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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vs 의료계 ‘문재인케어’ 갈등… “문케어 못 막았다” 의협회장 탄핵 추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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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0-01-19 12:00:52 수정 : 2020-01-19 12:0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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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말 최대집 대한의사협회장에 대한 탄핵안이 표결에 들어갔다. 표결엔 의협 대의원 239명 중 204명이 참여했고, 찬성 82표 대 반대 122표로 부결됐다. 2018년 3월 제40대 대한의사협회장으로 선출된 후 1년 9개월 만에 탄핵 위기 몰린 최 회장은 간신히 임기를 이어갔다. 

 

최 회장 탄핵안이 발의된 배경 중 하나는 문재인정부의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정책’(이하 ‘문재인케어’)을 막지 못했다는 이유였다. 당시 탄핵안을 발의한 박상준 대의원은 “이번 집행부는 의료계의 많은 난관을 극복해달라는 간절함으로 시작됐다”며 “(문재인케어를 추진하는) 정부를 압박하는 효과적인 투쟁을 하지 못했고 (의료인들에게) 실망과 좌절만 줬다”고 강조했다.

 

탄핵 위기에서 벗어난 최 회장은 “(문재인케어를 둘러싸고) 우리 입장을 (정부에) 관철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또다시 강경투쟁을 예고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7일 청와대에서 2020년 신년사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케어’란?…5년간 30조6000억원 들여 보장률 높인다

 

의협 회장을 탄핵 위기로 내몬 문재인케어는 무엇일까. 18일 의료계에 따르면 2017년 8월 문재인 대통령은 임기 내 정부 재정을 투입해 미용·성형 등을 제외한 모든 의학적 비급여 항목을 국민건강보험에서 보장하겠다고 밝혔다.

 

즉 2022년까지 30조6000억원의 건강보험 재정을 통해 기존 3800여개 비급여 항목을 모두 급여화(건강보험을 통한 의료비 지원)해 2017년 기준 62.7%에 불과한 건강보험 보장률을 70%까지 대폭 늘리겠다는 방안이다. 이를 통해 실제 환자가 병원에 내는 진료비를 줄인다는 것이다.

 

이외에도 선택진료(환자 또는 보호자가 특정한 의사를 선택해 진료받는 행위)를 폐지하고 기존 2∼3인실 병실에 적용되던 건강보험 보장을 1인실까지 확대하는 방안도 담겼다. 또 소득 수준별로 연간 의료비를 정해 그 이상일 경우 건강보험에서 지원하는 방안 역시 포함됐다.

 

이후 정부는 기존 비급여 항목이던 상복부 초음파검사 등을 급여 항목에 포함하는 등 건강보험 적용 대상을 확대 중이다. 

 

문재인케어를 설계한 김용익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은 지난해 7월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현재까지 보험급여 확대는 순탄하다”며 “입원료나 선택진료비 문제 등이 해결되고 MRI와 초음파 등 큰 덩어리에서의 급여 확대가 이뤄져 있는 만큼 실제 병원비 영수증을 받아보는 국민이 이를 체감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의료계 강한 반발…외상센터 이국종 교수도 ‘반대’

 

의료계는 문재인케어에 강하게 반발하는 중이다. 정부가 비급여 항목을 급여화할 경우, 의료비용 자체가 낮아져 병원 적자 폭이 커지고 환자의 대형 병원 쏠림이 가속화돼 소형 병원들이 힘들어진다는 것이다.

 

한 지방 국립대 소아과 전문의는 “건강보험이 의료비를 보장한다는 것은 그 의료 비용을 정부가 관리한다는 것”이라며 “가격이 내려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소형 병원의 경우 급여 항목의 적자를 비급여 항목의 흑자로 보존했는데 급여 항목이 확대될 경우 이것도 불가능해진다”고 말했다.

 

또 전반적인 병원비가 줄기 때문에 그동안 높은 진료비를 우려해 대형병원보다 소형병원을 찾았던 환자들이 다시 대형병원으로 쏠리게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지난해 10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김승희 자유한국당 의원이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2013~2018 건강보험 의료기관 종별 진료비 점유율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18년 국내 빅5 병원(서울대병원·서울아산병원·세브란스병원·서울성모병원·삼성서울병원) 진료비는 4조6531억원으로 전년도 대비 6%(5663억원) 늘었다.

