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탈북민 → 북향민?… 통일부, 용어 바꾸나

입력 : 2025-09-16 19:05:46 수정 : 2025-09-16 21:20:40
김병관 기자 gwan2@segye.com

인쇄 메일 url 공유 - +

정동영 “탈북민들 ‘脫’ 싫어해”
‘하나민’ ‘통일민’도 후보로 거론
용역 거쳐 연말까지 선정 계획

통일부가 북한을 벗어나 한국에 입국한 주민을 지칭하는 ‘북한이탈주민’, ‘탈북민’ 용어를 ‘북향민(北鄕民)’ 등으로 바꾸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북한을 탈출했다는 뜻의 ‘탈(脫)’자에 부정적인 어감이 담겨 있다는 탈북민 사회의 여론에 따른 것이라는 설명이다.

통일부 당국자는 1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취재진과 만나 “탈북민들의 안정적인 정착과 사회 통합을 위한 명칭 변경을 검토 중”이라며 “전문가, 국어연구원 자문 등을 거쳐서 연말까지는 탈북민 사회 의견을 수렴해 용어를 선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16일 외교·통일·안보 분야 대정부 질문이 진행된 국회 본회의에서 국민의힘 배준영 의원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현재는 북한이탈주민학회가 용어 변경 필요성과 새 용어 후보군을 검토하는 통일부 연구용역을 진행 중인 단계다.

이북 지역이 고향이라는 뜻의 ‘북향민’이 탈북민을 대체할 용어로 주로 거론된다.

정동영(사진) 통일부 장관이 전날 경기권 통일플러스센터 개관식 축사에서 “북한이탈주민들이 제일 싫어하는 단어가 ‘탈’자다. 탈북은 어감도 안 좋다”면서 “이북에 고향을 두고 오신 분들로 해서 ‘북향민’이 제일 (선호가) 많은 것 같다”고 밝혔다. 이밖에 ‘하나민’, ‘통일민’ 등도 거론된다.

지난해 실시된 통일연구원의 탈북민 대상 여론조사서 탈북민의 58.9%가 명칭을 변경할 필요가 있다고 응답했다. 명칭이 바뀌어야 하는 이유로는 ‘용어의 혼란과 부정적 인식 때문’이라는 응답이 61%로 가장 많았다. 선호하는 용어로는 ‘하나민’(27.9%), ‘통일민’(25.9%), ‘북향민’(24.2%), ‘북이주민’(9.3%) 등이 꼽혔다. 국민의힘도 21대 대선 공약으로 ‘탈북민의 주류사회 편입 적극 지원’을 내걸며 세부 과제로 ‘북한이탈주민 용어 변경 추진’을 포함했다.

그러나 명칭 변경이 간단치는 않다. ‘북한이탈주민’은 북한이탈주민법 2조에 규정된 법률 용어로, 이를 변경하려면 법 개정을 해야 한다. 일상적으로는 ‘탈북민’이라는 축약 표현이 널리 사용되고 있어 새로운 용어를 정착시키기 위해선 대국민 캠페인도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 장관은 노무현정부 통일부 장관 재임 시절인 2005년에도 ‘탈북자’를 ‘새로운 터전에서 삶의 희망을 가진 사람’이라는 뜻을 담아 ‘새터민’으로 바꾸려 시도했다. 법률 용어는 북한이탈주민으로 유지한 채 사회적 용어만 변경하는 방안이었다. 그러나 탈북민 사회로부터 북한체제의 정치적 권리 제약 문제는 포함하지 않고 탈북민들이 경제적 이유만으로 떠나왔다는 뉘앙스를 준다는 반발에 부딪혔다. 이후 통일부는 2008년 해당 용어 사용을 자제하겠다고 밝혔다.

통일부 당국자는 “북향민은 현재 탈북민 사회에서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어 정부가 이 용어로 제안하면 힘을 받고 공식적으로 대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탈북민의 ‘탈’자를 자신의 의지로 탈출했다는 차원에서 좋게 생각하는 분도 있고 의견이 모두 다 달라서 (당사자들 의견의) 최대공약수를 찾아내는 작업을 하겠다”고 덧붙였다.


오피니언

포토

아이들 슈화 '반가운 손인사'
  • 아이들 슈화 '반가운 손인사'
  • 신예은 '매력적인 손하트'
  • 김다미 '깜찍한 볼하트'
  • 문채원 '아름다운 미소'