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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담에도 뽑은 '정세균 카드'… 文 '경제 성과' 의지 담았다

입력 : 2019-12-18 06:00:00 수정 : 2019-12-18 07:5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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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균 카드’ 낙점 배경 / 丁 “입법부 수장 경력 부담” 고사 / 김진표 카드 불발에 靑 수차례 설득 / 여야와 소통 ‘무게감 있는 정치인’ / 與 경제통·산업부 장관 경륜 ‘장점’ / 文 “이낙연, 정치하도록 놓아줘야 / 어디서든 국민에 봉사해줄 것 믿어” / 전북 진안 출신… 이낙연 이어 ‘호남총리’ / 丁 “여야와 전방위 소통… 협치 이룰 것”

문재인 대통령이 17일 정세균 전 국회의장을 차기 국무총리 후보자로 지명하면서 내세운 것은 통합과 화합, 민생과 경제였다. 국회의장 출신이 총리 후보자가 되는 사상 첫 기록을 남기게 됐지만, “3권분립 훼손”이라며 반발하는 야당의 거부감은 국회 인사청문회와 임명동의안 표결 과정에서 풀어야 할 어려운 과제로 떠올랐다. 이번 인사는 여야와 두루 소통하면서 입법뿐 아니라 민생, 경제에 성과를 내야 한다는 대통령의 의지가 반영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2018 5월 3일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열린 헌법 기관장 초청 오찬에서 정세균 국회의장 등 참석자들과 오찬장으로 이동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靑 “마냥 모시기 어려웠다… ‘삼고초려’”

 

문 대통령은 역대 최장기 재임사를 쓸 이 총리 후임으로 경제 전문가를 발탁하겠다는 기조를 오래전부터 세워왔다. 집권 3년 차를 맞아 앞으로 민생과 경제 분야에서 국민이 체감할 수 있도록 성과를 반드시 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한때 재정경제부(현 기획재정부) 장관을 지냈던 더불어민주당 김진표 의원이 사실상 단수 후보로 검토됐던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청와대 등 복수의 여권 관계자에 따르면 정 총리 후보자는 김 의원과 함께 총리 후보자 군에 포함됐던 인물 중 하나였다. 하지만 정 후보자가 “국회의장을 지낸 사람이 총리로 가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을 받을 수 있다”며 김 의원을 추천했다고 한다. 이후 김 의원이 유력한 후보로 검토됐으나 참여연대와 민주노총 등 진보진영의 거센 반대가 이어졌다. 결국 김 의원은 총리직을 고사했고 대안으로 정 후보자가 급부상했다.

 

청와대는 정 후보자를 설득하는 과정을 ‘삼고초려’라고 설명했다. 고위 관계자는 “(정 후보자를) 마냥 모시기가 어려워 여러 오랜 시간 동안 고심하고 삼고초려에 해당되는 여러 노력이 있었다”고 말했다. 초반 후보자를 고사했던 정 후보자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 수차례 설득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정 후보자가 여당 내 대표적인 경제통인 데다 원내대표와 당대표, 국회의장을 지낸 6선이라는 점이 문 대통령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으로 보인다. 후임 총리가 앞으로 남은 기간 국정을 안정적으로 운영하고 경제 성과를 내기 위해선 여야와 두루 친하고 경제 지식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도 이날 브리핑에서 “정 후보자는 경제를 잘 아는 분으로 참여정부 산업부 장관으로 수출 3000억달러 시대를 열었다”며 “풍부한 경륜과 정치력을 갖춘 분”이라고 평가했다.

지난 2016년 12월 9일 정세균 총리 지명자가 국회의장 재임 당시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대통령(박근혜) 탄핵소추안' 가결을 선포하는 모습. 연합뉴스

◆입법부 수장 경력은 두고두고 부담될 듯

 

당대표를 지낸 추미애 법무부 장관 후보자에 이어 의장 출신인 정 후보자까지 거물급 정치인을 내각으로 기용하면서 발생하는 논란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당장 야권에서는 “입법부 수장했던 정 전 의장을 행정부 이인자로 삼는다는 것이 말이 되느냐”는 비판이 나왔다.

 

이는 정 후보자 자신뿐 아니라 문 대통령으로서도 적잖이 부담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관계자는 “올해를 뒤돌아보면 법안 하나 처리하는 게 얼마만큼 어려운지 상상을 초월하는 상황까지 왔다”며 “대통령은 협치를 잘 이해하고 구현할 적임자로 정 후보자를 생각한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도 “갈등과 분열의 정치가 극심한 이 시기”라며 지금의 상황에서는 여러 논란에도 정 후보자를 지명할 수밖에 없다는 논리를 내세웠다.

