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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해 3월 말 한 여론조사기관 발표에 따르면 김원봉 서훈(敍勳) 논란과 관련해 훈장 수여 찬성(60%)이 반대(34%)를 압도했다. ‘일제강점기 무장독립단체 의열단 단장으로 활동했으나 해방 이후 월북한 김원봉 선생에게 독립유공자 훈장을 수여하는 것’에 대해 의견을 물었다. 설문에선 그가 북한 정권의 핵심이었다는 사실은 쏙 뺐다. 같은 시기 다른 여론조사에서는 서훈 찬반이 40% 대 39%였다. 질문은 ‘북한 최고위직을 지낸 의열단장 김원봉 선생의 독립유공자 훈장 수여를 어떻게 생각하는가’였다.

1987년 대선부터 우리나라에 본격적인 여론조사가 도입된 이래 선거 때마다 여론조사 홍수다. 2016년 20대 총선의 여론조사만 해도 1404건에 달할 정도다. 그러나 ‘여론조사는 믿을 게 못 된다’는 불신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여론조사가 왜곡되는 주요 원인으로 ‘편향된 표본’과 함께 가장 많이 꼽히는 게 ‘부적절한 설문’이다.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여심위)는 그제 “KBS가 야권에 불리한 여론조사를 뉴스로 내보낸 것은 공직선거법 위반에 해당된다”고 밝혔다. 여심위에 따르면 지난달 27일 KBS는 메인뉴스에서 “총선에서 정부 실정(失政)보다 보수 야당을 심판해야 한다는 의견이 우세하다”고 보도했다. 그런데 여론조사 설문지를 보면 “자기반성 없이 정부의 발목만 잡는 보수 야당에 표를 주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라고 물었다. ‘자기반성 없이’ ‘정부의 발목만 잡는 야당’이라는 부정적 표현이 포함되면 객관성이 생명인 여론조사 설문일 수 없다. 그 결과 ‘보수 야당 심판’ 응답이 ‘정부 실정 심판’보다 월등하게 우세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유한국당은 선거법을 위반했다며 어제 KBS를 검찰에 고발했다.

엉터리 여론조사는 민심을 왜곡하는 ‘가짜뉴스’로, 민주주의 작동 자체를 방해하고 기만하는 범죄다. 여론조사가 정권의 무리한 행태에 정당성을 부여하는 도구로 이용되고 있다면 더 심각한 문제다. 총선을 앞두고 쏟아지는 수많은 여론조사에서 이런 꼼수가 얼마나 될지 걱정이다. 민주주의를 좀먹는 엉터리 여론조사에 대한 규제 방안이 시급히 마련돼야 한다.

박창억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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