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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심 의식해 수위조절”…집값 다 오른 뒤 따라가는 뒷북정책

입력 : 2020-02-21 06:00:00 수정 : 2020-02-21 08:0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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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 부동산 대책’ 발표 / 내달 초부터 LTV 60%→50%로 강화 / 시가 9억 넘는 아파트는 30%로 깎여 / 아파트 가격 급등 반복 용인·성남지역 / 예상 밖으로 투기과열지구 지정 안 해 / “선거 표심 의식해 수위조절” 해석 분분 / 투기세력만 이득 보는 악순환 우려

정부가 작년 12·16 부동산 대책의 ‘풍선효과’로 최근 집값이 불안 양상을 보인 경기 수원 영통·권선·장안구, 안양 만안구, 의왕 등을 21일부터 조정대상지역으로 묶는다. 또 다음 달 초부터 조정대상지역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은 60%에서 50%로 낮아지고, 시가 9억원이 넘는 아파트는 30%로 확 깎인다.

국토교통부는 20일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2·20 부동산 대책’을 발표했다. 이들 지역은 12·16 대책 이후 투자 수요가 몰려 집값이 급상승하면서 시장이 과열된 곳이다.

이들과 함께 집값이 많이 뛴 ‘수용성’(경기 수원·용인·성남) 중에서 수원을 제외한 용인과 성남은 이번 규제 대상에서 빠졌다. 대책과 관련한 당정청 협의 과정에서 수출 부진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등으로 경제가 좋지 않은 상황인데 정부가 지나치게 시장 규제에 나설 경우 총선 득표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여당의 주장이 수용된 것으로 보인다.

정치적 판단으로 국지적 풍선효과에 핀셋 대응하면서 규제지역을 강화하는 정도로 정책 수위를 조정했다는 뜻이다.

이번 대책에 따라 앞으로 조정대상지역에서는 LTV가 시가 9억원 이하 분에 대해선 50%, 9억원 초과분에 대해선 30%가 적용된다. 조정대상지역에서는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2주택 이상 보유 시 종합부동산세 추가 과세, 장기보유특별공제 배제 등 세제도 강화되고 청약 가점제 적용도 비규제지역보다 확대된다. 1가구 1주택자도 양도세 비과세 혜택을 받으려면 2년 이상 실거주해야 한다.

또 주택임대업·주택매매업 이외 업종 영위 사업자에 대해선 주택 구입 목적 주담대도 금지됐다. 조정대상지역 내 1가구는 기존 주택을 2년 내 처분하는 조건으로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수 있었지만 앞으론 2년 내 기존 주택을 처분하고 신규 주택으로 전입해야 한다.

총선 뒤 추가 대책 발표가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최근 집값 상승률이 높았지만 이번에 신규 규제지역에서 빠진 용인, 성남, 안양, 구리, 대전 등의 일부 수도권과 충청권 지역으로의 투기 자금 쏠림 현상 등이 더욱 가속화해 풍선효과가 확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앞으로도 미분양이나 공급과잉 우려가 덜한 지역 중 교통망 확충이나 각종 개발 호재가 있는 지역들로 유동자금이 유입될 확률이 높은 만큼 집값 풍선효과를 잡기 위한 정부의 정책 대결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흥진 국토교통부 주택정책관이 19번째 부동산 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뉴시스

◆정부, 19번째 부동산 안정책 발표

 

20일 발표된 2·20 부동산대책은 지난해 12·16 대책에 따른 ‘풍선효과’를 수습하기 위한 차원에서 규제 강도를 조정한 게 내용의 골자다. 최근 과열 조짐을 보이는 경기 수원 등 일부 지역을 조정대상지역으로 추가 지정하고 대출까지 옥죄어 해당 지역 부동산 시장을 진정시키려는 의도로 보인다. 하지만 지역 집값이 이미 오를 대로 오른 뒤 나온 ‘뒷북 대책’에다가 규제 강도도 예상보다 낮아 제2, 3의 풍선효과가 계속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날 추가 조정대상지역에 경기 수원의 권선·영통·장안구와 함께 인근의 안양 만안구, 의왕이 포함됐다. 당초 유력하게 거론됐던 ‘수용성(수원·용인·성남)’ 지역 중 용인과 성남은 이미 대부분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된 상태여서 투기과열지구 지정 등의 추가 규제는 받지 않게 됐다.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되면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이 60%로 제한되고, 총부채상환비율(DTI) 50%가 적용된다.

 

정부가 조정대상지역의 대출 규제와 전매 제한 요건도 강화한 것은 이미 조정대상지역으로 분류돼 있던 수원 팔달구와 용인 수지·기흥구, 성남 지역도 최근 주택 가격이 가파른 상승세를 기록해왔다는 점을 감안한 조치로 풀이된다. 이날 한국감정원 조사에 따르면, 수원 팔달구 아파트값은 지난주(10일 기준) 2.04% 뛴 데 이어 이번주(17일 기준)에는 1.81% 올랐다. 이번 대책으로 조정대상지역에 포함된 안양시 만안구와 의왕시는 이번주 각각 0.46%, 0.38% 상승했다. 안양동 삼성래미안 전용면적 79㎡는 이달 11일 거래가가 5억8000만원이었는데, 현재 호가가 6억3000만∼6억5000만원까지 치솟은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과열현상이 반복된 조정대상지역을 투기과열지구로 상향 조정할 것이란 전망도 나왔지만, 2·20 대책에서는 빠졌다. 총선이 2개월도 남지 않았다는 점을 의식해 규제 수위를 조절했을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앞서 여당은 지난 16일 고위 당정청협의회에서 고강도 부동산 대책이 지역 표심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우려의 뜻을 청와대와 정부 측에 전달하기도 했다. 투기과열지구는 조정대상지역보다 대출 규제가 엄격해서 LTV 40%를 기본 적용하고, 15억원 초과 초고가 주택은 아예 주택담보대출을 금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시장반응만 뒤쫓아가는 식의 대응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 못한다고 지적한다. 집값이 오르는 지역을 찾아 규제를 추가해봤자, 영향권 바깥의 지역으로 다시 수요가 몰리는 풍선효과만 부추긴다는 것이다.

 

심교언 건국대 교수(부동산학과)는 “정부가 19번이나 부동산대책을 내놓은 것은 지금까지 정책 효과가 제대로 나오지 않을 것을 자인했다는 의미나 마찬가지”라며 “제2, 3의 풍선효과가 나오면 그걸 노린 투기세력만 이득을 보는 악순환이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정부는 이번 대책에 포함된 조정대상지역은 물론 비규제지역도 지속적으로 관찰하며 투기성 불법 거래를 집중 조사한다는 방침이다.

 

나기천·박세준 기자 n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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