

 

“주일예배를 제외한 수요기도회 및 교회 내 모든 모임을 중단합니다”

 

26일 찾은 서울 강동구 명성교회. 교회 입구마다 굳게 닫힌 문 사이로 적막감이 흐르고 있었다. 교회 앞은 넓은 주차장 임시 선별진료소에는 방호복을 입은 의료진들이 분주히 오가며 시민들 상태를 살펴보고 있었다.

 

교회 입구마다 “코로나 19 위기경보 ‘심각 단계’ 격상으로 주일예배를 제외한 수요기도회 및 교회 내 모든 모임을 중단합니다”라는 붉은 안내문이 붙어있었다. 인근 아파트 주민들은 “큰일이네! 큰일이야”라며 불안한 눈빛으로 진료소를 바라보고 있었다.

 

26일 오후 서울 명성교회 앞에 선별진료소가 설치 돼 있다.

 

명성교회 부목사 A씨는 지난 14일 경북 청도군 대남병원의 농협장례식장에 교회 교인 5명과 함께 다녀온 후 교회 안팎에서 목회활동을 하다가 25일 확진 판정을 받아 격리 치료를 받고 있다.

 

부목사 A씨 가정에 며칠간 함께 머무르고 있던 A씨 지인의 딸 B양도 같은 날 확진 판정을 받았다. 부목사 A씨는 감염 시점으로 추정되는 14일부터 1주일간 교회 예배당, 사무실, 교인 가정 등에서 목회활동을 하면서 많은 교인과 밀접하게 접촉했다. 부목사 A씨가 의심증상을 나타낸 후인 23일 일요일에도 주일예배를 봤다. 25일에야 시설을 폐쇄하고 모든 예배를 당분간 중지하기로 결정했다.

 

26일 오후 서울 명성교회 입구 마다 주일 예배 중단 안내문이 부착돼 있다.

 

개신교계에서는 재적 교인이 1만 명 이상일 경우 대형교회로 분류하는데, 명성교회의 경우 등록교인이 8만 명 달해 초대형 교회다. 매주 교회를 나오는 출석교인은 6만 명가량 된다고 명성교회 측은 전했다. 부목사 A씨가 코로나 19 확진 소식을 알려지면서 교회는 물론 인근 아파트 단지는 주민들은 불안감을 들어냈다.

 

아파트 단지 주민 김모(64)씨는 “신도도 많은 대형교회가 이런 일이 일어났다”며 “제발 아무 일이 없기를 바라지만, 혹시나 애들도 많은 아파트에서 확산될까 봐 무섭다”고 말했다.

 

26일 오후 서울 명성교회 인근 거리는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교회 인근 거리는 사람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한산했다. 인근 카페·편의점·식당을 비롯해 상점마다 텅 빈 모습이었다. 한 카페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예방 차원에서 한 주간 휴업합니다’라는 문구를 붙은 채 굳게 닫았다. 인근 식당 거리도 사정도 비슷했다. 점심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사람을 찾아볼 수가 없었다. 편의점 매장 직원도 마스크를 착용한 채 손님을 기다리고 있었다. 출입문에는 ‘마스크 품절’이라는 안내문이 붙었다.

 

인근 아파트 단지 작은 출입구 마다 “코로나 19 위기 경보 ‘심각 단계’ 통행 제안” 안내문을 붙이고 쇠사슬이 걸고 사람의 출입을 막았다. 아파트도 한산했고, 놀이터도 마찬가지였다.

 

26일 오후 서울 명성교회 인근 한 카페는 문은 굳게 닫힌 체 휴업을 알리는 안내문이 부착 돼 있다.

 

명성교회에서 인근 상점 이모(61)씨 “걱정 반 우려 반, 무사히 넘어갈 것 같은데, 혹시나 하는 생각에 잠을 잘 수가 없다”며 불안감을 호소했다.

 

문제는 향후 명성교회에서도 확진자가 늘어날 수 있다는 점이다. 부목사 A씨는 대남병원을 다녀온 뒤 지난 16일 오후 참석한 예배에 교회 교역자와 신도 등 약 2000명이 참석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교인들은 부목사 A씨 이외의 추가 확진자 발생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편 강동구(구청장 이정훈)는 지역 내 코로나 19 확진자 2명이 추가 발생함에 따라 지역사회 확산 방지를 위해 총력 대응에 나선다. 구는 명성교회에서 1차 밀접접촉자 348명의 명단을 확보한다. 또 이들 검사 대상자의 이동 동선을 최대한 줄여 지역 주민이 감염될 우려를 줄인다.

 

26일 오후 서울 명성교회 인근 아파트 입구에는 출입구에는 통행 제한 안내문이 부착 돼 있다.

 

구는 명성교회와 긴밀한 협조 체계를 유지하면서 1차 밀접접촉자 외에도 감염 우려가 있는 명단을 전수 조사해 가능한 모든 조처를 할 계획이다. 강동구 지역 내 병원인 강동경희대병원과 강동성심병원과 협조를 통해 현장 임시 선별진료소가 운영된다. 코로나 19 감염증 검사대상자 증가를 대비하기 위해서다. 명성교회는 시설이 안전하다고 결정 날 때까지 폐쇄된 상태로 주일예배 등 모든 예배는 중지한다.

 

앞서 지난 25일 이정훈 강동구청장은 주민들에게 “주위에 이번 청도 대남병원 방문 신도들과 관련해 밀접하게 접촉한 사람이 있거나 그런 사실을 알고 있다면 정보를 알려달라”고 요청했다.


글·사진=김경호 기자 stillcu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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