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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 이슈] 엄숙함 대신 다양성…왕실 금기 깬 '동화 같은 결혼'

입력 : 2018-05-20 18:23:37 수정 : 2018-05-20 23: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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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 왕자, 美 배우 마클 ‘세기의 결혼’ /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손자와 이혼녀 흑인혼혈인 ‘부부의 연’ / 흑인 주교 설교·흑인 위주 축가 / 다양한 인종, 하객 초청돼 눈길 / 엄숙함 대신 다양성 두드러져
영국 왕실 계승 서열 6위인 해리(34) 왕자와 할리우드 여배우 메건 마클(37)이 19일(현지시간) 백년가약을 맺었다.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외신에 따르면 둘은 이날 정오 런던 인근 윈저성 왕실 전용 예배당 세인트 조지 채플에서 영국 성공회 수장인 저스틴 웰비 캔터베리 대주교의 주례로 결혼식을 올렸다. 결혼식은 이혼 이력의 혼혈 미국인으로 할리우드 여배우인 마클이 영국 왕실에 처음 입성한다는 상징성으로 인해 세계인의 주목을 받았다.

해리 왕자는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손자이자 찰스 왕세자의 차남이다. 영국 국민의 ‘영원한 연인’ 고(故) 다이애나빈의 둘째 아들인 해리 왕자와, 백인과 흑인 사이에서 태어난 마클의 결혼식은 영국을 넘어 유럽 왕실의 결혼 풍속도에 변화의 바람을 불러일으킬 만한 이벤트로 평가받고 있다.

정오 결혼식을 앞두고 영국 육군 근위기병대 제복을 입은 해리 왕자가 형이자 들러리인 윌리엄 왕세손과 함께 11시35분쯤 윈저성에 도착했고, 10여분 뒤 마클이 어머니 도리아 래글랜드와 함께 모습을 나타냈다. 마클은 화려하지 않은 전통적인 순백의 웨딩드레스 차림이었다. 웨딩드레스는 영국 출신으로 프랑스 브랜드 지방시의 최초 여성 아티스틱 디렉터를 맡은 클레어 웨이트 켈러가 제작한 것이었다.
두 손 꼭 잡고… 영국 해리 왕자(왼쪽)와 신부 메건 마클이 19일(현지시간) 런던 인근 윈저성 왕실 전용 예배당 세인트 조지 채플에서 거행된 결혼 미사에서 손을 잡고 성가를 부르고 있다. 윈저=AP연합뉴스
손 흔드는 왕실 일가 19일(현지시간) 해리 왕자와 메건 마클의 결혼식 후 엘리자베스 2세 여왕(앞줄 왼쪽 세 번째)과 남편인 필립공(〃 네 번째) 등 왕실 일가가 시민들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윈저=AP연합뉴스
英 해리 왕자 ‘세기의 결혼식’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손자 해리 왕자와 이혼 경력의 혼혈 미국인으로 할리우드 여배우인 메건 마클이 19일(현지시간) 세기의 결혼식을 올렸다. 두 사람이 탄 차량이 시민 10만여명이 지켜보는 가운데 영국 윈저성 인근 도로를 지나가고 있다.
윈저=AP연합뉴스
정오 조금 넘겨 시작된 결혼식은 미사에 이어 웰비 캔터베리 대주교의 결혼선언과 혼인서약, 반지교환 등의 순으로 진행됐다. 결혼식에는 엘리자베스 2세 여왕과 남편인 필립공 등 왕실 가족이 총출동했고 신부 측에서는 마클의 어머니만 참석했다. 아버지 토머스 마클의 불참으로 시아버지인 찰스 왕세자의 팔짱을 낀 채 입장한 마클의 모습에 어머니인 래글랜드는 눈물을 글썽이기도 했다.

2016년 7월 처음 만나 지난해 11월 약혼한 두 사람이 결혼한 것은 영국 왕실과 영국 사회의 변화를 반영한다. 윈저성 주변에 영국 국기와 미국 성조기가 함께 걸린 가운데 일반인 10만여명이 몰려든 것도 이례적이었으며 결혼식은 파격과 다양성이 두드러졌다고 외신은 평했다.

결혼식은 공식적이고 엄숙한 분위기가 흐른 것과 달리 결혼식 설교는 왕실 전통과는 거리가 있는 파격 그 자체였다. 흑인으론 처음으로 미국 성공회(영국국교회) 주교에 오른 마이클 커리 신부가 설교자로 나섰다. 그는 미국에서 동성애자 보호와 흑인 인권 증진을 주창한 성공회 사제로 유명하다. 커리 신부는 미국 흑인민권운동의 상징인 마틴 루서 킹 목사의 사랑과 구원에 관한 말로 설교를 시작했다. 커리 신부는 “사랑의 힘, 사랑이 가진 구원의 힘을 발견해야 한다. 그렇게 하면 낡은 세상을 새로운 세상으로 만들 수 있다”며 사랑의 힘을 강조했다. 설교에서는 미국 흑인 노예들이 부르던 노래인 영가(솔)의 치유의 힘이 언급되는 등 성공회 사제의 연설과 달리 흑인 기독교 전통에 기반을 둔 색채도 두드러졌다. 마클의 어머니가 흑인이란 점이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커리 주교 연설 후 흑인 위주 합창단이 솔 음악의 표준 격인 ‘스탠드 바이 미’(Stand by me)를 부른 대목이 특징적이었다.
미국에서 동성애자 보호와 흑인 인권 증진을 주창한 성공회 사제로 유명한 마이클 커리 신부가 19일(현지시간) 해리 왕자와 메건 마클의 결혼식에서 설교하고 있다.
윈저=AP연합뉴스
인도 펀자브주 서부 도시 암리차르에서 활동하는 화가 자그조트 싱 루발이 18일(현지시간) 해리 왕자와 약혼녀 메건 마클의 초상화에 마지막 손질을 하고 있다. 루발은 이 그림을 결혼 선물로 해리 왕자 커플에게 증정할 예정이다.
다양한 인종이 하객으로 초청됐고 할리우드 스타, 스포츠계 저명인사도 결혼식에 참석했다. 결혼식에서 공연한 첼리스트 세쿠 카네 메이슨은 흑인으로는 처음으로 BBC방송의 ‘2016년 젊은 음악인’에 선정된 인물이다.

해리 왕자 부부는 결혼식 후 찰스 왕세자가 연 비공개 연회에 참석한 뒤 윈저성에서 하룻밤을 보냈다. 둘은 신혼여행을 곧바로 가지 않고 22일 버킹엄궁에서 열리는 찰스 왕세자의 출생 기념 파티에 참석하는 것으로 공식 일정을 시작한다.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작위를 수여함에 따라 해리 왕자는 서식스 공작으로, 마클은 서식스 공작부인이라는 호칭으로 불리게 된다. BBC방송은 “마클이 왕실이나 이 나라의 인종 문제와 관련해 미래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는 논란이 될 수 있지만 결혼식만큼은 이전에 우리가 지켜봤던 것과 차별화된다”고 평가했다.

신동주 기자 range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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