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의 남북관계 관련 발언에 불쾌한 반응을 보였다.
해리스 대사가 지난 16일 문재인 대통령의 개별관광 등 남북협력 구상에 대해 ‘향후 제재를 촉발할 수 있는 오해를 피하려면 한·미 워킹그룹을 통해 다루는 게 낫다’고 밝힌 데 따른 반응이었다.
청와대 관계자는 17일 춘추관에서 기자들을 만나 “대사가 주재국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서 언론에 공개적으로 언급한 부분은 대단히 부적절하다”면서 “미국과는 항시 긴밀하게 공조하면서 협의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정부는 남북관계의 실질적인 진전과 조속한 북·미대화를 위해 지속해서 노력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상민 통일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을 통해 “대사의 발언에 대해서 정부의 입장을 언급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면서도 “미국은 여러 차례, 또 다양한 경로를 통해서 대북정책에서 한국의 주권을 존중한다는 점을 밝힌 바 있다. 대북정책은 대한민국의 주권에 해당된다는 점을 다시 한 번 강조해서 말씀드리고자 한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중진 의원들도 해리스 대사를 겨냥해 원색적 표현을 동원하며 날을 세웠다.
민주당 설훈 최고위원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확대간부회의에서 “개별관광 추진 등 남북관계 개선에 속도를 내고 있는데, 이제는 중재자가 아닌 당사자로 적극 나서야 한다”며 “해리스 대사가 문재인정부 구상에 제재 잣대를 들이댄 것에 대해서는 엄중한 유감의 뜻을 표한다”고 말했다. 설 최고위원은 “개별관광은 제재대상도 아니며 내정간섭과 같은 발언은 동맹관계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당 송영길 의원은 이날 한 라디오에서 “해리스 대사가 한 말대로 따라 한다면 대사가 무슨 ‘조선총독’인가”라고 반문한 뒤 “대사로서 위치에 걸맞지 않은 좀 과한 발언이 아닌가. 대사는 직분에 맞게 언어에 신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송 의원은 “이게 개인의 의견인지 본부의 훈령을 받아서 하는 국무부의 공식 의견인지 구분이 잘 안 된다”며 “아무래도 그분(해리스 대사)이 군인으로 태평양 함대 사령관을 했으니 외교에는 약간 좀 익숙하지 않은 게 아닌가”라고 말했다. 송 의원은 “너무 우리가 (남북관계를) 소극적으로 대응했다”며 “지난해 초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신년사에서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을 아무런 조건 없이 재개하자고 했을 때 재개했으면 상당히 잘 됐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다”고 털어놨다.
최형창·박수찬 기자 calli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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