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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개념도 양심도 없는 금배지’

입력 : 2014-07-08 06:00:00 수정 : 2014-07-09 11: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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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박 실세 측근, 국토위 가자마자 딸 청첩장 무차별적으로 살포
피감기관·민간업체 관계자들 눈도장 찍으려 식장 밖까지 긴 줄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새누리당 A의원이 최근 딸 결혼식을 치르면서 피감기관과 상임위 관련 업체 등에 무차별적으로 청첩 문자와 전화를 돌린 정황이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친박근혜계로 분류되는 A의원은 새누리당의 한 유력 당권 주자의 최측근으로 전해졌다.

새누리당 소속 A의원의 딸 결혼식이 열린 5일 축하 화환이 길게 놓인 접수대 앞에는 축의금을 내려는 하객들이 몰려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국토교통위의 한 관계자는 7일 “잘 아는 국토교통부 공무원이 ‘A의원실에서 청첩문자를 받았다는 동료들이 있다’고 전해왔다”며 “국회의원이 피감기관 공무원에게 청첩을 하는 것은 요즘엔 상상하기 힘든 부적절한 일”이라고 밝혔다. 

앞서 A의원실에서 청첩장을 수령할 주소를 묻는 전화가 왔었다는 한 중앙일간지 기자도 “국회 출입 당시 일면식도 없었던 의원이라 청첩장을 거절했다”며 “잘 모르는 기자한테까지 (청첩전화를) 돌릴 정도니 상임위 관련 기관이나 기업엔 오죽했을까 싶다”고 꼬집었다.

실제 A의원의 딸 결혼식이 열린 5일 서울 중구의 한 예식장은 식전부터 일반 하객은 물론 A의원에게 눈도장을 찍으려는 관계 부처와 기관, 단체(협회), 기업 관계자가 줄을 이어 발디딜 틈이 없었다. A의원과 인사를 나누려는 하객들의 줄이 식장 밖까지 길게 이어졌다. 보좌진 등 6명이 축의금 접수업무를 맡았음에도 접수대 앞 대기줄은 꾸준히 늘었다. 접수 테이블에는 투명한 명함통 상자도 놓여졌는데, 국토교통위 소관 기관인 코레일유통 고위 간부의 명함 등이 쌓여 있었다. 건축 관련 민간협회 B회장이 축의금 봉투 5장을 내면서 방명록에 정성스레 협회명과 자신의 이름을 적는 모습도 포착됐다.

식장 안팎을 차지한 화환도 130여개에 달했다. 화환에는 서승환 국토부 장관, 최문기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을 비롯해 한국토지주택공사·한국수자원공사·코레일네트웍스·KT·네이버·CJ E&M·대형 건설사 대표 등의 이름이 눈에 띄었다. 이들은 A의원의 19대 국회 전·후반기 상임위 활동과 연관된 곳의 최고 책임자들이다. A의원은 지난달 국회 하반기 원구성 전까지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소속이었다.

예식 진행 중 식장에 도착한 국토부의 C국장은 ‘어떻게 왔는지’ 묻는 기자에게 “A의원과 해병대 선후배 사이여서 온 것일 뿐”이라고 했다. 하지만 그는 축의금 접수대에 있던 의원실 직원에겐 자신의 소속과 직함을 밝히며 A의원과 언제 인사할 수 있는지를 물었다. A의원 측이 의원과의 개인적인 친분 여부나 정도와 상관없이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기관 등에 마구잡이로 청첩장을 돌린 게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같은 당 의원들도 “부적절했다”는 반응을 보였다. 한 재선 의원은 “때가 어느 때인데 여당 의원이 이렇게 요란한 딸 결혼식을 하면 국민이 어떻게 보겠느냐”며 혀를 찼다. 고위 공직자일수록 집안 애경사를 소박하게 치러야 한다는 사회적 분위기에 역행한 처사라는 것이다. A의원과 같은 날 딸 결혼식을 치른 새누리당 정두언 의원은 축의금과 화환을 사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참여연대 의정감시센터 이선미 간사는 “의원실에서 직접 청첩 연락을 돌린 것은 명백히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지적했다.

A의원은 세계일보와의 통화에서 “직원들이 (내)휴대전화에 입력된 번호들에 (청첩 메시지를) 일괄적으로 전송한 것 같다”고 해명한 뒤,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글·사진=김예진 기자 ye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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