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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종연횡’도 불사…여야 없이 서로 밀어주며 꼼수 예산 확보

입력 : 2019-12-01 18:20:01 수정 : 2019-12-02 09:4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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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결위 ‘쪽지예산’ 난무/ 올해도 밀실 심사 비난 ‘소소위’ 구성/ 지역별 SOC 예산 증액 요구 부지기수/ 강원 미군 공여지 정비 87억 증액 합작/ 북구미 IC 공사 대동단결해 23억으로/ 4곳 신청 보훈회관 건립비 일괄 증액도/ 김재원 예결위원장 지역 1782억 증액/ 도로정비·파출소 신축 등 구실도 갖가지/ 의원들 편법 동원… 지역구선 자랑거리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내년도 예산안은 513조5000억원으로 역대 최대 규모다. 야당에선 대거 감액을 주장하며 심사에 돌입했지만 결국 기한 내 마치지 못해 1일 0시를 기점으로 정부안 그대로 본회의에 부의됐다. 여야는 막판 담판을 위해 매년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여야 3당 교섭단체 간사로 구성된 ‘소소위’를 꾸리는데, 이는 법적 근거 없는 소수 의원의 모임으로 ‘밀실 심사’라는 비판이 끊이지 않는다. 거대 정당 간 ‘누이 좋고 매부 좋은’ 방식의 야합이 이뤄질 수밖에 없어서다. ‘힘 있고 백 있는’ 의원의 ‘쪽지 예산’은 이 과정에서 매년 등장한다.

 

1일 세계일보가 예산안 등 조정소위원회 심사자료를 입수해 분석한 결과만 봐도, 예결위원들이 특정 지역의 사회간접자본(SOC)을 겨냥해 늘린 예산은 8조원에 육박했다. 지역구 예산을 더 끼워 넣으려는 안간힘은 여야 의원을 가리지 않았다. ‘빚덩이 예산’을 깎겠다고 벼른 야당 의원조차도 여야 합종연횡을 불사하며 예산안 숫자를 높였다. 편법과 꼼수, 특권을 동원해야 하는 이러한 작업은 국회의원에겐 불명예는커녕 유권자에게 능력을 증명할 선거 호재가 된다. “쪽지 예산을 넣은 사실이 알려지는 건 그야말로 생큐”라며 “제발 그런 노력을 소개해달라”고 의원실에서 언론사에 민원을 제기할 정도다. 하지만 이로 인해 제대로 배분돼야 할 곳의 예산이 깎이거나 낭비성 예산이 편성되는 등 나라 살림에 구멍이 생길 수 있다는 지적이 많다. 세계일보가 분석한 심사보고서 내용은 현재 가동 중인 소소위에서 최종적으로 결정된다.

◆여야 구분 없는 지역별 합종연횡

 

현재 예결위원은 더불어민주당 22명, 자유한국당 19명, 바른미래당 5명, 비교섭단체 4명 등 50명이다. 이들은 예결위원이 아닌 각 당 의원의 민원을 떠안고 지난 11월 정부안에 대한 1차 심사에 나섰다. 민주당과 한국당 예결위원이 자당 의원 지역의 SOC 예산을 증액하라고 요구한 사례는 부지기수다.

 

더 눈에 띄는 건 당이 아닌 지역 간 합종연횡이다. 수도권보다 지방 의원일수록 ‘죽이 잘 맞았다’. 염동열(한국당)·심기준(민주당) 의원은 주한미군공여구역주변지역 등 지원특별법에 따라 강원도에서 진행될 주변지역정비 사업을 조속히 진행해야 한다며 87억원이나 증액을 요구했다. 북구미IC 진입도로 개설 공사와 관련해선 상임위가 15억원 증액을 제안했지만 김석기·성일종·송언석·윤재옥·정갑윤(한국당), 김현권(민주당) 의원이 예결위에서 대동단결해 23억원으로 증액 규모를 높였다. 충남을 지역구로 둔 강훈식(민주당)·성일종(한국당) 의원은 당은 달라도 여러 사업에서 콤비로 나섰다. 공주 마곡사에 불교예술 창작·교육 공간을 마련하기 위한 사업에 문화체육관광위원회는 5억원을 신규 반영했지만 예결위에선 무려 12.5배인 62억5000만원을 더 요구했다.

 

◆‘위원장 파워’ 보여준 예결위원장

 

예결위 심사 과정에서 통 크게 지역구 예산을 챙긴 의원은 예결위원장인 한국당 김재원 의원이었다. 김 의원이 증액한 지역구 예산만 1782억원에 달했다. 도로 정비 사업처럼 수십억, 수백억원을 늘린 덩치 큰 사업이 주를 이뤘고 파출소 신축비 3000만원 등 소소하게 올린 사례도 있었다. 각 당 예결위 간사의 입김은 상대적으로 작게 나타났다. 전해철(민주당) 의원은 지역구 예산을 특별히 늘리지 않았고 이종배(한국당) 의원은 130억원, 지상욱(바른미래당) 의원은 20억원 정도였다. 다만 예결위 간사의 진정한 영향력은 밀실 심사인 소소위에서 발휘되는 만큼 아직은 이들의 진의를 다 알 수 없는 상태다. 수년 전 예결위 간사를 지냈던 한 의원은 세계일보에 “내 지역구로 가져오면 예산이 2배 정도 더 드는 사업을 기획재정부에서 펄펄 뛰며 반대했지만 내가 예결위 간사인 덕에 빼올 수 있었다”고 전했다.

◆거리·형태 달라도 철도 예타조사비 10억원씩 증액

 

SOC의 ‘큰 형님’ 격인 철도 건설을 꿈꾸며 사전·예비타당성 조사비를 요구하는 증액안도 상당했다. 지역 간 거리와 건설 형태가 다른데도 예결위에서 동일하게 10억원을 더 얹은 사례도 많다. 경북 김천~전북 전주 복선전철 사전타당성조사비, 구미산단철도(사곡~구미산단) 예비타당성조사비, 경북 점촌~경북 영주 철도개설을 위한 예비타당성조사비, 6호선 연장사업(서울 신내~경기도 구리~남양주)을 위한 예비타당성조사비 등에 예결위원들은 10억원을 동일하게 더 책정했다.

 

이 밖에 정권 역점 사업이나 현안이 아닌데도 지역별로 의원들이 우르르 올려놓은 예산도 눈에 띄었다. 강원 태백, 전남 해남·진도, 충북 증평, 경기 안산 등 지역 보훈회관 건립에 상임위에선 각각 2억5000만원을 증액 요구했지만, 각 지역 예결위원들이 단결해 5억원으로 일괄 증액한 심사안을 채택했다. 유사 사업에 너도나도 증액을 요구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현미·최형창·이창훈 기자 engin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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