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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 수사 검사 좌천 발판 마련… 살아있는 권력 겨눌 ‘칼’도 차단

입력 : 2020-01-21 19:20:06 수정 : 2020-01-21 20:5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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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부 ‘檢직제개편안’ 국무회의 통과/ 현 정부 수사 검찰 간부 한직 밀려나/ 차·부장급 검사들도 지방으로 갈 판/ ‘1년 임기 보장’ 직제개편으로 무력화/ 윤석열 총장 ‘특수단’ 구성도 미리 막아/ 秋·靑 관련 의혹 조사 예방조치 의혹/ 일각 “개혁 핑계, 무소불위 권력 만들어”/ 檢 직접 수사 축소… 경찰권한은 커져/ “자치경찰 도입·징계권 등 견제 필요”
보고서 살펴보는 법무장관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2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서울-세종 영상 국무회의’에서 검찰 직제개편안 수정 보고서를 살펴보고 있다. 뉴스1

법무부가 검찰의 직접수사 축소를 골자로 하는 직제개편을 단행하면서 문재인정부가 추진하던 검찰개혁은 마무리 수순에 접어들었다. 하지만 수사 관점에서는 법무부가 현 정권을 수사한 검사들을 사실상 좌천시킬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고, 특별수사단 사전 승인제도 도입으로 ‘살아있는 권력’을 겨눌 검찰의 칼날도 무디게 만들 장치가 생겼다는 비판이 나온다.

21일 검경 수사권 조정안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법안이 국회를 통과한 데 이어 ‘검찰의 직제개편’과 ‘특수단 설치 전 사전 승인’ 등을 담은 ‘검찰청 사무기구에 관한 규정’ 개정안이 국무회의 문턱을 넘어서면서 이 정부가 추진하던 검찰개혁의 틀은 완성단계에 접어들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민의 인권 보호와 거대한 검찰권력 견제라는 대의명분을 얻었다. 그렇지만 ‘살아있는 권력’에 대한 견제라는 관점에서 보면 공백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를 안고 있다. 현재 정부에 대한 수사를 지휘하던 고위 검찰 간부들은 모두 좌천됐고 이제 실무진인 차·부장급 검사들도 지방으로 밀려날 상황에 놓였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21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서울-세종 영상 국무회의에서 머리카락을 쓸어 넘기고 있다. 뉴스1

이번 정부에서 만든 ‘검찰인사규정’ 11조에 따르면 지방검찰청의 차장검사와 부장검사는 1년 임기를 보장하는 것이 원칙이다. 검사들이 외부 압력 없이 수사하라는 의미 등을 담아 필수보직 기간을 정해둔 것이다. 하지만 검찰청 기구의 개편이나 직제 및 정원 변경이 있는 경우는 예외다. 직제가 개편됐으니 필수보직 기간에 구애받지 않고 검찰 인사를 단행할 수 있게 된 셈이다.

법무부는 23일 차·부장급 검사 인사를 예고한 상태다. 직제개편으로 조국 전 법무부 장관 가족비리와 청와대 선거개입 의혹을 살펴본 서울중앙지검과 청와대의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 감찰무마 사건을 수사한 서울동부지검 검사들이 줄줄이 좌천될 가능성이 높다.

특수부 사전 승인 제도 역시 현 정부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현 정부 수사를 위해 특별수사단을 구성하려 해도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이를 거절할 경우 설치가 불가능해진다. 검찰은 그동안 사회적 파급력이 큰 사건에 대해서는 특수단을 꾸려 대응해 왔다. 지난해에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을 다시 수사한 것도, 세월호 참사를 원점에서 다시 살펴보고 있는 곳도 모두 검찰총장 의지로 꾸려진 특수단이다.

윤석열 검찰 총장이 21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점심 식사를 위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법조계에서는 추 장관이나 청와대 관련 의혹을 살펴볼 수 있는 만큼 이를 예방하는 조치 아니냐고 의혹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한 검사장 출신 변호사는 “직접수사를 줄이고 특수단 설치 전 장관의 사전 승인을 받으라는 것은 결국 ‘우리 편은 수사하지 말라’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검찰개혁을 핑계로 견제받지 않는 무소불위의 권력을 만들어 낸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번 검찰개혁의 최대 수혜자는 경찰이다. 이 때문에 법조계에서는 검찰의 직접수사 기능이 축소되며 경찰의 수사 권한이 커진 만큼 경찰에 대한 견제장치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문재인 대통령도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공수처 설치, 검경 수사권 조정, 자치경찰제 도입과 국가수사본부 설치는 한 묶음”이라며 “검찰의 직접수사 축소에 따라 커지는 경찰의 권한도 민주적으로 분산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검경수사권 조정안은 지난 13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하지만 발을 맞춰야 하는 경찰개혁 법안은 아직도 국회에 계류 중이다.

법조계는 검찰 직제개편으로 직접수사 기능이 축소되는 만큼 경찰이 새롭게 갖게 된 ‘1차 수사종결권’을 객관적으로 행사할 수 있도록 보완해야 한다고 모은다. 현재는 검찰이 경찰에 재수사를 요청해도 경찰이 ‘정당한 이유’를 내세워 보완 수사 요구를 거부하고 무혐의 처분을 내리면 사실상 통제할 방법이 없다. 더욱이 경찰이 직접 수사하는 인지사건의 경우 고소·고발인이 없어 수사 이의 신청을 통한 견제도 불가능한 실정이다. 대안으로는 수사심의의원회와 수사이의심사위원의 확대 등이 꼽힌다.

사정당국 관계자는 “경찰이 수사 개시권과 종결권을 모두 갖게 된 이상, 3000명이 넘는 정보경찰의 정보수집 업무에도 공정성이 담보돼야 한다”며 “경찰의 비대화를 막을 자치경찰제 도입과 정치적 중립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경찰위원회에 징계권 등 실질적 권한을 부여하는 방안도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필재·김청윤 기자 rus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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