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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면 접촉’ 학습지 교사·대리 기사… 일감 줄고 감염 위험 커져 ‘이중고’

,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입력 : 2020-02-24 20:21:12 수정 : 2020-02-24 22:4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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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고’ 노동자 근로기준법 적용 안돼/ 휴업 시 수당 등 각종 지원 못받아/ “생계지원 방안·안전대책 마련을”

#1. “학부모들께는 코로나19 때문이 아니라 개인사정으로 수업을 못 한다고 하래요.”

 

서울에서 방과 후 강사로 일하고 있는 A씨는 최근 ㄱ학교로부터 수업을 일방적으로 취소당했다. 해당 학교는 A씨가 확진자가 발생한 행정구역에 있는 ㄴ학교에 출강했고, ㄴ학교가 방과후 학교를 중단했다는 사실을 이유로 들었다. A씨는 “최소한 이런 이유로 수업을 못 한다고 (학생들에게) 설명이라도 하고 싶었다”고 토로했다.

 

#2. “손님이 누군지도 모르고, 매일 버스며 지하철이며 대중교통을 타야 하는데 불안하죠. 전엔 옆자리에 타시던 손님들도 뒷자리로 가세요.

 

15년째 대리운전기사로 일하고 있는 박구용(62)씨는 코로나19 위기 경보가 ‘심각’ 단계로 격상되기 이전에도 이미 30% 이상 일거리가 줄어들었다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박씨는 “대리운전기사들은 안전과 생계를 동시에 위협받고 있다”면서 “코로나19 확산 초기에 일부 이동노동자쉼터에 100∼200개 마스크와 손세정제가 비치돼 있었지만 지금은 그마저도 없다”고 말했다.

 

24일 코로나19가 빠르게 확산하면서 특수고용(특고)노동자들이 생계와 안전을 위협당하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학습지 교사, 방과후 강사, 택배·퀵서비스·배달대행 기사, 대리운전 기사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사업주에게 노동력을 제공하고 대가를 받지만 형식상 개인사업자로 분류된다. 근로기준법의 적용을 받지 않아 휴업 시 수당을 받을 수도 없고, 소상공인·자영업자 지원 대상도 아니다. 대부분 건당 수수료에 따라 보수가 책정되는 특고노동자들은 일감이 줄어들면 소득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

 

지난달 29일 인천국제공항 출국장에서 중국 교민과 택배업체 직원들이 하얼빈으로 보내는 한국산 마스크를 포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국학습지산업노동조합에 따르면 코로나19 감염 우려로 수업을 그만두는 회원이 절반 가까이 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특히 확진자가 급증하고 있는 대구·경북지역은 상황이 더 심각하다. 평소엔 하루에 50과목을 수업하는 대구 지역 학습지 교사 B씨는 지난주엔 세 곳밖에 방문하지 못했다. 주 고객이 어린아이들이다 보니 대부분 가정 방문을 꺼렸기 때문이다. 23년째 구몬에서 일해온  학습지 교사 정양출(57)씨는 “이런 상황에 본인 돈으로 환불까지 해줘야 하는 선생님들이 많다”며 “그런데도 회사에선 전혀 대책 마련 의지가 없다. 과거 메르스 때도 부담은 전부 교사들에게 전가됐다”고 말했다.

 

20년 넘게 퀵서비스 일을 해온 박영일(47)씨는 “절반가량 일이 줄었는데 마스크도 터무니없이 가격이 올라 부담이 크다”며 “계속 돌아다니며 일해야 하는데 확진자가 나온 지역을 가야 할 때나 감염자와 마주칠까 걱정이 된다”고 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24일 오후 경기 용인시 단국대학교 죽전캠퍼스에서 마트업체 관계자가 물건을 건네고 있다. 뉴시스

이러한 특고노동자들을 위해 최소한의 생계지원 방안과 안전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고노동자와 계약을 맺은 회사가 수수료 감면 등 고통을 분담하거나 정부에서도 마스크와 손소독제와 같은 보호장구 등을 지원하는 것이 그 예다.

 

김경희 방과후강사노동조합 위원장은 “기존 가이드라인에 천재지변 등 불가피한 경우 보강을 통해 강사료를 보전한다는 규정이 있는데 감염병이 여기에 해당하는지가 아직 모호하다”며 “이런 부분들을 보완하고 보강 등으로 피해를 최소화할 방법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배달대행기사 노동조합인 라이더유니온은 23일 입장문을 내고 “코로나19 진정 시까지 모든 배달 건을 선결제 주문으로 받고 비대면 배달이 가능하도록 조치를 강구해야 한다”면서 “지역사회 감염으로 인해 배달대행업체와 음식점에서 영업을 중지할 경우에도 생계대책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유지혜 기자 kee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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