 

의사 전용 온라인 커뮤니티 ‘메디게이트’가 2017년 8월 의사 700명을 대상으로 문재인케어 찬반을 물은 결과, 88%가 “부정적이다”고 답변했다. “긍정적이다”고 답한 응답자는 10%에 불과했다.

 

이국종 아주대 의대 교수(경기남부권역외상센터 센터장)도 2018년 5월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문재인케어와 관련해 “국민의 인기와 지지 여론에만 편승하고 있는 느낌”이라며 “의료계의 고질적인 문제, 갖춰야 할 펀더멘털(기초체력)이 제대로 돼 있는지는 들여다보지 않고 국민 부담 완화만 강조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정부 재정 문제도 거론된다. 건강보험 보장률을 높일 경우 재정 부담이 커지고, 곧 세금 부담으로 이어진다. 지난해 11월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박명재 자유한국당 의원이 국회예산정책처에 의뢰해 받은 ‘고령 인구 증가에 따른 건강보험 재정지원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정부 건강보험 지원금은 2019년 7조9000억원에서 2023년 11조3000억원, 2028년 15조7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됐다.

 

◆국민 53.9% “문재인케어 긍정적”…시민사회 “체감 진료비 하락”

 

다만 문재인케어에 대한 국민의 만족도는 높은 편이다. 지난해 6월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성인 2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문재인케어 정책 여론조사에 따르면, 53.9%가 “잘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이외에 “보통이다”와 “잘못했다”는 답변은 각각 34.6%, 11.5%에 불과했다. 특히 문재인케어 중 가장 잘한 것을 묻는 질문엔 47.9%가 기존 비급여 항목에 포함됐던 자기공명영상(MRI)와 컴퓨터단층촬영(CT), 초음파 검사에 건강보험을 적용한 것이라고 대답했다.

 

시민사회에서도 반기는 분위기다. 복지국가소사이어티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이상이 제주대 의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지난해 12월 YTN 라디오 ‘생생경제’를 통해 “과거 중증 질환들에 대해 비급여 항목이 굉장히 많았지만 문재인케어를 통해 의학적으로 필요한 부분은 급여 항목으로 포함시켰다“며 “국민이 진료비 절감을 체감하고 있다. 문재인케어가 제대로 가고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왼쪽 다섯번째)과 최대집 대한의사협회 회장(왼쪽 네번째), 임영진 대한병원협회 회장(오른쪽 맨끝) 등이 프레스센터에서 대한의사협회와 대한병원협회가 공동 주최한 ‘2020년 의료계 신년하례회’에 참석한 모습. 대한의사협회 제공

◆2020년에도 문재인케어 둘러싼 갈등 지속할 듯

 

올해도 문재인케어를 둘러싼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당장 문 대통령은 최근 신년사에서 문재인케어의 지속적인 추진을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7일 청와대 본관 중앙로비에서 발표한 경자년(庚子年) 신년사를 통해 “건강보험 보장성을 강화하고 특히 중증질환, 취약계층, 아동의 의료비 부담을 대폭 줄여 병원비 걱정 없이 치료받을 수 있게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올해 초 열린 대한의사협회와 대한병원협회가 공동 개최한 ‘2020년 의료계 신년하례회’에서도 의료계와 정부 측 인사들이 엇갈린 발언을 내놓으면서 불편한 기류가 감지됐다.

 

이날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무엇보다 의료비 부담 걱정 없이 누구나 적절한 의료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보건의료체계에 대한 국민적 요구가 큰 상황”이라며 “정부는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대책을 지속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국민의 의료비 부담을 줄이면서 의료서비스의 이용과 공급체계를 개선해 국민께 최적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하고 의료서비스의 질과 환자 안전을 높일 수 있도록 보건의료체계를 개선해 나가겠다”고 설명했다.

 

반면 최대집 회장은 이날 하례회에서 “2년 전 의료계가 우려하고 예언했던 대로 필수 의료와 의료 전달체계 붕괴 및 건강보험 재정 위기 등 문재인케어의 부작용이 큰 사회문제로 대두하고 있다”며 “의료계의 우려가 기우가 아니었음을 보여주는 지표들이 속속 나타나고 있다”고 반박했다.

 

염유섭 기자 yuseob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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