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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4건 중 1건… 대법원, 정보공개 비공개율 10년 내 ‘최고’

입력 : 2020-01-18 11:09:54 수정 : 2020-01-18 14:0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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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관 업무도 투명해야” vs “사법 독립성 위해 비공개 필요”

김명수 대법원장 공관 리모델링 예산 전용 의혹 관련, 지난해 11월 변호사 전모(54)씨는 대법원 법원행정처에 당시 예산 집행 문서와 실무자 명단에 대한 정보공개를 청구했다. 동시에 최초 문제를 제기한 감사원엔 해당 감사와 관련된 문서를, 국회엔 공관 예산안의 국회 심의·의결 문서도 공개할 것을 요청했다.

 

이후 감사원과 국회는 정보공개 결정을 내렸다. 그러나 대법원은 청구 한 달 후 정보공개를 불허했다. 대법원은 “내부 감사가 진행 중인 만큼 공정한 감사 수행에 지장을 초래할 수 있고 담당자 자료는 사생활 침해가 우려된다”고 밝혔다. 전씨는 17일 기자와 통화에서 “이미 감사원에서 감사가 진행됐고 수사도 진행 중인데 대법원이 내부 감사를 이유로 정보공개를 거절한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법원행정처에 청구된 정보공개 요청 4건 중 1건은 비공개 결정이 내려지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9∼10%에 불과한 중앙행정기관 정보공개 청구 비공개율보다 현저히 높은 수치다. 이에 법원은 “재판 및 사법행정의 독립성을 위해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지만 시민단체 등에선 “법관도 공직자인 만큼 업무가 투명하게 공개돼야 한다”고 맞선다. 

 

금태섭 더불어민주당 의원. 뉴스1

◆법원, 4건 중 1건은 ‘비공개’…행정기관의 ‘3배’

 

기자가 더불어민주당 금태섭 의원실을 통해 행정처로부터 입수한 ‘대법원 정보공개청구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대법원에 접수된 정보공개 청구 건수는 1422건으로 이중 954건이 처리됐다. 여기서 비공개 결정이 내려진 건수는 223건으로 비공개율(이하 처리 건수 대비 비공개 건수)은 23.37%에 달했다. 2010년 비공개율 22.70%를 기록한 뒤 지난 10년간 최고치다.

 

정보공개 청구에 대한 대법원의 비공개율은 지난 6년간 매년 꾸준히 증가했다. 2014년 비공개율은 11.3%를 기록한 뒤 △2015년 14.6% △2016년 15.24% △2017년 18.67% △2018년 21.81%를 나타냈다. 대법원의 비공개율은 중앙행정기관은 물론 경찰청과 대검찰청과 비교해도 높은 편이다. 지난해 9월 행정안전부가 발간한 ‘2018년 정보공개 연차보고서’에 따르면, 2018년 중앙행정기관의 비공개율은 9%다. 2010년 비공개율 20%를 기록한 뒤 매년 감소했다. 또 2018년 경찰청과 대검찰청의 정보공개 청구 비공개율은 각각 7.04%, 14.22%였다.

 

정보공개 청구에 대한 비공개는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정보공개법)로 규정된다. 정보공개법 9조에 따르면 △국가 안전보장 △국민의 생명 △재판·수사·공소 제기 등에 영향을 미칠 경우 정보공개가 청구되도 비공개할 수 있다.

 

다만 법원 등 일부 기관은 정보공개법 9조 1항에 의해 자체 규칙을 통해 추가로 비공개 사유를 규정할 수 있다. 여기엔 사법행정과 법원 조직 운영에 현저히 지장을 초래할 만한 정보와 형사피고인이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한다고 인정될 경우 등엔 정보공개를 불허할 수 있다고 규정됐다.

 

법원의 정보공개 청구 비공개율이 높은 것과 관련, 행정처는 판결문 요청에 따른 비공개 결정과 내용을 특정할 수 없어 제공이 불가능한 경우가 다수란 입장이다. 행정처 관계자는 “정보공개 청구를 통해 판결문 요청이 들어오면 판결문 열람 방법을 안내한 뒤 비공개 결정을 내린다”며 “청구한 정보의 내용과 범위를 특정할 수 없는 경우도 다수”라고 설명했다. 

 

◆높은 비공개율…‘투명성’대 ‘독립성’ 공방

 

법원의 정보공개 청구 비공개율이 높은 것과 관련해 찬반이 갈린다. 찬성 측에선 재판이 주업무인 법원의 특성상 재판과 사법행정 독립성을 위해 비공개 결정이 많이 내려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재판 정보가 공개될 경우 공정한 재판이 힘들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각급 법원에서 행정 업무를 담당하는 기획법관을 지낸 재경지법의 한 판사는 “법원의 경우 재판에 관련된 사안들이 많고 개인정보가 많은 만큼 제3자의 정보공개 청구에 비공개할 경우가 많다”며 “개인정보 문제로부터 비교적 자유로운 정책을 다루는 행정부처와 동등하게 비교할 순 없다”고 밝혔다. 또 다른 수도권 법원의 한 판사는 “언론에 보도되는 주요 사건의 경우 사건 당사자가 아닌 제3자가 판결문을 공개하라고 정보공개 청구를 하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익명을 요구한 15년차 변호사는 “재판 내용이나 법관에 대한 정보들이 공개되면 재판 독립성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공적인 사안을 다루는 행정부처와는 다르다”고 지적했다.

 

반면 법관도 공직자인 만큼 업무가 투명하게 공개돼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특히 정보공개 청구가 거부될 경우 해당 민원인은 이에 불복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데, 이를 다시 법원이 판단하는 잘못이란 것이다. 실제 참여연대는 2018년 6월 ‘사법농단’ 관련 문건을 공개하라며 대법원에 정보공개를 청구했지만 불허됐다. 이에 참여연대는 행정소송을 제기했고, 지난해 10월 대법원은 비공개가 타당하다는 확정 판결을 내렸다.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관계자는 “행정부와 입법부, 사법부 중 정보공개에 가장 소극적인 곳이 사법부”라며 “법관도 공직자인 만큼 이들의 업무도 투명하게 공개돼 외부의 감시를 받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법원이 재판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면서 정보공개에 지나치게 폐쇄적”이라며 “정보공개가 불허돼 행정소송을 해도 법원이 다시 판단하는 문제도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행정소송 이전에 외부인사로 구성된 내부 심의위원회를 통해 법원의 비공개 결정이 타당했는지를 검토하는 절차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염유섭 기자 yuseob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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