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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처분 돼지 침출수 유출, 총리 질타로 그쳐서는 안돼 [논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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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9-11-15 06:00:00 수정 : 2019-11-14 22:3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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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낙연 국무총리는 14일 경기도 연천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ASF) 살처분 돼지 사체의 침출수가 유출된 사고와 관련, 관계 부처 장관들의 조속한 현장 대응을 주문했다. 이 총리는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에서 연천 돼지 사체 침출수 유출 및 악취 문제를 거론하며 “인근 주민들께 큰 불편과 고통을 드린 데 대해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관계 부처와 지방자치단체는 살처분과 매몰지 관리태세를 다시 점검하고 재발방지 조치를 하라”고 지시했다.

이낙연 국무총리가 14일 정부세종청사 국무조정실에서 열린 서울-세종 영상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이 총리는 “이런 불행한 일이 생기면 장관들이 바로 현장을 찾아 문제를 파악하고 고통을 겪는 국민께 사과와 위로를 드리는 것이 옳다”며 “장관들이 바쁘시더라도 그렇게 해주시기 바란다”고 했다. 지난 10일 침출수 유출 사고 이후  농림축산식품부 등이 이틀이 지난 12일에야 입장을 내놓은 것을 두고 정부의 ‘뒷북 대응’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이 총리 발언은 이에 대한 질책으로 해석된다.

 

경기도 연천군에서는 10일 ASF 예방 차원에서 살처분된 돼지 사체에서 흘러나온 붉은 침출수(핏물)가 임진강 지류 하천을 오염시키는 어처구니없는 사고가 발생했다. 침출수가 유출된 임진강 지류 마거천과 연결된 실개천 100∼200m 구간은 핏빛으로 물들었다. 침출수 유출 지점은 임진강과 10여㎞, 임진강 상류 상수원과는 직선거리로 8㎞가량 떨어져 있다. 경기도와 연천군은 황급히 오염수 펌핑 작업을 하고 펜스를 설치했으나 침출수의 일부는 이미 상수원인 임진강 상류에 유입됐다. 

 

방역 당국은 살처분을 서두르면서 돼지 사체를 군부대 공터에 임시로 모아뒀는데 비가 내리면서 핏물이 인근 하천으로 흘러들어갔다고 설명했다. 이로써 정부와 지자체가 가축 전염병의 후유증에 대해 얼마나 무신경한지 그대로 드러났다. 우리는 이미 2010년 구제역 발생 때도 매몰지에서 침출수가 유출돼 토양과 지하수가 오염되고 악취가 진동했던 사례를 생생히 지켜봤다. 시행착오를 겪고도 여전히 경계심이 풀어져 있는 것이다.

쌓아둔 돼지 사체에서 흘러나온 핏물이 빗물과 함께 유입되면서 강물이 붉게 변했다. 연천임진강시민네트워크 제공

ASF는 치사율이 100%인 데다 예방이 어렵다는 점에서 일정한 범위 내 살처분이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하지만 매몰처리 대책도 없이, 행정구역 내의 모든 돼지를 죽이는 데 급급한 것은 안이하고 과도한 대응이라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대규모 살처분에 의존하다시피 해온 기존 방역체계를 재검토할 때가 됐다. 살처분 위주의 대책은 가축의 생명권을 심각히 위협할뿐 아니라 실효성도 의문이다. 막대한 예산이 들고 축산업의 기반을 위태롭게 한다. 살처분에 의존해 온 기존 방역체계에 병행해 소각제 도입 등도 따져 보길 바란다. 

 

박창억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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