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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커 모셔라”… 시진핑 고향서 세일즈 ‘왕훙’ 초청 입소문 홍보

입력 : 2019-07-16 06:00:00 수정 : 2019-07-15 21:1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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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자체들 유치 공들여 / 사드 사태 후 반토막난 유커 / 2016년 807만 ‘정점’ 이듬해 417만 뚝↓ / 中 의존도 높았던 여행·면세업계 직격탄 / 2018년 480만… 韓·中 해빙무드 소폭 회복 / 현지 홍보전·도시 교류 확대 / 인천·中 시안 하반기 ‘5000명 모객’ 한뜻 / 8월 칭다오와 자매도시 체결 관광 협력 / 대구, 장쑤성 교장단 초청 수학여행 유치 / SNS 유명인 동원 팸투어 / 서울, 中 여행 사이트 ‘마펑워’와 협업 / 요리사·1인 방송인 등 각계 인사 초청 / 현지인 맞춤 生生 여행기 뜨거운 반응

중국 정부는 2017년 3월 우리나라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를 문제 삼아 금한령(禁韓令)을 내렸다. 앞서 연예계를 포함한 대중문화 및 먹을거리, 화장품 등 한국과 관련된 전반이 인기가 높았다. 단체 관광객이자 큰손이었던 유커(중국인 관광객) 수도 해마다 증가 곡선을 그렸다. 하지만 금한령 뒤 순식간에 상황은 달라졌다. 그야말로 모든 것이 단절됐다. 중국 의존도가 높았던 여행·면세업계를 중심으로 국가경제는 직접적인 타격을 입었다.

그 여파는 국내 관광산업 손실 규모에서 잘 드러났다. 사드 갈등이 본격화한 2017년 3월 들어 중국인 관광객이 전년동월 대비 40.0% 줄어든 36만1000여명을 기록했고 감소세가 이어졌다. 연도별 인원은 2016년 약 807만명으로 정점에 도달했고, 사드 악재가 터진 2017년 절반 수준인 417만명으로 추락했다. 지난해 역시 480만명으로 위기를 극복하지 못했다. 연간 400만여명의 발길이 한국을 외면하면서 손실액은 20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그렇게 2년이 넘는 시간이 흘렀다. 회복되지 않을 것 같던 경색된 한·중 관계가 최근 들어 점차 풀려가는 모양새다. 각종 지역 현안은 물론이고 무역 정상화, 여행제한 해제, 기업투자 등의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한동안 사드 보복으로 직간접 피해를 본 전국 지자체들은 중국인 관광객 잡기에 서둘러 뛰어들었다. 중국 현지에서 맞춤형 세일즈를 비롯해 온라인상 유명인 인플루언서(influencer) 초청 팸투어 등 저마다 차별화 전략을 내세운다.

◆직접 찾아가 대화하며 활로를 튼다

인천시는 금한령 해제 및 예정지역 중심으로 선제적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이달 5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정치적 고향이기도 한 시안시에서 ‘인천 문화관광 홍보설명회’를 열었다. 인천시와 시안시는 한국과 중국 정부에서 매년 1개 도시씩 뽑는 ‘2019년 동아시아문화도시’에 함께 선정돼 양 시정부와 문화단체 등의 교류를 추진 중이었다. 이날 양 시는 그간 신뢰를 바탕으로 소통의 장을 마련했다.

인센티브 관광으로 인천을 찾은 중국 아오란그룹 관계자들이 송도컨벤시아에서 환영행사를 즐기고 있다. 인천관광공사 제공

그 결과 올 하반기 인천에서 열리는 ‘송도맥주축제’ ‘인천아시아 해양미디어페스티벌’ ‘부평풍물축제’ ‘동아시아문화예술축제’ ‘INK(Incheon K-POP Concert) 2019’ 등 5대 이벤트에 5000명의 중국 관광객을 모객하는 데 협조키로 했다. 시 정부, 국내외 여행사, 미디어 기업 등이 힘을 보탠다. 이외 인천시는 8월 말 개최될 ‘한·중·일 문화관광장관 회의’ 때 칭다오시와 자매도시를 맺으며 관광 네트워크를 강화해 나갈 계획이다.

