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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수 생략하고 결혼식 미루고… 가족끼리 만남도 피해

,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입력 : 2020-02-24 20:04:05 수정 : 2020-02-24 20:3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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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비상 - ‘접촉’ 최소화하는 시민들 / 영화관 등 다중시설 방문 꺼려 / 주말마다 붐비던 상권 한산해져 / “사람 피하다보니 대인기피증 생겨” / 증세 없지만 스스로 자가격리도 / 대중교통 대신 자가용 이용 늘고 / 반찬·국도 개인 접시에 덜어먹어
23일 대구 시내 한 대형 결혼식장 주차장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에 대한 우려로 예약된 결혼식들이 취소돼 텅 비어 있다. 연합뉴스

서울 관악구 거주자 김지은(31·여)씨는 일주일 넘게 자취방에서 자가격리 중이다. 최근 외국에 다녀온 적도 없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와 접촉한 것도 아니지만 스스로 바깥출입을 차단하고, 가족의 방문도 막고 있다. 김씨는 “확진자가 무서운 속도로 늘고 있는데, 모든 동선이 공개되는 것은 아니어서 너무 불안한 심정”이라며 “집 안을 빼면 어디도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생각 때문에 사람을 피하다 보니, 이제 대인기피증까지 생긴 것 같다”고 토로했다.

건설사에서 근무하는 40대 이모씨는 지난 연말부터 가족을 서울에 두고 혼자 경북 경주 사무실에 파견을 나왔다. 한 달에 두 번은 KTX를 타고 상경해서 가족들을 만났는데 이번달은 한 번도 찾지 못했다. 이씨는 “유치원에 다니는 딸이 ‘코로나 조심하세요’라고 말하는데 차마 서울로 올라갈 수가 없었다”며 “배달음식을 먹는 것은 괜찮은데 앞으로 최소 한달은 더 가족을 못 볼 생각을 하니 마음이 영 불편하다”고 말했다.

24일 경기도 성남시온교회에서 담당 공무원이 ''신천지 집회 전면금지 및 시설 강제폐쇄 경기도 긴급행정명령'' 시행에 따라 폐쇄 안내문을 부착하고 있다. 연합뉴스

24일 대구·경북을 중심으로 한 코로나19의 전국적인 확산세가 수그러들지 않으면서 시민들의 불안감이 극에 달하고 있다. 많은 인원이 모이는 종교시설이 ‘슈퍼 전파’의 진원지로 드러나면서 종교활동을 자제하는 것은 물론,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을 애초에 방문하지 않겠다는 분위기다. 코로나19에 대처하는 일상생활의 풍경도 사뭇 달라졌다.

경기 고양시에서 결혼식을 준비하던 30대 정모씨는 이달 말 예정됐던 결혼식을 10월로 미뤘다. 청첩장을 돌렸던 친지와 동료들에게 모두 전화를 돌리느라 상당한 공을 들여야 했고, 예식장 위약금도 일부 발생했지만 후회는 없다. 생애 한 번밖에 없을 결혼식을 완벽하게 마무리하는 게 중요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일부에서는 장례 문화도 극도로 간소화되고 있다. 직계가족과 극히 일부 지인만 참석한 채 장례식을 치르는 이들도 늘고 있다.

광주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진자가 또다시 발생헌 첫 주말을 맞은 22일 광주 동구 한 영화관에 관람객 발길이 끊겨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뉴시스

실내 공간에 사람이 많이 모이는 영화관·공연장·체육관 등을 찾는 게 꺼려진다는 시민들도 많다. 주말, 평일 상관 없이 붐비던 서울 강남, 신촌 등지도 거리 전체가 한산해졌다. 대학생 장모씨는 “지난 주말에 모처럼 약속이 있어서 나갔는데 마스크를 쓰고 바쁘게 길을 걸어가는 사람만 가끔 보이는 정도였다”고 말했다.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는 가운데 24일 서울 시내 한 구내식당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재문 기자

공공기관이나 문화시설 등 다중이용시설들이 연이어 문을 닫는 것은 물론이고, 접촉을 피하는 것을 상호 용인하는 분위기도 만들어졌다. 인사를 건넬 때 악수를 청하지 않고 가볍게 손을 흔드는 것으로 대신하고, 식당에서는 반찬이나 국을 개인 접시에 덜어먹는 것이 일상화되는 모양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되는 가운데 24일 오전 월요일 출근길에도 대구지하철 2호선 전동차 내부가 한산한 모습이다. 뉴스1

출퇴근 모습도 달라졌다. 대중교통 대신 자가용이나 택시를 이용하는 사람이 늘어났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사람도 의식적으로 손잡이를 잡지 않으려고 노력하거나, 미리 장갑을 준비하는 등 가급적 접촉을 피하려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코로나19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면서 단순한 감기 증상에도 감염을 의식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대학생 김용우(24)씨는 최근 카페에 갔다가 점원에게 ‘나가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그의 기침 소리를 들은 주변 손님들의 민원에 카페에서 쫓겨나게 된 것이다. 김씨는 “원래 기관지가 약해서 헛기침을 하는 습관이 있는데 억울하고 황당한 경험이었다”며 “감염 우려가 높아진 것은 이해가 가지만, 주변에 일일이 상황을 설명할 수도 없어서 고민”이라고 말했다.

 

박세준 기자 3ju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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