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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이춘재 8차’ 검사·형사 8명 입건…‘진범 논란’ 수사 둘러싸고 검·경 갈등 고조

입력 : 2019-12-17 19:07:44 수정 : 2019-12-17 23:2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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檢서 직접 수사 나서자 警 반격 / “윤씨 75시간 불법 감금 등 확인” / 담당 검사 직권남용 체포 혐의 / 이춘재 자백한 ‘초등생 실종 사건’ / 형사계장이 유골 발견코도 은닉

경찰이 ‘진범 논란’이 불거진 이춘재 연쇄살인 8차 사건이 독직폭행과 가혹행위에 의해 범인이 조작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 같은 발표는 검찰이 직접 수사를 하겠다고 나선 뒤 전격 이뤄진 것이어서 이춘재 연쇄살인 사건을 두고 검찰과 경찰이 새로운 전선을 형성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경기남부경찰청 수사본부는 17일 브리핑에서 “이춘재 8차 사건 당시 수사라인에 있던 검찰과 경찰 관계자 8명을 형사 입건했다”고 발표했다. 수사본부는 당시 수사에 참여한 경찰관 51명 중 사망한 11명과 소재가 확인되지 않은 3명을 제외한 총 37명을 수사해 당시 형사계장 A씨 등 6명을 직권남용 체포·감금과 허위공문서 작성 및 행사,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독직폭행, 가혹행위 등의 혐의로 입건했다. 또 수사과장 B씨와 담당 검사 C씨를 직권남용 체포·감금 등의 혐의로 입건했다.

‘화성 8차 사건’의 범인으로 몰려 20년간 옥살이를 한 윤모(52)씨가 지난달 13일 오전 재심청구서를 들고 경기 수원지법으로 들어가고 있다. 수원=연합뉴스

수사본부는 검사 C씨에 대해 이춘재 8차 사건 범인으로 검거된 윤모(52)씨에 대한 임의동행부터 구속영장이 발부되기 전까지 아무런 법적 근거나 절차 없이 75시간 동안을 감금한 혐의가 있다고 판단했다. 검찰이 지난 11일 이 사건을 직접 조사하겠다고 밝힌 이후 “당시 수사 오류가 경찰만의 잘못이냐. 수사지휘를 한 검찰의 잘못은 없느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경찰이 당시 담당 검사를 입건해 주목된다. 경찰이 몇 달씩 진행해온 이춘재 연쇄살인 사건에 대해 검찰이 직접 조사를 결정한 데 대해 일각에서는 수사권 조정안 등을 놓고 충돌해온 검경이 또 하나의 전선을 형성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됐었다.

 

검·경은 이춘재 8차 사건 당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감정이 ‘조작’이냐 ‘오류’냐를 놓고도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국과수 감정서는 윤씨가 범인으로 검거될 당시 증거물로 사용됐다. 수사본부가 이날 브리핑에서 국과수 감정이 ‘중대한 오류’라고 발표하자 수원지방검찰청은 즉각 “조작이 맞다”고 반박했다. 일반인 체모를 범죄현장 체모인 것처럼 허위로 작성했다는 것이다. 그러자 경찰은 곧바로 검찰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며 재반박했다.

 

이춘재 8차 사건은 1988년 9월 16일 경기도 화성군 태안읍 진안리 집에서 박양(당시 13세)이 성폭행당하고 숨진 채 발견된 사건이다. 범인으로 검거된 윤씨는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상소해 “경찰의 강압 수사로 허위 자백을 했다”며 혐의를 부인했으나, 2심과 3심은 이를 모두 기각했다.

 

수사본부는 아울러 ‘화성 초등생 실종’ 사건 수사 당시 형사계장이었던 A씨가 피해자의 유골 일부를 발견한 후 은닉한 혐의가 있다고 보고 A씨와 당시 형사 1명을 사체은닉 및 증거인멸 등의 혐의로 입건했다. 이 사건은 1989년 7월 7일 초등학교 2학년이던 김모(8)양이 화성군 태안읍에서 하굣길에 실종된 사건으로, 이춘재는 김양을 자신이 살해한 뒤 시신을 유기했다고 자백한 바 있다.

 

수사본부는 한 지역주민으로부터 “1989년 초겨울 A씨와 야산 수색 중 줄넘기 줄에 결박된 양손 뼈를 발견했다”는 진술을 확보하고, 이춘재에게도 같은 진술을 받았다. 김양의 아버지와 사촌언니 참고인 조사 때에도 당시 경찰이 줄넘기에 대해 질문한 점이 확인되고, 유류품을 발견하고도 이를 유족에게 알리지 않은 점을 볼 때 A씨 등에게 혐의가 상당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수사본부는 전했다.

 

수사본부는 향후 사건별 수사기록을 면밀히 분석해 이춘재 자백을 보강하고, 추가 범죄 가능성에 관해서도 계속 수사할 계획이다. 반기수 수사본부장은 “국가기록원에 이춘재 8차 사건 현장의 체모 2점이 30년째 보관돼있는 것으로 확인됐다”며 “DNA 감정을 해서 이 체모가 이춘재와 동일하다고 나오면 8차 사건과 관련한 확실한 증거가 생기는 만큼 여기에 힘쓰겠다”고 말했다.

 

수원=김영석 기자 lovekoo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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