호남대가 지난 5월 중국인 유학생과 관광객을 대상으로 교내에 마련한 김치 담그기 체험 행사에서 참석자들이 환하게 웃고 있다. 광주=뉴시스

서울시는 작은 규모지만 알찬 세일즈를 추구한다. 예컨대 2018년 11월 베이징의 핫 플레이스인 ‘798 예술구’ 내 ‘미러 레이크(Mirror Lake)’에서 서울관광 홍보전시장 ‘리브 서울 플레이 그라운드 인 베이징’을 열었다. 이곳은 체험장이 갖춰져 방탄소년단의 흥겨운 최신 댄스곡에 맞춰 몸을 흔들고, 전통 음식도 맛볼 수 있었다. 한강과 월드컵공원을 재현한 공간에서는 산책도 즐겨본다.

경주시는 최근 ‘제16회 상하이국제관광박람회’에 참가해 홍보관을 운영했다. 53개 도시·국가, 750개 이상 업체가 함께해 중국에선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부스별로 ‘세계문화유산도시 경주’에서는 불국사·석굴암·양동마을·역사유적지구 등을, ‘황금도시 경주’의 경우 천마총금관 같은 수많은 금제 유물의 매력을 알렸다. 또 경주 모바일 스탬프투어, 20∼30대가 많이 찾는 황리단길, 교촌마을 등도 소개해 호응을 얻었다.

◆마펑워, 왕훙 등 개별적으로 파고든다

서울시는 중국 1위 여행 후기 사이트인 마펑워와 협업했다. 과거 마펑워가 글로벌지사를 한국에 만들었을 때 적극적으로 만남에 나섰다. 마펑워와 서울시가 서로 비용적인 혜택을 주고, 중국의 여성 여행 달인들을 국내로 데려왔다. 이들이 직접 일정을 짜도록 했고, 이 가운데서 선정된 계획을 서울시에서 지원했다. 여행기는 그야말로 폭발적 인기를 끌었다. 서울시 측은 “우리가 보여주고 싶은 게 아니라 그들이 좋아하는 것 위주로 소개됐다. 누구라도 명소라고 여기는 경복궁이 아닌 종로구 조계사, 은평구 진관사가 대표적 사례”라며 “도심 안에서 진행된 템플스테이, 건강한 사찰음식은 색다른 도전이었다고 평가했다”고 했다.

또 서울시는 지난해 크리에이터를 활용한 마케팅을 새롭게 시도했다. 싱어송라이터, 요리사, 이모티콘·시나리오·웹툰 및 사진작가, 1인 방송인 등 여러 분야의 전문가에게 서울여행을 제안하고 중국 특유의 감성이 묻어나도록 콘텐츠를 만들었다. ‘내가 좋아하는 작가들이 간 곳은 나도 가고 싶다’고 생각하는 충성도 높은 팔로어를 많이 가진 크리에이터들이 각자 작품을 제작했고, 쇼케이스 형태 발표회도 가졌다. 이들은 중국에 돌아간 후 관련 내용을 자신의 소셜미디어 등에 올렸고 서울의 이미지는 더욱 아름답게 포장됐다.

포항시는 인터넷 유명인사인 왕훙(網紅)을 초청해 팸투어를 벌였다. 중국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웨이보의 아이디 칭칭, 샤오시장 등 5명은 최대 200만명이 넘는 팔로어를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포항12경을 중심으로 호미곶광장, 구룡포 일본인가옥거리, 연오랑세오녀테마공원, 영일대해수욕장 등의 투어 코스를 소화했다. 왕훙들은 본인들이 보고 듣고 경험한 것을 수시로 촬영하고, 실시간 SNS 후기를 공유했다.

전북도가 마련한 ‘중국 청소년 문화예술 교류 여행’에 참가한 중국 산둥성 청소년과 학부모들이 지난 10일 군산국제여객선터미널에서 환영 현수막을 들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전북도 제공

◆‘귀한 몸’ 어린이 손님 모셔라

중국 장쑤성 지역 12개 학교의 1800여명이 지난달 6월 29일부터 이달 말까지 순차적으로 대구를 찾아오고 있다. 대구시·교육청이 중국 민간단체의 교류 확대 및 문화·예술·교육·스포츠 산업을 관광에 접목한 고부가가치 교류행사 일환이다. 이번 수학여행단 유치는 앞서 대구시가 지난 4월 장쑤성 교육국 관계자 및 32개 학교 교장단 대표 50여명을 초청해 ‘한·중 국제교류 활성화 세미나’를 연 데 따른 추가적인 결실이다. 초등학생과 중학생들은 3일간 머물면서 시민안전 테마파크, 이월드 등 고부가가치 일정을 즐겼다.