 

애초 청와대는 선거법 등 국회 쟁점법안이 처리된 직후 후임 총리 인선을 발표할 예정이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이왕이면 국회 상황이 다 종료된 이후에 하면 좋겠지만, 언제 이 상황이 끝날지는 모르겠고 선거 일정이나 여러 하반기 운영 때문에 오늘 날짜를 택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 총리에 대한 당의 요구가 높은 상황에서 우선 총리직에서 벗어나 개인 정치를 할 수 있도록 놓아줄 필요가 있었다는 얘기다. 문 대통령은 이 총리와 관련해 “앞으로 어떤 선택을 하든, 어느 자리에 서든, 계속 나라와 국민을 위해 봉사해주시리라 믿는다”고 덕담했다. 이 총리는 기자들과 만나 “더 잘하지 못한 아쉬움도 계속 떠오른다”며 “국민과 대통령께 고마운 마음이 제일 크다”고 소회를 밝혔다.

 

사진=뉴스1

◆장관·국회의장·당대표 거친 ‘Mr. 스마일’

 

문재인 대통령이 국무총리 후보자로 지명한 6선의 정세균 전 국회의장은 17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 담담한 얼굴로 들어섰다. 살짝 잡힌 미간에서 고심의 흔적이 묻어났다. 그는 “우리 국가가 안팎으로 매우 어려운 시기에 총리에 지명돼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며 “혼신의 노력을 다 할 작정”이라고 지명 소감을 밝혔다.

 

정 후보자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말하며 “문재인 대통령이 지명 이유를 말하며 ‘화합과 통합의 정치’를 주문했다”고 언급했다. 그는 “국회의장을 지내며 여야 간 대화를 통해 협치를 이루려는 시도를 열심히 해왔다. 앞으로 이런저런 방법을 가리지 않고 전방위적인 소통 노력을 펼치겠다”고 덧붙였다. 자신의 경험과 소통능력을 십분 살려 꼬인 정국을 풀어가겠다는 취지다.

 

정세균 국무총리 후보자가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로비에서 많은 취재진이 몰린 가운데 총리로 지명된 소감을 밝히고 있다. 뉴시스

정치권에선 전직 국회의장으로 의전서열 2위였던 정 후보자가 의전서열 5위의 총리로 가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됐다. 정 후보자 스스로도 최근까지 “그림이 좋지 않다”며 부정적인 견해를 내비친 바 있다. 그는 입장을 선회한 배경에 대해 “많은 분과 대화를 하고, 나 자신도 깊은 성찰을 통해 국민에 힘이 되는 일이라면 마다하지 않아야 한다는 판단으로 총리 지명을 수락했다”고 설명했다.

 

정 후보자가 임명될 경우 전북 진안 출신으로 이낙연 국무총리에 이어 ‘호남 총리’의 대를 잇게 된다. 그는 15대 총선 때부터 전북 무주·진안·장수에서만 내리 4선을 역임했다. 19대 총선 때는 지역구를 ‘정치 1번지’인 서울 종로로 옮겨 야권 유력 정치인들을 연달아 제압해 6선 고지에 올랐다. 정 후보자는 열린우리당 원내대표와 정책위의장, 당 의장, 민주당 대표 등을 거쳐 당내 입지가 탄탄하다는 평가다. 2005년 열린우리당 원내대표 시절에는 행정도시특별법, 과거사법 등 개혁입법을 무난하게 처리해 리더십을 입증했다. 2010년 민주당 대표를 맡았을 때도 천안함 사태 여파로 야권이 불리한 상황에서도 당을 일사불란하게 지휘해 6·2지방선거 승리를 이끄는 등 지도력을 보였다.

 

2018년 5월 3일 당시 정세균 국회의장과 이낙연 국무총리가 청와대에서 열린 문재인 대통령 초청 헌법 기관장 오찬에 도착한 뒤 환담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그는 20대 총선 공천 과정에서 강기정, 오영식, 전병헌 등 소위 ‘정세균(SK)계’ 의원들이 모두 낙마하면서 세가 위축되는 등 고충을 겪기도 했다. 하지만 종로에서 여권 잠룡이던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의 오세훈 전 서울시장을 10%포인트 이상의 격차로 꺾고 당선돼 화려하게 재도약했다. 기세를 몰아 20대 국회 전반기 국회의장에 오르며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소추안 처리를 이끌었다. 사상 처음으로 대통령탄핵안 통과 의사봉을 잡은 입법부 수장이라는 기록을 남겼다.

 

강점으로는 ‘온화하고 탈권위적인 성품’과 ‘경제 전문성’이 꼽힌다. 국회 출입 기자들의 투표로 선정되는 신사적인 의원에게 수여하는 ‘백봉신사상’을 무려 15차례 받아 정치권에선 ‘미스터 스마일’로 불린다. 여기에 쌍용그룹에 입사해 상무이사까지 지내는 등 17년간 샐러리맨의 길을 걸었고, 참여정부 시절 산업자원부 장관까지 역임해 풍부한 경제정책 경험도 큰 자산이다. 그는 부인 최혜경(67)씨와 사이에 1남 1녀를 뒀다.

 

김달중·안병수 기자 dal@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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