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명보 감독은 10일 서울 종로구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모든 것은 결과가 이야기한다. 알제리전 패배 때부터 사퇴를 생각했다. 나쁜 결과를 가져온 만큼 나는 실패한 감독”이라며 “월드컵 이후 잘못된 점을 반성한 결과 아직은 부족하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홍명보 축구대표팀 감독이 10일 서울 신문로 대한축구협회에서 열린 사퇴 기자회견 도중 비장한 표정으로 입을 굳게 다물고 있다. 남정탁 기자 |
홍 감독은 당초 월드컵 조별리그에서 탈락한 뒤 자진 사퇴 의사를 밝혔지만 지난 2일 정몽규 축구협회장과 면담 끝에 남은 계약기간까지 감독직을 유지하기로 했다. 축구협회도 3일 허 부회장이 기자회견을 열고 홍 감독에게 2015년 1월 아시안컵까지 지휘봉을 맡긴다고 발표했지만 월드컵 때 보여준 ‘무색무취’의 전술 등으로 퇴진론이 끊임없이 제기됐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홍 감독은 유임 결정 이후 월드컵 직전이던 5월15일 성남시 분당구 운중동에 위치한 토지 78.35평(11억원)을 사들인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일었다. 또 선수단이 브라질 이구아수 캠프를 떠나기 전인 지난달 27일 현지에서 술판을 벌인 동영상이 유출되면서 끝내 유임을 번복하고 사퇴를 결심했다. 공개된 영상 속에는 술병은 물론이고 흥겹게 춤추는 대표팀 선수, 노래를 부르는 현지 여성의 모습이 담겨 있다.
홍 감독은 “땅 매입 부분은 지극히 개인적인 일이고 내 삶이 그렇게 비겁하지 않았다. 훈련시간도 아니었다”고 해명했으며, “회식과 관련해서는 이미 사퇴를 결심한 상황에서 선수들의 슬픔을 조금이라도 위로해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신중하지 못한 자신의 책임”이라고 덧붙였다.
허 부회장도 “대표팀 단장으로서 책임을 통감한다”며 “홍 감독과 동반 사퇴하기로 결심했다. 월드컵 부진의 모든 책임을 홍 감독과 내가 떠안겠다”며 함께 물러났다. 허 부회장의 퇴진은 ‘축구협회에서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는 비난에 따라 용퇴한 것으로 보인다.
정몽규 축구협회장은 “대표팀의 성적 부진에 대해 누구보다 책임을 통감한다. 앞으로 국제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도록 기술위원회를 대폭 개편하고 후임 대표팀 감독도 조속히 선임하겠다”고 밝혔다.
박병헌 선임기자 bonanza7@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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