인천을 방문한 중국 단체 관광객이 중구 월미도에서 ‘치맥 파티’를 벌이고 있다. 인천관광공사 제공

인천에는 올해 1월 중국 수학여행단 2700명이 방문한 데 이어 하계에도 3000여명의 발길이 몰렸다. 저장성, 허난성, 짱쑤성 초등·중학생들로 산둥성에서 카페리를 타고 들어왔다. 이들은 중구 동화마을, 개항장거리, 월미도, 인천도시역사관 등을 살펴봤다. 일부는 인천지역 학생과 합동공연을 선보였다. 인천관광공사는 해외에서 어린 자녀를 둔 학부모들 사이에 스터디투어 수요가 늘어나는 점에 착안해 송도국제도시의 외국대학 공동 학업 장소인 글로벌캠퍼스를 둘러보는 코스도 발굴 중이다.

인천시 조인권 문화관광체육국장은 “청소년 수학여행뿐만 아니라 경제적·시간적 여유가 있는 중·장년층 대상의 실버공연 교류 등 전략적 기획유치 프로그램을 더욱 개발하겠다”며 “현재 우호적인 분위기 속에 중화권 관광객을 더 많이 유치할 수 있도록 지자체 정부 및 여행업계와도 지속적으로 협력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고부가 관광산업 ‘마이스’ 확대 총력전

 

정부는 지난 4월 인천 송도국제도시의 경원재 호텔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확대 국가관광전략회의’를 개최하고 2022년까지 외래관광객 2300만명 유치를 위한 혁신방안을 제시했다. 급증하는 중국인 개별관광객을 모으기 위한 비자발급 절차 간소화도 포함됐다. 중국의 복수비자 발급이 베이징, 상하이, 광저우, 선전에서 시행 중인데 향후 쑤저우, 샤먼, 톈진, 난징, 창사, 칭다오 등 전체 소득수준 상위 13개 지역으로 확대된다.

 

특히 고부가 관광산업으로 꼽히는 마이스(MICE)를 통해 양질의 외국인 관광객을 확대코자 한다. 마이스는 회의(Meetings), 포상여행(Incentives Travel), 컨벤션(Conventions), 전시·이벤트(Exhibitions·Events)를 포함한다. 현재 전국적으로 마이스를 연계한 관광산업을 유치하려고 여러 지자체가 공들이고 있다. 단순관광과 비교해 국내 머무는 일정과 소비지출 등 전반적 경제효과가 더욱 크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2016년에 7500여명의 중국 중마이그룹 관계자들이 한강에서 삼계탕 파티를 벌였고, 그해 아오란그룹 직원 5000여명은 인천을 찾아 ‘월미도 치맥 행사’를 즐겼다. 이런 광경도 사드 보복으로 당장 자취를 감췄지만 이제 유커(중국인 관광객)들의 귀환이 이어질 조짐이 엿보인다. 실제 지난해 10월 중국의 중·노년 문화교류단체 소속 1000여명이 인센티브 관광 차원에서 조를 나눠 인천항을 통해 입국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여러 대의 대형버스로 서울 시내 투어와 여러 곳의 면세점을 들렀다고 한다.

 

서울시는 올해 국제회의를 개최·유치하는 학회·단체, 협회, 기관 또는 법인을 대상으로 지원 규모를 기존 1억5000만원에서 최대 2억5000만원으로 올렸다. 서울에서 연속 2박 이상, 총 100박의 숙박(전체 참가자의 숙박 누계)을 하는 인센티브 관광에 대해서도 2배(최고 1억원→2억원)로 높였다. 강원도는 춘천시 하중도에 국제전시컨벤션센터 건립을 추진한다. 글로벌 테마파크인 레고랜드와 시너지 효과를 발휘해 지역경제 발전의 성장동력으로 삼고자 한다.

 

2022년 세계 10대 마이스 도시 진입을 목표로 내건 인천시는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 개장과 영종 복합리조트 조성 및 송도 컨벤시아 2단계 준공 등 우수 인프라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지난해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세계포럼’ 성공적 개최를 비롯해 2020년 아시아개발은행(ADB) 연차총회 유치, 컨벤시아 일대에 전국 최초 ‘국제회의 복합지구’ 지정 등 굵직한 성과를 거둔 바 있다.

 

한국관광공사 안영배 사장은 최근 ‘2019년 사업계획’을 발표한 자리에서 “중국 당국과 한·중 민간교류를 재개하는 데 공감대를 형성했다. 현지의 유통채널 회복을 우선으로 대학생 방한 시장 확대 등의 전략도 함께 마련할 예정”이라며 “마이스와 연계한 프리미엄 관광상품 개발 등 고부가 관광객 유치 확대에도 주력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인천·경주·대구=강승훈·장영태·문종규 기자, 송은아 기자 shka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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