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檢 “수사권조정안 통과시 경찰이 6개월내 송치안하면 선거법 위반사건 처벌불가”

입력 : 2019-12-11 16:16:24 수정 : 2019-12-11 19:3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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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검찰이 국회에 제출한 수사권조정안과 관련한 의견을 통해 가장 심각한 우려를 드러낸 부분은 선거법 위반 사건이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검찰의 수사지휘를 벗어난 경찰이 내년 다가올 총선에서 선거법 위반 등 공안수사를 ‘좌지우지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청와대와 경찰의 지난해 지방선거 개입 의혹을 계기로 경찰의 정치적 중립에 의구심이 커진 상황이어서 선거를 앞두고 이런 우려는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11일 검찰이 국회에 제출한 ‘형사소송법·검찰청법·개정안에 대한 의견’에 따르면 검찰이 수사권조정법안이 통과될 경우 가장 크게 우려를 제기하는 분야는 선거법 위반 사건이다.

 

현재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에 오른 검경 수사권 조정안을 들여다보면 검사와 사법경찰관의 관계를 ‘지휘’가 아닌 ‘협력’ 관계로 규정해 “경찰이 검사의 지휘를 받는다”는 문구를 삭제한 상태다. 이 안이 통과되면 선거법 위반 사건의 경우 검찰이 사실상 경찰에 보완수사 등을 요구할 방법이 없어진다.

 

대통령·국회의원·지방자치단체 선거 등 각급 선거 사건 수사는 연장이 불가능한 6개월의 단기공소시효가 적용되기때문에 6개월 이내 수사 및 기소를 완료해야한다. 개정안에 따를 경우, 사법경찰관이 검사의 수사지휘 없이 6개월의 단기 공소시효 완성에 임박한 시점에 사건을 송치하면, 검사는 수사력을 집중해 추가로 증거를 수집하고 관련자를 조사해 기소하는 것이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검찰은 경찰이 기소의견으로 송치한 사건에 오류가 있는 경우에도 이에 대해 충실한 보완수사 및 법률 검토를 통해 검증할 수 있는 시간을 갖지 못하는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19대 대선 당시 검사 수사지휘를 통해 6개월 수사기간 중 3개월이 지나기 전 사건의 60%가 송치됐고 3개월 경과 후 송치된 사건은 40%에 이른다. 

 

검찰은 의견서에서 “사법경찰관이 선거에 관여할 목적으로 사건을 방치후 공소시효 완료가 임박해 송치하거나 청탁을 받아 경쟁 후보자에 대한 편파적 수사 후 불송치 종결하는 사례가 발생해도 검사가 관여해 바로잡기 어렵다”고 우려했다. 또 “선거 사건은 구속 및 기소 여부 뿐만 아니라 수사개시, 입건, 선거사무소 후보자 주거지 등 압수수색만으로도 선거 결과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수사 대상자가 지역 유력자인 경우가 많고, 관련자들 간에 유대가 깊고 정치적 이해에 따라 고발이 취소되는 경우도 빈번해 사건 암정 및 축소, 과잉수사의 위험이 크다는 점에서 사법통제의 필요성이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재경지검의 한 부부장 검사는 “선거법 위반 사건의 경우 속도전이기 때문에 기소 전 충분한 증거수집과 실체적 진실에 부합하는지에 대한 판단이 빠르게 선행돼야 한다”며 “지금 패스트트랙 안에 나온 대로 검찰의 수사지휘가 사실상 차단될 경우 검찰은 기소를 위해 도장을 찍는 역할로 전락할 수 있다”고 토로했다.

 

변사·살인 사건 수사 공백도 우려된다는 지적이다. 검찰은 의견서에서 1987년에 경찰에서 쇼크사라고 내용을 은폐한 박종철 고문 치사사건 등을 예로 들었다. 또 2017년 경찰이 내사종결 의견을 제시한 관악구 존속살해 사건을 직접 재지휘해 혐의점을 밝혀낸 사례도 의견서에 기술돼있다. 경찰은 서울 관악구에서 부친과 말다툼을 벌이던 아들이 경유를 뿌리고 담뱃불로 불을 붙여 부친을 살해한 사건에서 피의자 진술 등을 토대로 피해자 자살로 내사종결 처리했다. 하지만 검찰은 119신고내역과 신고음성, 휴대전화 메시지 확보 등 사건 재지휘를 통해 존속살해 혐의를 밝혀내 구속기소해 법원에서 징역 15년이 선고됐다. 검찰은 “(현재 수사권조정안이 통과될 경우) 검사는 변사체 검시 등에 의해 타살의 의심이 있는 경우에도 사법경찰관의 사건 수사에 관여할 기회를 전혀 갖지 못하게 되고, 사건이 종국적으로 어떻게 처분되는지 조차 알 수 없게 돼 사건이 암장되는 것을 방지 할 수 없게 된다”고 지적했다. 

 

검찰은 의견서에서 “검사와 경찰의 수평적 협력관계로 규정한다고 하더라도 실효적 사법통제 수단을 확보하기 위해 변사사건, 선거사건, 대형 재난 사건등에 대해 수사초기부터 사건종결시까지 검사와 경찰의 수사지휘에 준하는 유기적 협력이 가능하도록 보완방안이 마련돼야한다”는 입장이다. 또 “모든 사건은 검사에게 송치돼 최종적으로 증거에 따른 사실관계 검토와 법률적 판단을 거쳐야만 사건관계인인 국민의 권익 구제와 인권보장을 충실히 할수 있다”고 설명했다. 대검찰청은 “검·경의 수평적 협력관계 도입에 공감하나 수사 지휘가 폐지되더라도 경찰 수사에 대한 실효적 사법 통제는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경찰은 이러하 검찰 의견에 반박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변사사건의 경우 이미 검찰은 영장청구권을 포함해 보완수사요구, 검시권 등을 갖고 있다”며 “검찰이 수사지휘를 하면 보다 공정하고 정치적으로 중립적이라고 할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이어 “수사지휘가 부당한 경우에 경찰은 당연히 목소리를 낼 것”이라며 “형사사법기관의 권한은 분산되어야 형사사법 기관 간의 오류가 줄어들 수 있다. 수사와 기소는 분리돼야 한다”고 밝혔다.

 

검찰은 국회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에 오른 검찰개혁 법안 중 검경 수사권 조정안(형사소송법·검찰청법 개정안)에 대한 보완 필요성을 담은 이 의견서를 여야 5당의 이른바 4+1 협의체(민주당·바른미래당·정의당·민주평화당+대안신당)에 제출했다.

 

김건호 기자 scoop3126@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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